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첨단 마을 스니드 빌에선 인간을 제외한 모든 것이 인공이다. 공기도, 나무도, 풀도,바람도,먹는 것도...길거리는 한톨의 먼지도 없이 깨끗하고, 사람들은 음료수를 사 먹듯 공기를 사서 들이마신다. 마을 주민들 모두 걱정이나 욕망 없이 단지 행복해만 보이는 그곳에 소년 테드가 산다. 옆집 누나 오드리를 짝사랑하던 그는 그녀가 진짜로 살아있는 나무를 보고 싶다고 하자 나무를 찾아 나서기로 한다. 스니드 빌도 한때는 나무가 무성한 아름다운 곳이었지만 지금은 그런 과거를 짐작도 할 수 없는 상태, 테드는 나무가 멸종하게 된 경위를 알고 있다는 윈슬로를 찾아가 자초지종을 묻는다. 마을 외곽에 괴짜 은둔자로 살아가는 윈슬로는 아직도 나무에 관심을 갖는 사람이 있냐면서 깜짝 놀란다. 나무가 사라진 것은 아무도 신경을 쓰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화를 내면서도 그는 나무를 사라지게 한 장본인은 자신이라고 실토를 한다. 돈을 벌 욕심에 나무 요정인 로렉스와의 약속도 져 버리고 마지막 한그루까지 베어 버린 것이 그였으니 말이다. 나무가 울창하던 풍성한 숲, 물고기가 뛰어 다니고, 오리가 활개를 치며, 곰들이 사고를 치던 아름다운 스니드빌은 나무가 사라짐으로써 황량한 들판이 되었다. 더불어 윈슬로의 사업 역시 망해 버렸고, 그는 후회와 자책감에 은둔자가 되어 버렸다. 나무를 살게 하고 싶다는 테드의 말에 윈슬로는 마지막 남은 씨앗을 그에게 맡긴다. 마을에 공기를 독점판매하고 있던 오헤어 사장은 테드가 나무를 심는다는 말에 펄쩍 뛴다. 공짜로 공기를 배출하는 나무를 마을에 내버려 둘 수는 없으니 말이다. 오헤어 사장의 방해 공작에, 마을 사람들 역시 지저분한 나무가 왜 필요하다는 것인지 이해를 못한다. 과연 테드는 윈슬로의 희망을 실현시킬 수 있을 것인가?





  < 깜찍해 보이지 않을지 몰라도 하는 짓은 귀여운 나무 요정 로렉스, 주인공으로써는 드물게 별다른 활약상을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 특징이다.>


내용이 요즘 만화영화 같지 않게 고루하고 교훈적이라 했더니, 유명한 동화 작가 닥터 수스가 원작자라고 한다. 아마도 각색자들이 원작의 틀에서 벗어나지 않으려 애를 쓴 모양이다. 요즘 나오는 영화 치고는, 특히 <슈퍼 배드>를 만든 제작진의 작품이라고 하기엔 지나치게 착했으니 말이다. 슈퍼 배드의 특징이 뭔가, 괴짜라고 할만한 사람들을 주인공으로, 시종 냉소적인 톤을 유지하면서도 공감이 가는 이야기를 만들어 내지 않았던가. 괴짜들을 가지고도 그렇게 사랑스런 영화를 만들어 냈다는 점에서 기발한 발상들에 박수를 쳐주었어는데...  캐릭터의 승리라고 할만한 특이한 등장인물에 기괴한 상상력은 말할 것도 없고 말이다. 전작의 기억에 힘입어 대충 그런 영화를 기대하고 갔건만, 이 영화에는 공감 가는 사랑스런 괴짜는 없었다. 인간성은 딱 두가지로 나뉘는데, 좋은 사람 아니면 나쁜 사람이고, 나쁜 사람들은 다 돈을 밝히는 사람들이다. 인공적이지만 아름답기 그지없는 스니드빌의 모습에 대비해 공해로 쩌들은 외곽을 보여주는데, 주민들의 안락을 위해 그들이 외면해야 하는 것이 무엇인지 확실하게 강조해준다. 지나친 단순화, 흑백 논리, 착해야 한다는 사명의식이 어찌나 뻔하게 드러나던지, 종종 지루함을 감출 길이 없었다. 휘향찬란한 3D 효과와 귀여운 동물들, 투덜쟁이 할아버지 같은 나무 요정 로렉스등 반할만한 요소가 많았음에도 말이다. 만약 그들마저 없었다면 공익광고인줄 착각했을 것이다. 미국에서도 이렇게 노골적인 공익 영화를 찍다니, 놀랠 노자다. 그들에겐 이거 너무 뻔해 보이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조금도 들지 않았을까? 여기 저기를 조금 손보면 보다 세련된 영화가 되지 않을까 고민해본 적은 없었는지 묻고 싶었다. 왜냐면 너무도 뚜렷한(?) 주제 의식이---환경을 훼손하지 말자, 나무를 자라게 하자는-- 이야기의 재미를 반감시키고 있었으니 말이다. 잘 된 이야기를 만들어 낸다는 것이 생각보다 어려운 일인갑다를 실감나게 해줬고, 종종 웃기긴 했지만 그게 이야기와 연결됐다기 보단 산발적인 이벤트에 그치다 보니 산만하게 여겨졌으며, 3D 효과에 탄성을 지르기도 했지만 그렇다고 그게 이야기를 더 재밌게 만들지는 못했다. 그렇다보니, 가장 재밌게 본 장면이 본 영화 상영전 틀어 준< 슈퍼배드 2>의 티저 영상이었다. 영화를 보고 났더니 기억나는 것이라곤 다른 영화 예고편이라니, 할 말이 없다. 역시 영화의 완성도는 이야기가 얼마나 탄탄한가에 달렸지 싶다. 아무리 영상에 공을 들였다고 해도 이야기가 진부하거나 캐릭터가 유치할 시 치유할 길이 없으니 말이다. 조잡하기 이를데 없던 < 아더 크리스마스>가 작년에 상영되었다는 것이 그나마 이들에겐 얼마나 다행스런 일인지... 적어도 우린 그렇게 망하지 않았다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을테니 말이다.


추신 1--오! 최양락 아저씨잖아? 오헤어 사장을 보는 순간 자동적으로 들었던 생각...

추신 2--아이들에게는 이 영화가 재밌을까요? 그건 저도 잘 모르겠네요. 함께 영화를 본 아이들 반응은 그런대로 괜찮았지만, 조카에게 보여주고픈 영화는 아니었거든요. 대신 내년 수퍼배드 2를 기약하려구요.

추신3--굳이 보신다면 3D로. 다른 영화에 비해서 3D 효과가 일취월장한 느낌이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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