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도소 도서관
아비 스타인버그 지음, 한유주 옮김 / 이음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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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버드 졸업후, 부고 기사를 작성하는 프리랜서 기자로 살아가던 아비 스타인버그는 삼대 보험이 된다는 이유로 보스턴 교도서 사서직에 취직한다. 독실한 유대교 집안에서 자라, 10대 시절 광신이었다 할 정도로 종교에 심취해 살았던 그가 범죄자들이 득실대는 곳에 자리를 잡게 된 것이다. 금발에 빼빼마른 스물 넷, 사복을 입으면 잘 봐줘야 열 넷 소년같다는 쑥맥이 과연 범죄자들 속에서 살아남을 수 있으려는지, 그를 아는 사람들은 네가 왜? 라면서 말려 보지만,  아비의 태도는 확고하다. 무엇보다 대학을 졸업했으면 일단 자신의 밥 벌이는 자신이 해야 한다는 생각때문이다.


책을 좋아하니 사서직이 적성에 맞을 거란 생각했던 아비는 교도소 도서관이 다른 곳과 다르다는걸 조금씩 알아가게 된다. 베스트셀러나 좋은 책들이 인기가 있는것은 다른 도서관과 다르지 않았지만, 교도소라는 장소와 죄수라는 신분에서 일단 보통 도서관과 같을 수 없었던 것이다. 하루종일 감옥에서 갇혀 지내는 죄수들에게 도서관은 만남의 장이자 휴식공간이었고, 우체국이자, 시장이며, 학교이자 , 변호사 사무실이었다. 범죄자들이 무섭지 않을까 했던 그는 오히려 갇혀 있는 그들에게 동정심을 느끼게 된다. 그리고 서서히 그들과 인간적으로 알아가게 되는데...


교도소 도서관 사서가 아니라면 절대 알 수 없었을 그런 경험들을 꼼꼼하게 풀어놓은 책이다. 어떤 직업이건 간에 남들이 알지 못하는 애환이 생기고, 이러저러 느낀 점들이 있을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보통 추억이라는 이름으로 포장하고 말 그런 경험들을 그는 충실히 담아 한권의 책으로 냈다. 하버드 졸업생인데 교도소 사서를 한다기에, 하버드도 별게 아니군 했더니만, 책을 읽어보니 역시 하버드더라. 관찰력이나 표현력, 그리고 통찰력등이 저자가 젊은 나이임에도 똑똑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었으니 말이다.


거기에 대범한 것도 넣어야 하겠지.토끼같은 범생이가 호랑이와 여우가 드글대는 범죄자속으로 걸어들어간다는 것이 쉽지만은 않았을테니까. 그렇게 범죄자들과 직접 대면하게 된 그는 선입견에 알지 못하는 그들의 면면을 알게 된다. 사서가 되기엔 포주가 제격이라는 것도, 감옥안에서 한없이 작아진 사람들도 출소하면 제자리로 돌아간다는 것도, 남녀 불문하고 범죄자들에게 유아 같은 면이 있다는 것도, 대부분 경계성 인격 장애자들인 범죄자 속에선 늘 경계를 해야 한다는 것도, 하드 커버 책이 무기가 될 수 있다는 것도 알게 된다. <프리즌 브레이크>의 인기는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는 것과 포주들의 설득력을 만만하게 봐선 안 된다는 것도, 잔혹한 폭력을 저지르는 자들에게도 진솔한 인간미가 있다는 점도 알게 된다. 그것만 있나? 감동도 있었다. 교회에 버린 2살짜리 아들을 감옥에서 만난 스트리퍼가 안타까워 도와주게 된 것도,  "조폭 요리사" 라는 TV 요리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싶어하는 갱단을 만나 그의 희망에 동참하게 된 것도 그때문이다. 그렇게 그들이 무섭기만한 사람들이 아니라는걸 알게 된 아비는 그들을 도와주고 싶어한다. 하지만 그의 시도는 현실의 벽 앞에서 머뭇대게 되는데, 과연 그는 어떤 결정을 내리게 될까?


우리가 알지 못하는 교도소의 인간적인 모습을 알게 해준다는 점이 재밌었다. 인간적인 면 못지 않게, 그 뒷면에 감춰진 모습까지 낱낱이 까발리고 있었는데, 이 책이 저자의 성장기라고 하는 것도 아마 그때문일 것이다. 순진하기 짝이 없는 사회 초년생이 직장이라고 들어간 곳이 교도소다. 그는 자신의 똑똑함을 무기로 버티고 있지만, 길거리에서 머리가 굵은 범죄자과 그는 살아온 환경이 다르다. 갇혀 있는 그들에게 인간적인 연민을 품을만큼 그는 선량하지만, 도와줄 수 있는 것은 이미 한정되어 있다. 결국 그는 자신이 한없이 좋게만 보아온 포주가 실은 14살짜리를 납치하고 강간하던 녀석이었다는 것을 받아들여야 했다. 더불어 풀려난 죄수에게 밤길에 강도당하는 경험도 하게 된다. 현실을 이러할진대, 그가 생각했던 유토피아, 책을 통해 인간을 조금이나마 구원하려 했던 그의 생각은 허무맹랑한 것에 불과했을 것이다. 그는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이 별로 없다는 것을, 그들의 인생을 어떻게 해서도 바꾸어 놓을 수 없다는 것을 이해하게 된다. 


그렇다. 세상은 만만하지 않다. 내가 인상적으로 봤던 것은 그가 단 2년만에 그 이치를 깨달았다는 점이었다. 그는 자신이 깨달은 것에 순순히 굴복한다. 역시 똑똑한 사람이다. 둔감한 사람이거나, 머리가 굳어 외골수밖엔 못하거나, 현실을 제대로 바라보지 못할 정도로 불행한 사람이었다면, 평생 자신이 그려놓은 기치 안에서 한발자욱도 벗어나지 못했을테니 말이다. 그런 점에서 이 작가의 다음 작품을 기대해봐도 좋지 싶다.


술술 넘어간다. 재기발랄한 유머와 뭉클한 감동 덕분이기도 하고, 흥미로운 새로운 정보때문이기도 하다. 범죄자들을 최대한 우아하고 품위있게 표현해 준 것도 마음에 들고, 그가 자신에게 솔직한 것도 좋다. 솔직히 도서관이라는 좁은 장소에서 이렇게 많은 이야기가 생겨날 줄은 몰랐다. 다만 단점이라면 하버드생답게 모든 정보를 꼼꼼하게도 다룬다는 점이다. 그럼 지루해질수 있다고 누군가 말해주면 좋겠다. 어쨌건, 이 책의 성공으로 드라마가 만들어질 것이라고 한다.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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