공항의 품격
신노 다케시 지음, 양억관 옮김 / 윌북 / 2012년 1월
평점 :
절판


서른살을 앞둔 엔도는 자신의 현재가 마땅치 않다. 6년간 사귄 여자친구에겐 마마보이라는 이유로 차이고, 직장인 여행사에서 한직이라고 여겨지는 공항으로 쫓겨 났기 때문이다. 공항에서 여행을 떠나는 예약객들을 맞이하고 떠나 보내는 일을 맡게 된 엔도는 자신의 처지가 한탄스럽기만 하다. 이럴줄 알았으면 상사에게 대들지 말 것을...이라면서 뒤늦게 후회해 보지만서도, 이미 때는 늦어 버렸으니 후회한들 무엇하리, 그저 새로 근무하게 된 곳이 끔찍한 곳이 아니기만을 바랄 뿐이다.


그런 그를 느긋하게 바라보는 상사들을 보면서 엔도는 그들이 이해되지 않는다. 아무리 생각을 해봐도 보람이 있거나 대단한 일을 하는 것 같지 않은 일이었기 때문이다. 오히려 자신의 일에 자부심을 가지고 열심히 일하는 선배들과 동료들을 보면서 이상하게 생각하던 엔도는 점차 일에 익숙해지면서, 겉으로는 보여지지 않았던 일의 묘미에 대해 알아가게 된다. 즉, 여행을 떠나는 사람들은 무사히 안전하게 여행길에 오를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자신의 일이라는걸 알게 된 것이다. 단지 티켓 확인만 하고 모든 것이 끝나는 것인줄 알았던 그는 의외로 많은 사건들이 여기에 벌어진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 모든 상황들을 수습해 가면서 엔도는 점차 공항의 접객원으로 거듭나게 된다. 과연 그는 공항에 어울리는 품격을 이뤄낼 수 있을까.


공항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드라마나 다큐를 보는 듯 그려내고 있던 소설이다. 아마도 작가가 공항에서 일한 경험을 소설로 풀어놓지 않았을까 싶은데, 그가 6년동안 잘 나가던 직장을 때려친 뒤 한동안 노숙자로 살았다는 이야기를 감안컨대, 아마도 좋은 면만 부각해서 쓴게 아닐까 싶다. 물론 이 책이 좋은 면만 쓰여있었다는건 아니다. 한직이라고 불리는 공항 근무, 그곳에서 있는 듯 없는 듯 월급만 축내면서 야망없이 살아가는 듯한 선배들, 그들과는 달리 공항에 근무한다는 자체로 박봉에도 열심히 일하는 여성 근로자들. 이런 저런 사람들들과 일하고 부대끼면서 갈등하는 것들을 써 놓았으니 말이다. 여러 사람들의 사정과 그들의 이야기를 비교적 객관적으로는 서술하려 했다는 뜻. 다만, 품격이라는 제목에 맞게 그곳이 품격 있는 곳이 아닐 거라는 생각을 하게 되는건 결국 이 작가가 그곳을 견뎌내지 못하고 퇴사했기 때문이 아닐까 한다. 어느곳이건 사회 생활을 한다는게 쉽지많은 않겠구나 느끼게 해주었고, 일을 한다는건, 이런 저런 일들을 해결하면서 사회인으로 성장해 나간다는건 어쩜 허무한 일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해줬다.


공항에 근무한 적이 없는 사람들에게 재밌게 읽힐지도. 자신이 가보지 못한 곳들을 세세하게 들려주고 있었으니 말이다. 그곳에선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나 궁금하신 분들을 읽어 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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