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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티풀 보이 - 약물 중독에 빠진 아들을 구하려는 한 가족의 끝없는 사랑 이야기
데이비드 셰프 지음, 서소울 옮김 / 옥당(북커스베르겐) / 2010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표지에 찍힌 세상이 환해지도록 아름다운 소년의 모습이 안스럽게 보인다. 왜냐면 이 소년이 조만간 약물에 쩌들어 길거리에서 노숙자처럼 살아가게 될 거이라는걸 알기 때문이다. 부모의 자랑이자 기쁨이었던 소년이 한순간에 약에 쩌들어 개 망나니가 된다. 아들을 위해 이런 저런 미래를 계획하던 아버지는 미래는 고사하고 아들을 어떻게 치유해야 할지 그걸 고민하느라 머리가 빠개진다. 하지만 문제는 주변 사람들이 아무리 그를 돕기 위해 애를 써도 정작 당사자는 그럴 생각이 없다는 것, 해서 모든 돈을 털어가면서 요양원에 별별 정신과 치료까지 해가면서 아들을 구하려 애쓰던 아버지는 고민에 빠진다. 언제까지 이런 끝없는 구덩이에 돈 박는 짓을 해야 하는 것일까? 언제쯤이면 나는 아무런 걱정 없이 잠이 들고, 잠에서 깰 수 있는 것일까? 언제쯤이면 아무 걱정없이 아들을 생각하고 바라볼 수 있을까? 라고...그런 아버지의 처절한 7년을 그린 책이다. 작가 자신의 이야기라서 마약 중독의 심각성이 올곧이 전달된다는게 특징, 하지만 이 책이 과연 얼마만큼 아이들에게 경각심을 심어줄지는 미지수다. 오히려 마약 중독자인 자식을 둔 부모들이 동병상련삼아 읽지 않을지...정말 이런 심정이야, 라고 공감하면서 말이다.
미국의 마약 중독 실태가 얼마나 대단한지 몰랐는데, 이 책을 보면서 깨달았다. 미국은 그대로 두면 마약 중독으로 망할 나라라고 말이다. 이 작가도 그랬지만 60~~70년대를 산 베이비 붐 세대들은 마약에 관대했다. 일생에 한번 해볼만한 것으로, 한때 마약 안 피운 사람이 어딨어 하는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하면서 말이다. 자신들이 부모들의 반대와 경악에도 불구하고 마약을 했던 세대였기 때문에 그들은 마약에 관대할 수 밖엔 없었다. 솔직하게 자신들이 마약을 했던 과거를 실토하면서, --거짓말은 아니니까,--어쩌면 그걸 미화하지 않았던 것만으로도 다행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마약에 관대한 부모를 둔 자식들은 학교에서 마약을 배워 중학교 시절부터 하기 시작한다. 처음엔 부모 모르게,하지만 조만간 그 누구도 모를 수 없는 그런 경지에 이르게 된다. 그쯤이 되어서야 부모는 알아차리고 경기를 하게 된다. 부모세대가 몰랐던 것은, 그들이 하던 마약과 자식들이 하는 마약은 강도가 다르다는 것이었다. 그들 세대에서도 물론 마약 중독으로 죽긴 했지만 , 중독에 이르는 사람이 그렇게 많지 않았고, 중독으로 신세를 망치는 사람도 그렇게 많지 않았다. 무엇보다 그들이 산 증인 아닌가. 마약을 했지만 멀쩡하게 가정을 꾸리고 아이를 건사하고 직장에 다니고, 돈을 벌고 은퇴후를 걱정하는 어른이 되었으니 말이다. 그들은 아마도 자기 자식들 역시 그 정도에서 끝날 것이라고 생각한 듯 하다. 하지만 그들은 틀렸다. 그리고 자신들이 틀렸다는걸 알아차리고, 이제 사태를 바로 잡을려 하는 순간 그들은 다시금 새로운 것을 배우게 된다. 자식 세대의 마약 중독을 끊는 것은 정말로 힘들다는 것을. 내가 부모로써, 걱정이 되니 이제 네 미래를 위해서 끊어라는 말로 하루아침에 끊을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걸 알게 되는 것이다.
그냥 어느정도 힘들다 였다면 아마도 이런 책이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 그것은 정말 징글징글 하게도 죽지 않았다.별별 수단을 다 쓰고, 종종 어릴적 그 아름답던 소년으로 되돌아와 마약을 끊겠다고 다짐을 하던 아들은 조만간 다시 마약에 손을 대고는 길거리로 나가 연락을 끊었다. 그리곤 몇 달 동안 부모의 애를 태우다 결국 병원에 실려 가서야 아들을 찾게 되는 순환을 반복하게 된다.
