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오리와 들오리의 코인로커 SE (2disc)
나카무라 요시히로 감독, 마츠다 류헤이 외 출연 / 와이드미디어 / 200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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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눈에 보기에도 어리버리, 착해 보이는 시나는 대학 입학을 위해 동경에서 센다이 시로 이사를 온다. 이사온 첫날 이삿짐 정리를 하면서 밥 딜런의 를 흥얼거리던 그는 오른쪽 옆 방에서 달려나온 사내와 마주치게 된다. 딜런 ! 이라면서 노래를 따라부르는 사내, 그는 자신을 가와사키라고 소개하면서 마치 어린 시절 소꼽친구라도 만난 듯 그를 반긴다. 만나는 순간부터 너무도 친근하게 구는 가와사키, 왼쪽 옆 방 사내의 무뚝뚝함에 상처를 받았던 시나는 반대로 낯선 이에 대한 경계가 전혀 없는 가와사키 역시 이해되지 않는다. 더군다나 가와사키, 그는 만나자 마자 그간 도와줄 사람을 찾고 있었다면서 서점을 습격할 건데 도와주지 않겠냐고 부탁해온다. 시나이의 옆 방에 부탄인인 도르지가 사는데, 실의에 빠진 그가 2년 전부터 방에 틀어박혀 안 나온다는 것이었다. 평소 도르지는 일본 대사전을 갖고 싶어했다면서 서점을 습격해서 선물로 주고 싶다는 가와사키, 마치 오늘이 오기를 기다렸다는 듯 시나에게 모형총을 건네자, 시나는 식겁해서 그대로 방을 빠져나오고 만다.


   --신이 나서 총을 꺼내든 사와사키, 제 정신이라고 보기엔 아무래도 무리가 있지 싶다. ---


일본에 왔으면 일본어를 배워야 한다고, 일본어에 어눌한 외국인에 대해 보이지 않은 벽을 쌓고 사는 일본인들을 목격한 시나는 옆 방 부탄인이 신경 쓰인다. 그가 은둔자가 된 것이 일본인 애인을 잃어버렸기 때문이며, 그녀가 죽은 것이 애완동물 살해범을 저지하려다 그렇게 된 것이라는 이야기를 들은 시나는 얼떨결에 가와사키의 서점 습격에 따라가게 된다. 돈을 모아 사주면 되지 않냐고 미약하게나마 항변하는 시나에게 돈으로 사주는 건 결코 도르지가 원하는 그 일본 사전이 아니라고 주장하는 가와사키, 결국 둘은 무사히 (?) 사전을 훔쳐 오기에 이른다.



   --서점을 향해 달려라! 고작 책 하나 훔치겠다고 총들고 나서는 두 사내의 뒷모습, 뭐,포스 하나만은 은행강도 못지 않다. ---


다만 문제는 훔쳐온 그 사전이 일본 대사전이 아니라는 것, 더군다나 처음 시나를 만난 날 조심하라고, 그녀의 말은 절대 믿어선 안 된다고 가오사키가 친히 조언을 해준 애완동물 가게 점장 레나를 만난 시나는 오히려 그녀가 가와사키를 믿지 말라고 경고하자 어리둥절해진다. 도르지를 실의에 빠지게 한 고토미가 자신의 가게에서 일하던 점원이었다고 털어놓은 레나는 가와사키와 도르지가 만난 이야기를 들려준다. 실은 가와사키는 고토미의 전 애인으로, 여자는 많을수록 좋다고 호언하고 다니는 바람둥이었다. 가와사키의 바람끼에 질려서 헤어진 고토미는 그가 현재 자신의 애인인 도르지의 일본어를 가르치겠다고 나서자 의아해한다. 바람끼 옮으면 안 된다고 질색을 하는 고토미와 달리 엄격한 일본어 선생이 생겨서 마냥 좋은 도르지는 가와사키의 일거수 일투족을 따라한다. 우연히 가와사키가 에이즈에 걸렸다는걸 알게 된 도르지와 고토미는 그를 위해 모른척 해주기로 한다. 데이트를 하다 당시 모두를 경악하게 하던 애완동물 학대범을 목격하게 된 고토미는 성질을 이기지 못하고 대든다. 고토미의 전화번호와 주소를 알게 된 학대범들은 적반하장식으로 오히려 고토미를 해코치 하려 한다. 일본 말이 서툰 도르지는 무모하게 나서는 고토미가 불안하기만 하지만, 정의감에 불탄 고토미는 괜찮을 거라며 그를 다독인다....


