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파니에서 아침을
트루먼 카포티 지음, 공경희 옮김 / 아침나라(둥지) / 200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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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무명작가인 나는 같은 아파트에 사는 할리라는 여자를 만나게 된다. 무지 뻔뻔하거나 완전 돌았거나 그 비슷하거나,라고 자신을 소개하는 할리에 초반 불쾌감을 느끼던 나는점차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그녀의 매력에 빠져든다. 무엇이건 거침없이 내뱉고, 행동하고, 타인에게 민폐를 끼치는 것을 전혀 개의치 않은 그녀는 분명 보통 사람들과는 달랐다. 하지만 삶을 즐길 줄 알고 우아하게 차리고 나설 줄 알았던 할리, 개성이 넘치다 못해 아찔해까지 보이는 그녀에게서 내가  눈을 떼기 힘들다. 무엇보다 색다르게 재밌게 파격적으로 살 줄 알았던 그녀와 어울리던 나는 윤리나 도덕에 얽매이지 않은 삶을 맛보게 된다. 할리에게 어느정도 정이 들었을 무렵 나는 그녀가 거느린 일단의 남성들에게 익숙해지게 된다. 그런 와중에서도 그녀의 남편이라는 늙다리가 찾아오자 나는 식겁하고 만다. 고작 열 네살에 딸 넷을 둔 홀아비와 결혼을 했다는 그녀, 악착같이 갑갑한 삶에서 벗어나기 위해 몸부림 치는 그녀를 바라보면서 나는 경외에 차야 할지 기가 막혀야 할지 반신반의 하는데...


유명한 영화의 원작이다. 영화 만큼이나 매력적이여서, 왜 이 책을 영화화하는데 그렇게 많은 거절이 있었다는 것인지 이해가 가질 않았다. 아마도 당시의 시대상황에 비추어 보면 할리라는 존재가 받아들여지기 어려웠을 거란 짐작은 되지만서도... 이 책에서도 트루먼 카포티의 재치있고, 날렵한 글솜씨가 여지없이 발휘되고 있었는데, 오드리의 매력와 겹쳐서 읽으니 매력이 배가 되는 느낌이었다. 원작으로 보니 할리 역에 오드리를 맡긴 것은 정말 탁월한 선택이었지 싶다. 오드리가 아니라면 도무지 누가 이 맹랑하고 깜찍하기 짝이 없는 할리를 그대로 재현해 냈겠는가. 그것도 그렇게나 우아하면서도 치명적인 매력으로 우리를 감탄시키면서 말이다. 자칫 잘못하면 난잡한 여인으로 그려질 수도 있었을텐데, 작가가 의도했던 어디에도 갇히지 않은 자유로운 여인에 대한 이미지를 오드리가 완벽하게 표현해 냈지 싶다. 카포티의 매력을 알고 싶다시는 분들에게 추천, 얇지만 군더더기 없어서 다른 책 두권 읽을 것 못지 않다. 하여간 카포티, 이 작가가 사람들의 마음을 훔치는 매력있는 사람이었다는게 충분히 이해가 간다. 그가 알콜 중독으로 그렇게 자신의 재능을 썩혀 갔다는 사실이 새삼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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