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버더(새를 쫓아다니면서 관찰하는 사람들, 새들의 광팬쯤으로 생각하심 되겠다. )들의 꿈의 경기인 빅이어 우승자 중, 전대미문의 732 라는 숫자로 우승한  케니 보스틱은 새해가 시작되자 마자 다시 경기에 돌입한다. 한 해 동안 전미를 돌면서 얼마나 많은 새를 보았는가로 우승을 가리는 빅 이어는 시간도 시간이지만 돈도 엄청 깨지는 소모성(?) 스포츠다. 우승자에게 주어지는 것이라곤 달랑 같은 질병(?)을 앓고 있는 버더들이 알아준다는 것뿐, 트로피도, 상금도, 명예의 전당도 없는 그 일을 그들은 꼬박 1년동안 매달린다. 이젠 가족수를 늘릴때라는 아내의 잔소리를 적당히 귓등으로 흘려버린 채 오늘도 새를 찾아  길을 나서는 보스틱, 그가 세운 기록에 놀란 사람은 그의 능력에 또 한번 놀라곤 만다. 풍부한 경험에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열정, 새에 대한 해박한 지식은 물론, 규칙이나 예의는 아무렇지 않게 깨버리는 순발력에, 느물대며 능글맞은 성격에다, 경쟁이 시작되면 지기 싫어하는 도박사기질까지...그가 세계 기록 보유자가 된 것은 절대 우연이 아니었다. 명성을 가능케 했던 보스틱의 카리스마와 난공불락같은 기록에 도전장을 내미는 신참 둘이 있었으니, 그 둘이 바로 브래드와 스튜다. 


37살인 브래드 해리스는 이혼남에 뚱보에 싫어하는 직장에 다니면서 생계를 이어가는 가난한 프로그래머다. 세상의 기준으로 보면 루저라고 할 수 있는 그는 새에 관한 열정에 있어서만큼은 누구에게도 지지 않는다. 울음소리만으로 새를 식별하는 귀를 가진 그는 돈을 탈탈 털어 빅 이어에 참가하기로 결심한다. 이론은 쌓을만큼 쌓았으니 이제 실전에 나서고 싶어진 것이다. 하지만 그런 그의 결심에 다들 어이없어 한다. 인생을 낭비하는 듯 보이는 아들이 아버지는 못내 못마땅하고, 늘상 사라지는 부하의 시간 조정요구에 직장 상사는 넌덜머리를 낸다. 그에게 부족한 것은 단지 주위 사람들의 지지와 이해만이 아니었다. 턱없이 모자라는 돈과 시간 역시 그의 발목을 붙잡고 있었던 것이다. 일단 시작하면 어떻게든 끝까지 갈 수 있을 거라 생각했던 그는 점차 자신이 안이하고 순진했음을 깨닫게 된다. 


한편 은퇴한 CEO인 스튜는 오랜 망서림 끝에 빅 이어에 참가한다. 어린 시절부터의 꿈이라는걸 알고 있던 아내의 성화에 힘입은 것이었다. 뭔가 희귀한 것을 보고 오라는 아내의 지지에다 시간과 돈은 부족하지 않았지만, 문제는 이미 그가 나이가 들었다는 것! 해서 희귀한 새가 떴다는 말에 헐레벌떡 찾아가보면 이미 발 빠른 보스틱이 다녀간 뒤였다. 빅 이어에 참가한다는 사실을 비밀로 하고 있던 그는 자꾸 마주치는 브래드와 친해지게 된다. 후에 서로가  빅 이어에 참가중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 둘은 눈에 가시처럼 알짱대는 보스틱이 얄미워 죽을 지경이다. 처음엔 순수한 열정으로 참가했지만, 중반을 넘어서자 우승외엔 관심이 없어진  둘에게 공통의 적이 나타난 것이다.결국  누군가는 보스틱의 기를 확실하게 죽여놔야 한다는 대화끝에 둘은 의기투합하기에 이른다. 함께 팀을 꾸린 둘은 보다 안정적으로 새사냥(새를 죽이는게 아니라, 새를 보기 위해 쫓아 다니는 것을 일컬음)에 나서게 된다. 과연 열정과 자본이라는 둘의 시너지 효과가 보스틱의 경험을 이길 수 있을까? 그해에 있었던 폭풍에 의한 봄 낙진( 새들이 맞바람에 갖혀 한 곳에 내려 앉는 현상)으로 새로운 기록에 대한 기대감이 고조되는 가운데, 과연 누가 최종 우승자가 될지에 대한 흥분으로 경기는 점차 흥미로워져 가는데...


