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이태리의 시골 며느리
김미화 지음 / 휴먼앤북스(Human&Books) / 2012년 1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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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동경해 마지 않는 이태리로 시집을 가신 분이 쓴 글이다. 한번 가보기도 어려운 곳에 일년 내내 사신다니 얼마나 좋을까 싶어 고른 책인데, 의외로 환상을 제대로 깨주는 부수적인 효과를 제공해 주었다. 말하자면 일상을 살아내는데는 이태리나 한국이나 일본이나 마찬가지란걸 보여주었다고나 할까. 더군다나 저자가 살고 있는 곳은 그다지 아름답다곤 할 수 없는 이태리의 시골이라고 한다. 우리가 상상하는 전형적인 이태리 풍경하고는 거리가 먼 곳인 것이다. 바라보기만 해도 황홀해질 정도로 품격있는 아름다움을 자랑하는 이태리가 아니라, 그냥 사람들이 살아가기 위해 마을을 만들고, 보통 사람들이 일상을 살아내는 그런 마을에서 신접 살림을 차린 것이다. 이태리는 분명 천국일거야. 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은 이 책을 들지 마시라. 그저 사람들이 부대끼며 살아가는 지구의 보통 마을을 보여주니 말이다. 실제로 저자도 이태리에서 살아가는게 그렇게 힘들 거라고는 상상하지 못했다고 한다. 그저 결혼이 하고 싶어서 마음을 열게 된 이태리 남자와 결혼을 한 것인데, 그와 살아가려면 타국에서 적응해서 살아가야 한다는 부가적인 어려움이 따른다는걸 몰랐다는 것이다. 한국에서 결혼식을 올리고 시댁에 들어가면서부터 드디어 외국살이의 어려움을 통감하게 되었다는 저자, 가장 큰 문제는 왠만해선 잘 통하지 않는 언어도 있었지만,  가족 중심주의로 모든 일상이 돌아가는 이태리 문화도 한 몫 톡톡히 한다. 저자가 어떻게 끼여들어서 살아볼만한 구석이 전혀 없었던 것이다. 그런 이태리만의 문화 때문에 한동안은 친구 하나 사귀지 못해 외로움에 절어 살았다고 하니, 한숨이 나는건 비단 저자만이 아니지 싶다. 저자의 말을 들으면서 문득 우리나라에 와서 살고 있는 외국인들이 생각났다. 그들 역시 섞이지 못한다는 자괴감속에 살고 있는건 아닐까 싶어서. 아마도 그들 역시 그렇겠지. 우리나라의 폐쇄성 역시 무시못할 정도니 말이다.


음...이 책의 장점을 들라면 제목에 썼듯이 나쁜 버릇이 없다는 것이다. 적어도...우리나라 여류 작가들이 하는 가장 큰 나쁜 버릇은 바로 척...하는 것이다. 아는 척, 있는 척, 사랑받는 척, 아무렇지도 않은 척 기타등등, 남들보다 자신이 우월하다는 것을 혹시나 모를까 싶어 쓸데없는 문장들을 섞어놓는 바람에 결국엔 책 자체를 버려 놓는다. 우리가 책을 읽는 이유는 작가가 얼마나 많이 아는지, 똑똑한지 , 돈이 많은지, 사랑받고 있는지 기타등등이 아니니 말이다.  굳이 책을 읽지 않는다고 해도 주변에 널린게 그런 사람들 아닌가. 실생활에서 만나는  사람들 만으로도 짜증이 하늘을 찌르는데, 굳이 글까지 찾아 읽으면서 짜증을 배가시킬 필요가 어디 있겠는가.  안 그런가? 책을 읽으면서 무언가 배우길 바라는 독자 입장에선--아니면 적어도 재밌거나--작가들의 나르시즘에 동조하고픈 의도로 책을 읽는 사람은 없을 거라는 것이다. 그러니까, 글을 쓴다는건, 자신이 얼마나 알고 있는지를 열정적으로 보여줘야 하는 논문이 아닌한 아는 척 기타등등을 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게 필요가 없으니까. 네가 얼마나 대단한 사람인지를 알고 싶어서 글을 읽는건 아니니 말이다. 쉽게 말해 네가 얼마나 많이 알고 있는가로 인간성이 결정되는 것은 별로 없다는 뜻이다. 인격이 고매해지는 것도 아니고...


그런 면에서 이 작가는 적어도 그런 자의식에서는 자유로워 보였다. 남들에게 자신을 포장해서 보여줘야 하겠다는 생각이 없이, 그저 자신의 솔직한 생각만을 올곧이 적어내려가고 있었다. 바로 그런 면에서 이 작가가 대단해 보였다. 실제로 우리나라 작가들 중에선 그 부분을 넘어서지 못하는 사람들도 많으니 말이다. 물론 그런 분들 중에서 글을 아주 아주 잘 쓰는 사람도 있긴 하지만서도, 솔직히 그런 글들을 읽으면서 공감을 하기란 어렵다. 그래 널 잘 났다고 하고 조소를 보내기는 알맞겠지만서도. 해서, 남에게 잘 보일 심산없이 그저 있는 그대로, 과장되지 않은 문체로, 있었던 사실만을 오목조목 쓰고 있는 저자가 예뻐 보였다. 오히려 그렇게 공들이지 않는 편안한 문장에서 작가의 마음이 그대로 느껴졌다고나 할까. 하여간 책을 내면서 나쁜 버릇이 없다는 점에는 점수를 높이 주고 싶다.


표지 사진을 보니 예쁜 분이다. 이태리 남편분이 진짜로 이 여자가 나랑 결혼을 해줄까 아마도 황송하게 느끼지 않았을까 싶을 정도로. 아마도 저자는 자신이 그렇다는걸 잘 몰랐겠지만서도. 자신을 객관적으로 보는건 어려우니 말이다. 버스 운전을 한다는 남편을 사랑해, 뒤도 옆도 따지지 않고 그렇게 결혼에 얼떨결에 골인해서 아들 하나를 두고 잘 살고 계신다니 다행이다. 비록 이태리에서의 생활이 그녀가 상상하던 것과는 많이 다른듯 보였지만서도, 그렇게 상상과 다른 일상에 대해 일장 격론을 벌이고 있긴 하지만서도, 그래도 아들을 얻고, 든든한 남편과 살고 있다는게 언니같은 입장에서는 나쁘지 않은 선택이었지 않나 한다. 지금도 잘 살고 계시길...아마도 지금쯤이면 연차가 더 붙었으니 사는 것도 더 편해지시지 않았을까 싶고.


참, 이 책을 보면서 우리나라 사람들의 우수성에 대해 다시 한번 깨달았다. 재빠르고, 영리하고, 언제나 배달이 가능한 배달 민족이고, 부지런하고. 현재의 그리스나 이태리의 사태에 대해 이해가 안 갔는데--문화적 유산만으로 먹고 살만한거 아니었어? 라면서--이 책을 읽어보니 이해가 가더라. 빚지고 사는 나라의 태만함이 골수에 박혀 있어 보였다. 아마도 대다수 국민들의 정서가 그렇다면 지금의 사태를 해결한다는게 쉽지많은 않겠다 싶다. 하여간 내가 하려는 말은,  나는 그래서 우리 한국이 좋다는 것이다. 억만금을 준다면 또 모르겠지만, 그렇지 않는한 나는 우리나라에서 살련다. 타지에서 뿌리를 내리고 사시는 모든 한국분들에게 화이팅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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