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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여우와 털장갑
니이미 난키치 지음, 손경란 옮김, 구로이켄 그림 / 한림출판사 / 1998년 10월
평점 :
< 빨간 우체통와 의사 선생님>의 작가 "구로이 켄" 에게 반해서 사게 된 책이다. 빨간...의 그림이 워낙 아름답고 내용도 서정적이라서 인상 깊었기에, 이 책도 그렇지 않을까 싶은 기대로 말이다. 결론만 말하자면 기대만큼은 아니었다. 우선 생각보다 글밥이 많더라. 이걸 다 어떻게 읽어주나 싶었다. 자기 스스로 어느정도 읽어내려가는 어린이라면 모를까 어른이 읽어줘야 하는 시스템이라면 좀 길다 싶게 느껴지지 않을까 한다. 뭐, 다른 인내심이 강한 부모님들이라면 어떨지 모르겠지만서도, 나는 읽어줄 생각을 하니 까마득하더라. 엥? 이렇게 길어? 별 내용도 없구만 왜 이리 말이 많은거야? 라는 불만이 저절로 터져 나왔다.그렇다. 어쩌면 긴 문장보다 더 우려되었던 것은 내용이 별다른게 없었다는 것일 것이다. 다른 말로 하면 재미가 없었다는 뜻이다.
겨울이 되었다. 눈이 내린 숲에 적응하기 위해 하얀 옷을 입게 된 엄마 여우와 아기 여우, 난생 처음 겨울과 눈을 맞이하게 된 아기 여우는 마냥 신이 났지만, 엄마는 이런 저런 걱정이 많다. 무엇보다 손이 시릴 아기 여우의 손이 걱정이다. 걱정을 하던 나머지 아기 여우에게 털 장갑을 사주려 마음 먹은 엄마는 아기 여우를 사람들이 사는 마을에 보내기에 이른다. 과연 아기 여우는 털장갑을 무사히 잘 사올 수 있을까? 사람들을 조심하라는 엄마의 말이 아기 여우에겐 도무지 이해되지 않는데...
내용은 일단 따뜻하다. 아기 여우의 손이 시릴 것이 염려한 엄마나, 아기 여우가 사람이 아니라는걸 알면서도 무서움을 꾹 참고 털 장갑을 판 사람의 이야기가 마냥 흐믓했으니 말이다. 그런데 여기저기 이야기의 헛점이 보인다. 왜 엄마는 사람들을 무서워 하면서도 아기를 혼자 보낸 것일까? 그리고 왜 장갑 파는 할아버지는 아기 여우를 무서워 할 것일까? 꼭 그럴 필요가 있었을까. 싶은...
그림이 여전히 아름답긴 했지만서도, 뭐, 동화책 그림이 아름답다고 그게 전부는 아니니 말이다. 이야기가 조금은 그럴듯했으면 어땠을까 싶었다. 그랬다면 훨씬 더 맘에 들었을텐데...아쉬운 대목이다. 이런걸 보면 이야기를 잘 만든다는건 아무래도 그렇게 쉬운게 아닌가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