                                         <폭풍에 의한 새들의 봄 낙진 현상을 보기 위해 떼거리로 달려든 버더들>


 얼마전에 재밌게 본 책인 <빅 이어>를 원작으로 한데다, 거기에 내가 좋아하는 코미디 배우들 셋까지 출연했으니, 안 볼래야 안 볼 수 없는 그런 영화였다. 기대한만큼 실망하면 어쩌나 조금 걱정을 했는데, 다행히 걸작까지는 아니라도 원작의 장점들을 잘 살려내고 있었다. 우선 세 배우들의 능청스런 연기가 좋았다. 너무 과장하지도 않으면서, 그렇다고 지나치게 딱딱하지도 않게 괴짜들임이 분명한 버더들의 이야기를 생생하게 담아내고 있었으니 말이다. 원작속 세 남자의 캐릭터를 너무도 자연스럽게 그려내고 있던데, 캐스팅이 적절했지 싶다. 특히 우승을 위해서라면 어떤 규칙도 다 깨뜨리는 보스틱 역의 오웬 윌슨은 마치 본인이 출연한 것 같았다. 어찌나 실감이 나던지 느물대기 한량없는 의뭉스러운 지붕업자가 어떻게 빅 이어의 우승자가 될 수 있었는지 감이 팍팍 왔다. 원작에서 보다 훨씬 더 실감이 났다는 점에서 캐릭터를 제대로 살려냈지 싶다.맡은 역에 생명력을 불어넣는걸 보니 오웬 윌슨은 아마도 보기보단 영리한 배우이거나 , 아니면 극중 캐릭터가 본인의 성격과 비슷한게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여간 그렇게 얄미운 캐릭터도 그가 연기하면 정이 간다니까. 심지어는 귀엽기까지 하니 연기는 잘하고 볼 일이다.


그외에 1년동안 빅이어에 참가하는 버더들을 쫓아다니면서 그들이 어떻게 새를 관찰하는지 보여준다는 점도 좋았다. 그들은 갖은 운행 수단을 이용, 철따라 새들이 몰려드는 곳을 찾아 전국을 해매던데, 단지 새를 보기 위해 갖은 수고를 마다하지 않는 그들이 부러웠다. 인생을 재밌게 사는 것 같아 보여서 말이다. 더군다나 이 영화는 빅 이어 사상 최고의 경쟁으로 인해 전설로 남겨졌다는 1998년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것이다. 이미 전설이 되어 있는 건설업자와 그를 쫓는 아마추어, 이렇게 세 사람의 실제 대결을 그린 것이다 보니, 흥미진진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들이 갖가지 잔꾀와 기지로 우승을 향해 달려가는 모습은 보는 이로 하여금 누가 이길지 궁금하게 만드는 긴장감이 있었다. 그리고 그들이 고생고생해서 도착한 곳에서 만나게 되는 새들은 환호성을 지르기에 충분했다. 화면상으로의 만남이었음에도 말이다. 더불어, 미국엔 버더들을 위한 다양한 서비스가 존재한다는 것도 알게 되었는데, 얄미운 보스틱을 꺽기 위해 명절도 반납하던 배주인 애나와의 실갱이도 재밌었다. 원작에 있던 이야기를 잘 살려냈지 싶다.


하지만 그무엇보다도, 이 영화의 최고 공로자를 꼽자면 당연히 <새들>이었다. 왜 버더들이 돈과 시간을 내버린 채 불편함을 무릅쓰고 거리로 나서는지 확실하게 보여주고 있었으니 말이다. 그들의 아름다움을 본 사람들이라면 아마도 당연히 거기서 벗어나기 힘들지 않을런지...참, 이 해에 누가 우승했는지 궁금하시죠? 궁금하시면 영화를 보시길...덤으로 영화속에 나온 새들을 올려 드립니다.



 
                                                                  <유령처럼 밤 하늘을 배회하는 흰 올빼미>
 <자기 머리로 나무를 쪼아대는 딱따구리>
 
 
 
                                    < 다시 흰 올빼미,영어명 Snowy Owl로 보스틱을 끝까지 애먹이는 새로 등장한다.>
 
                                                                                  < 왕관을 쓴 듯한 표정이 인상적인 회색 부엉이>
 
                                               < 예쁜 신발을 신고 파티에 참석한 듯한 분홍발 거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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