이 책의 저자는 끊임없이 묻는다. 과연 부모로써 어디까지 아들을 인내해야 하는 것일까? 거기에 한계란 없는 것일까? 그가 그런 생각을 하게 된 데는 정말로 마약 중독이 지긋지긋했기때문이다. 아들이 망가지는 꼴을 봐야 하는 것은 물론--보통 부모로써는 그것도 감당하기 어려운 모습이다. 그런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얼마나 커다란 상처일지 자식들이 모른다는건 얼마나 아이러니한가? --돈도 화수분처럼 들어가고, 그래도 아들 한번 살려 보겠다고 별별 수단을 다 써봤는데, 이번에는 괜찮겠지 했건만 다시 되돌이 마약 중독으로 돌아가니 말이다. 아들의 거짓말과 나약함에 질려 하다가도, 아들이 망가져 돌아오면 안스러워 어쩔 줄 모르는 모습에서 아들에겐 한없이 작아질 수 밖에 없는 부성을 느낄 수 있었다. 과연 정말로 부모란 어디까지 자식을 인내해야 하는 것일까? 부모라는 이유로 자식의 모든 허물을 그냥 뒤집어 써야 하는 것일까? 그래도 자식이기에, 마지막 희망을 놓치 않고, 반복되는 중독사에 하염없이 함께 휘말려야 하는 것일까?
저자 역시 정답을 알지 못하는 듯하다. 아마 누구도 정답을 알 수 없을 것이다. 한없이 사랑했다는 아들 닉이 왜 그렇게 한순간에 마약 중독자 정키가 되어서 인생을 종치게 되었는지 그것 역시 알 길이 없다. 그럼에도 한가지, 이 책을 보면서 마약 중독의 심각성에 대해 확실하게 알았다. 우린 마약 중독자 하면 패배자에 멍청한 사람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여기 작가의 아들 닉은 우등생에 전도 유망한 학생이었다. 그가 왜 한순간에 마약 외엔 아무것도 필요없다면서 거칠고 난폭하고 거짓말 장이가 되었는지 생각을 해보시라. 청소년 시절에 손에 댄 마약은 , 그것이 우연이었건 자신의 의지였건 간에 회복할 길 없는 흔적을 남긴다고 한다. 즉, 뇌가 마약이 가져다 주는 쾌감에 절어 버리는 것이다. 어른이 중독이 되었다 해도 벗어나기 힘든데, 아직 성장중인 뇌에 마약 맛을 보았으니 어떻게 됐겠는가? 일단 거기에 맛을 들이게 되면 벗어난다는 것은 생각처럼 쉬운 것이 아니라고 한다. 이 책을 보니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게 아닐까 싶었다. 부모들은 다들 행여나 그래도 자식이 제 정신을 차릴까 해서 모든 것을 다 해보지만 말이다.
하여간 이 책을 보면서 우리나라가 그래도 아이를 키우는데 있어선 미국보단 낫지 싶었다. 적어도 학교에서 마약을 배워 오진 않으니 말이다. 작가가 아들이 마약 중독이라는 사실을 알고는 학교에 찾아가자, 교장이 하는 말이, 요즘 모든 학교에서 비상이라고 하더란다. 아이고, 부모가 아이를 맡기는 최고의 보루인 학교에서 마약을 배워 온다면 과연 어느곳이 안전할 수 있겠는가. 마약을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하는 미국 학생들이 갑자기 무섭게 느껴진다. 그게 아무렇지도 않은 거라는 것을 이런 부모들의 절규를 보면서 한번은 생각해보면 어떨런지...
미국의 실정에서는 이런 책이 도움이 될지 모르겠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선 뭐, 아직까진 고등학생들이 마약을 하러 몰려 다니진 않으니 말이다. 다행이다 싶다. 제발이지, 다른건 몰라도, 그것만을 배우지 않았으면 한다. 자식들을 위해 무엇이든 하려는 부모들을 위해서 라도 말이다. 인생을 살아보기도 전에 마약에 빠져 인생을 버려 버리는 것만큼 낭비가 있겠는가? 우리나라엔 제발 마약 문제가 미국처럼 크게 번지지 않기를 바라면서... 우리 어른들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해야 하겠지 싶다. 다른 어떤 것보다 이런 비극은 없으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