가와사키의 수상쩍은 행동이 아무래도 미심쩍은 시나는 레니를 불러 그의 뒤를 쫓기 시작한다. 드디어 발견한 그의 비밀, 시나는 그간 이상하게 생각했던 모든 것들을 짜맞춰 사건을 전말을 알아낸다. 추궁하기 위해 사와사키를 만난 시나는 다시 한번 그의 사연을 듣게 된다. 그리곤 그동안 자신이 생각해왔던 것들이 일면 진실이긴 했으나 다른 한편으론 미묘하게 진실과 어긋나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는데...


            ---  진실이 드러나고 나서야 비로서 등장하는 이 사내, 과연 그는 누구일까? 그가 등장하고서 나서 부터 잔잔하게 흐르던 이야기에 극적인 긴장감이 생기고, 진실은 전혀 다른 톤으로 다가오게 되는데...--


오래전에 원작을 읽긴 했지만 영화화 된다는 말에도 별 감흥이 없다가, 이 영화의 주인공들이 에이타와 마츠다 류헤이라는 말에 허겁지겁 찾아보게된 영화가 되겠다. 아마도 모르고 봤다면 분명 재미가 덜했을텐데, 이미 익숙한 배우인 두 남자가 주연으로 나오자 확실히 영화를 보는 맛이 배가되는 느낌이었다. 특히나 미츠다 류헤이,  왜 사람들이 이 남자를 멋지다고 하나 이해가 되질 않더니만, 확실히 이 영화를 보니 이해가 간다. 치명적인 매력을 지녔다고 할 수밖엔 없는 , 그래서 미워할래야 도무지 미워할 수 없는 바람둥이 역을 너무도 자연스럽게 해내고 있었으니 말이다. 오죽하면 그가 딱 등장하는데, 아무 말 하지 않고 서있기만 해도 역의 느낌이 설명이 되더라. 아, 여자들이 반할만 하구나, 라는 그런 느낌. 해서 그를 좋아한 나머지 그의 복사판이 되어버린 에이타가  정말 복사판으로 보이게 만드는 착시효과를 가져오고 있었다. 세상에, 에이타를 복사판으로 만들다니, 이 얼마나 대단한 매력이란 말이냐, 놀라고 말았다. 에이나가 연기를 워낙 잘한 것인지, 아니면 실제로도 그런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하여간 두 배우의 연기는 상황을 이해하는데 지극히 적절하지 않았나 싶다. 원본의 자연스런 매력을 만나기 전까지는 복사판의 매력도 충분했지만, 원본을 만나게 되면 복사판이 왜 복사판인지 금세 이해하게 된다는걸 말이다. 아마도 이건 영화를 보신 분들만이 이해 하실 듯...


타인에 불과한 다섯 사람들이 이런 저런 사건들을 겪으면서 서로를 이해하고 또 영향을 주고받는 이야기를 하고 있던 영화로, 인간에 대해 생각을 하게 해준다는 점이 좋았다. 집오리와 들오리를 어떻게 구분할 수 있는지가 궁금해하던 도르지가 결국 그 답을 시나에게 들려주는 장면이 기억에 남는다. 하지만 이 영화에서 가장 감동적이고 인상적인 장면은 오히려 찍히지 않은 시간들에 대한 것이었다. 이 영화의 여백으로 남은 2년이란 시간, 그 속에서 한 인간이 고통과 좌절과 연민과 그리움 속에서 어떤 시간을 보냈을지 상상하게 만든다는 것, 그것이 대단하지 않았는가 싶다. 그 시간들이 이해되자 맨 첫 장면에서 시나를 반기던 가와사키의 표정이 얼마나 다르게 느껴지던지,아니 얼마나 절실하게 느껴지던지...그들의 사연을 알지 못하는한 우리는 타인을 그렇게 오해하기 마련이지 싶다.


집오리와 들오리, 밥 딜런에 대해 이야기하던 영화... 그렇다. 우리는 우리가 그저 같은 인간이라는 것을 망각한 채, 그저 자국인이냐 아니냐고 사람을 인위적으로 구분하고 차별하곤 한다. 그게 얼마나 어리석은 일인지, 이런 영화를 보면서 잠시나마 생각해볼 수 있다면 아마도 이 원작자나 영화를 만든 사람들에게 보람이 되지 않을런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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