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도 아니고 시골도 아닌, 산도 아니고 바다도 아닌 어중띤 장소의 표본 같은 곳이지만, 한번 살기 시작하면 벗어나기 힘든 중독성을 가졌다는 마을 마호로, 그 마을 역 앞에서 심부름집을 하고 있는 다다는 <무엇이든 다 해드립니다. 살인만 빼고...> 라는 모토로 살고 있는 사람이다. 심부름집을 하면서도 다른 사람들의 사정에 끼여 드는걸 천성적으로 싫어하는 그는 의뢰인이 치와와를 며칠 돌봐달라고 하자 난감해 한다. 마지못해 치와와를 맡으면서도 뜨악한 마음 금할길 없던 다다는 일을 마치고 나와 보니 개가 사라져 있자 당황한다. 개를 찾아 사방을 둘러보던 그는 개를 안고 있는 남자를 보게 된다. 개를 찾았다는 안도도 잠깐, 다다는 남자가 중학교 동창인 교텐이라는 것을 알아본다. 실은 다다에겐 교텐이 미안함으로 남아있는 존재였다. 워낙 말이 없던 그에게 말을 해보려 했던 것이 그만 사고로 이어져 교텐의 새끼 손가락을 다치게 했던 것, 다다는 몰골이 말이 아닌 그를 보면서 혹시 그때의 실수가 이런 미래로 연결이 된 것이 아닌가 싶어 마음이 안 좋다. 마지막 버스를 놓쳤다는  교텐의 말에 역까지 데려다 주기로 한 다다는 하룻밤만 재워 달라고 교텐의 청을 거절하지 못한다. 그것이 하룻밤으로 끝나지  않을 거라는 것은 짐작도 하지 못한 채...


----  < 버스 정거장에서 우연히 마주친 동창, 다다와 교텐>


다음날 아침, 알아서 나가줄 거라 생각한 교텐이 알아서 트럭 옆자리를 꿰차고 앉자 다다는 살짝 위화감을 느낀다. 알아서 나가주지 않는다면야 나가달라고 말하면 되지 라고 안이하게 생각했던 그는 치와와 주인 야반 도주 사건을 해결하다가 말할 기회를 놓치고 만다. 이제 진짜로 치와와의 주인이 된 다다는 교텐마저 어물쩍 심부름집에 눌러앉자 자신의 팔자를 한탄하기 시작한다. 내가 왜? 라면서 불평을 하던 그는 그럼에도 둘을 내쫓지 못한다. 치와와에게 좋은 주인을 찾아주기 위해 광고를 낸 두 사람은 개를 준다는 말에 쏟살같이 찾아온 창녀를 보고는 거절할 말을 찾느라 곤혹을 치른다. 그들이 자신들을 좋게 봐줄 이유가 없다는 것을 쿨하게 이해한 창녀는 반대로 그들에게 일감을 맡긴다. 문짝을 고치러 창녀의 집에 들른 다다는 그를 오해한 창녀의 남친으로부터 된통 당할 처지에 놓인다. 그때 평소에 제대로 하는 일이라고는 눈을 씻고 봐도 찾을 길이 없던 교텐이 나서서 일을 해결한다. 더불어 교텐은 창녀에게 그 남자와 헤어진다면 치와와를 주겠다는 제안을 한다.난색을 표하는 다다와는 달리 교텐은 치와와가 필요한 곳은 그곳이라면서 친구의 불안감을 날려 버린다.


한편 초등학생인 유라의 하교를 맡게 된 다다와 교텐은 도무지 귀염성이라고는 없는 아이가 이해되질 않는다. 처음 유라의 행동과 말본새에 반발을 하던 다다는 아이의 사정을 알게 되고는 점차 그에게도 관여를 하게 된다.  아이에게 관심이 없는 부모밑에서 사랑없는 양육을 당하고 있던 유라는 방치된 아이 특유의 사건을 일으키고 다니고 있었다. 자신의 아이를 잃어본 적이 있는 다다와 자신의 아이를 한번도 본 적이 없다는 교텐은 아이을 지키기 위해 나서기로 한다. 하지만 문제는 그들이 마주해야 하는 상대가 조폭이라는 것, 과연 그들이 고작 심부름집 두 남자에게 당해줄만큼 만만할 수 있을 것인가.


--- <플란다스의 개>의 마지막 장면을 보면서 울고 있는 두 남자. 이 둘을 가장 잘 설명해주는 장면이다. --




한편, 우연히 교텐의 전처를 만난 타다는 반듯하고 아름다운 그녀에게 놀라고 만다. 지금의 교텐을 생각하면 도무지 가능하지 않는 조합이었기 때문이다. 교텐이 본 적도 없다는 아이까지 보게 된 타다는 그들에게서 멀리 떨어져 사는 친구가 더욱 더 이해되질 않는다. 전처의 입을 통해 수수께끼 투성이던 교텐의 과거를 듣게 된 다다는 그때서야 조금 친구를 이해하게 된다. 왜 그가 과거에 그런 행동을 했으며, 왜 지금 그렇게 살아가고 있는가 라는 것에 대해. 교텐이 언제나 진실을 말했으며, 자신의 고통을 삭이면서도 남을 도와주고 있었다는걸 알게 된 다다는 본격적으로 그렇게 살아가는 친구가 걱정이 되기 시작한다. 남을 위해서만 산다는 것은  즉, 자신은 언제든 죽어도 좋다는 마음으로 산다는 걸 뜻했으니 말이다. 다다가 교텐에 대해 이해를 높이고 있는 사이, 교텐은 창녀를 쫓아 다니는 악질 스토커에 맞서 도발을 시작한다. 숨기만 해서는 스토커를 물리칠 수 없다고 판단한 교텐은 일부러 스토커의 칼에 맞는데...


