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에 부는 서늘한 바람 밀리언셀러 클럽 120
돈 윈슬로 지음, 전행선 옮김 / 황금가지 / 2011년 9월
평점 :
절판


마약 중독자인 엄마와 함께 살아가면서 소매치기로 생계를 유지하고 있던 닐은 어느날 임자를 잘못 만나고 만다. 조 그레이엄이라는 거리의 탐정 지갑에 손을 대고 만 것이다. 단박에 조의 레이다에 걸린 닐, 거리에서 잔뼈가 굵은 조는 닐이 명민하다는 것과 불우하다는 것을 알아채고 그를 거둬 자신의 부하로 키우기 시작한다. 공부도 가르치고, 탐정이자 스파이로써의 모든 것을 전수한 조는 일취월장한 닐에게 자부심을 느낀다. 이제 어른이 된 닐, 본업은 돈 많은 비밀 집단의 처리반이지만, 외형적으로는 아이비 대학 문학부 대학원생인 그에게 의뢰가 들어온다. 바로 다음번 부통령에 출마할 생각인 존 체이스의 골치덩어리 딸 앨리를 찾아달라는 주문이었다. 뉴욕에서 가출한 뒤 런던에서 우연히 목격되었다는 그녀를 추문에 휩싸이기 전에 집으로 데려와 달라는 부탁이었다. 아무리 마약중독자에 망나니라지만 20대 초반의 아가씨가 제발로 걸어나갔는데, 그걸 어쩌란 말이냐 면서 투덜대던 닐은 그녀의 엄마로부터 실은 그녀가 의붓 아버지 존으로부터 강간을 당해왔었다는 말을 듣게 된다. 그녀가 정신없이 망가진 것도 무리는 아니겠다 싶은 닐은 그녀를 찾아 런던으로 향한다. 그녀를 찾기 위해 백방으로 알아보던 닐은 드디어 우연히 그녀와 일행들을 만나게 되는데...


소매치기 소년에서 프로페셔널한 탐정으로 진일보한 닐의 성장과정을 볼 수 있게 해준 소설이다. 닐 시리즈의 첫 편이라고 하는데, 이해하기 어렵지 않았다. 이런 매력적인 주인공들을 한번만 쓰고 버리기엔 아까웠을테니 말이다. 냉소적이지만 나름 정이 깊은 닐이나 그를 아들처럼 키운 조라는 사내의 묵직한 인간성이 읽는 내내 훈훈한 기운을 전달하고 있었고, 마약 중독자인 엄마를 둔 덕에 세상사에 대해서 누구보다 이해가 빠른 닐의 개성 역시 무시못할 매력이었다. 무엇보다 발상 자체가 신선하고 독특한 것이 다른 추리 소설에 비해 장점이다. 거리에서 주은 아이를 데려다 탐정질의 모든 것을 전수했는데, 그 녀석이 어른이 되어서 누구 못지 않은 신출귀몰한 탐정이 되어 활약을 한다는 이야기는 어디서도 들어본 적이 없었던 것 같으니 말이다. 그래서인지 조가 닐에게 탐정일을 일일히 전수하는 과정들이 제일 흥미로웠었다. 그런 세세한 부분의 디테일한 접근이 소설의 생생함을 더했다고나 할까. 하여간 흥미진진하게 읽은 책이다. 중반을 넘어서 약간의 로맨스가 억지스럽기는 했지만, 아마도 작가라면 그런 것을 비켜 나가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젊은 남녀가 한 공간에서 며칠을 보내는데 아무 일도 벌어지지 않았다더라 하면 오히려 그걸 더  이상하다고 생각하니 말이다. 신선한 추리 소설을 읽고 싶으시다면 집어 드셔도 좋을 듯... 이 시리즈의 2권은 어떻게 펼쳐질 지 벌써부터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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