실제로도 친한 친구 사이라는 두 미남 배우의 앙상블이 멋졌던 영화다. 사회의 낙오자가 되어 만난 두 동창생이 이런 저런 사건들을 맡으면서 서로를 구원하게 된다는 이야기인데, 허름한 배경에 구구절절한 사연들을 가진 등장인물들을 주인공으로 해서 만든 영화였지만, 그럼에도 마음을 울리는 뭔가가 있어 본 보람이 있었다. 이야기가 가진 힘은 잔잔한 전개에도 졸지 않게 해주었고, 성격이 판이하게 다른 두 남자가 쌓아가는 우정은 멋졌던 데다, 그 둘이 티격태격하는 모습은 웃음이 실실 나오게 했으며, 그들과 엮이게 되는 사람들의 사연도 공감이 가고 자연스러웠으니 그럴 만도 하다. 물론 교텐으로 나오는 배우가 조금 힘이 있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은 있었지만서도...상상하던 원작의 이미지와 조금 달라 보여서 말이다. 


하여간 원작을 재밌게 봤던 터라 영화화 한다는 말에 기대를 하고 있었는데, 원작의 분위기를 100% 재현하지는 못했지만 망칠 정도는 아니었지 않나 싶다. 다만 차이가 있다면 원작에서는 교텐의 엉뚱함이 도를 넘고, 이를 수습하러 다니던 다다의 일상이 거의 재난 수준으로 중계가 되던 통에 거의 만화를 보는 듯한 기분이었다면, 영화는 원작보다 현실적으로 그려내서 차분해 보였다는 것?  재미만 따지자면야 원작이 낫다고 하겠지만서도, 일본 영화의 제작 특성상 충분히 코미디스럽게 과장해서 찍을 수 있었을텐데도 그렇게 하지 않은 것이 오히려 좋게 느껴졌다. 어른스럽다고나 할까. 진지해 보였다고나 할까. 뭐, 그런 것들, 적어도 원작에서 하려던 말을 우스갯 거리고 만들지는 않겠다는 결심이 느껴져서 말이다. 요즘 일본 드라마나 영화를 보게되면,  일본인들이 사람들의 관계에 대해, 관습적이지 않고 진지하게 생각하고 있다는 점이 눈에 뜨이는데, 이 영화서도 그런 것들이 느껴져서 흥미로웠다. 남들이 하는 말이 아니라 자신들이 생각해서 답을 쓰고 있다는 느낌인데, 놀라운  것은 그들이 내놓은 답이 예사롭지 않다는 것이다. 신선한 것은 말할 것도 없고, 날카로운 시선들에서 늘 한 수 배우는 느낌이다. 이런 점들은 우리나라 작가들도 배워줬으면 하는 바람이고, 또 그게 발전 방향이 되어야 하지 않겠나 한다. 인간의 관계 대한 고찰은 끊임없이 계속되야 하고, 진정성이란 관습적인 것에서 벗어나야 비로서 보이는 법이니 말이다.


더불어 다양한 드라마에서 발군의 연기력을 보여주고 있는 에이타도 언급하지 않고 넘어가면 섭하겠다. 지난 1분기 일본 드라마중에서 가장 히트를 쳤다는 <럭키 세븐>을 보면서 느낀건데, 에이타는 같은 얼굴을 하고도,  단지 연기만으로 충분히 다른 사람을 표현해 내더라. 연기에 물이 올랐다는 표현이 진부하달 정도로 경이로운 변신들인데, 진심으로 연기에 반하고 말았다. 맡는 배역에 따라 표정이고 동작이고 전혀 다른 인간으로 등장하는데 그 변신이 놀랍도록 설득력있다. 진짜로 영리하던지, 아니면 피나게 연구하는 연기자인듯 싶다. 단지 재능만으로 설명되지 않는 연기다. 비교적 짦은 시간 안에 눈이 휘둥그레질 정도로 발전하는 그를 보자니, 과연 그에게 질릴 날이 오겠나 싶었다.  하여간 앞으로 에이타란 배우를 주목해서 봐야 하지 않을까 한다. 과연 그가 어디서 멈출지, 멈출 날이 오기는 하려는지 궁금해진다. 물론 그런 날이 오지 않기를 바라면서...잔잔하지만 지루하지 않는 영화를 보고 싶으시다면 보셔도 좋을 듯.


가장 마음을 울린 장면을 하나만 꼽자면...

입이 거친 아이 답지 않게 플란다스의 개를 좋아하는 유라, 자신에게 무관심한 엄마에게 마음을 다칠데로 다친 그는 이렇게 말한다. " 부모가 계속 안 계시는 거랑, 부모에게 계속 무시당하는 거랑,  어느게 더 나은지 플란다스의 개는 알고 있었다고 봐 " 보통 어른 같았으면 아이의 말에 반박 하면서 절대 너희 부모는 그런 사람이 아니라고 말했을테지만서도, 다다는 그러지 않는다. 그는 말한다. " 아무리 기대를 해도 너희 엄마가 네가 바라는 모습대로 사랑해주는 일은 없을 거라고 봐. 하지만 그럼에도 너는 사랑할 수 있어... 살아있는 한..." 아마도 그것이 인생의 정답중 하나가 아닐까 한다. 언젠가 우리들은 부모의 그늘에서 벗어나 자신의 삶을 살 수 있으리니, 어린 시절에 좌절하지 말라고. 거기에 희망을 걸어봐도 좋다는 것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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