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보지 마
카린 포숨 지음, 김승욱 옮김 / 들녘 / 200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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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 기대없이 집어 들었다가 흥미진진한 전개와 책 전반에 흐르던 긴장감 덕분에 오랜만에 책 읽는 재미를 만끽하게 해준 소설이었다. 내용은 여섯살 짜리 여자 아이가 실종되는 것으로 시작한다. 마을 사람들 전체가 모두를 알 정도로 소박하고 작은 노르웨이 시골 마을에서 한 아이의 실종은 마을을 떠들썩 하게 한다. 아이가 시체로 발견되는건 아닐까 노심초사 하던 마을 사람들은 아이를 데려간 사람이 산 마루에서 아버지와 사는 다운증후군 청년이라는 것을 알아낸다. 그 사실에 안도하는 마을 사람들, 왜냐면 그 청년이 파리 한마리도 죽이지 못하는 선량한 성품이라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마을 사람들의 짐작대로 아이를 안전한 곳으로 데려다 준 청년은 집으로 돌아가고, 아이에게 낮에 있던 일들을 물어보던 엄마는 산위에 있는 호수에 한 여자가 발가벗은 채 떠 있는걸 보았다는 말을 듣게 된다. 아이의 말을 예사롭지 않게 받아들인 엄마는 경찰에 신고를 하고, 허실삼아 호수에 가 본 경찰은 10대 소녀 하나가 누드로 죽어 있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처음 자살한게 아닐까 생각하던 경찰은 곧 누군가 그녀를 살해했으며 자살로 위장한 것이라고 심증을 굳힌다. 이제 문제는 누가 그녀를 죽였는가 하는 것, 사건을 담당하게 된 베테랑 형사 콘라드 세예르는 똘마니처럼 데리고 다니는 경사와 함께 탐문 수사를 하기 시작한다. 만나본 마을 사람들이 한결 같이 살해된 소녀 아니가 착실하고 행실이 얌전한 아이였으며 그렇게 죽임을 당할만한 짓거리를 하지 않았다고 증언한다. 하지만 그런 증언은 죽기전 그녀가 분명 누군가를 인적이 드문 호수가까지 저항없이 따라갔다는 사실과는 맞지 않는 이야기였다. 아니에게 주변 사람들이 알지 못하는 비밀이 있었던 것은 아닐까 추측하던 콘라드 경감은 그녀와 관련된 모든 사람들을 용의선상에 올려 놓는다. 동생이 죽었음에도 슬퍼 보이지 않은 아니의 언니, 딸이 죽은 비통함을 이상 행동으로 나타내 보이는 아니의 엄마, 그녀 덕분에 인생이 심하게 꼬여버린 아니 엄마의 전남편, 기가 센 아내 덕분에 맞춰 살기에 바쁜 아니의 아빠, 어린 시절의 트라우마를 숨긴 채 살아가는 아니의 남자친구, 아니가 베이비 시터로 일하던 시절 그녀에게 집적대던 마을 청년과 강간죄로 복역하고 나온 뒤 이를 숨기고 핸드볼 코치를 하고 있는 사람까지...모두에게 접근한 경감은 그럼에도 누가 그녀를 죽였는지 감을 잡지 못한다. 다만 작년부터 그녀의 행동이 달아졌었다는 주변의 말에 그녀가 그당시 어떤 일을 겪은게 아닐까 추측을 하긴 하지만 누구도 그녀가 어떤 일을 겪은 것인지 알지 못한다.  과연 경감은 이 조용한 마을에서 일어난 살인 사건을 해결할 수 있을까...


노르웨이의 한적한 시골 마을이라는 장소가 주는 폐쇄성이 미스테리의 긴박감을 더해주던 추리 소설이다. 누구네 집 숟가락에 몇 개인지 알 정도로 조그만 마을에 살인 사건이 일어나자, 마을 사람들 전부가 의심을 받게 된다. 서로를 향한 의심과 의문의 눈초리, 그들은 그제서야 서로가 서로를 얼마나 모르고 있었는지 깨닫게 된다. 아니 알면서도 눈을 가리고 있었던 것이던가. 그렇게 살인 사건으로 인해 마을 사람들이 숨겨온 갖가지 사연들이 한꺼번에 흘러 나오면서 , 진짜 누가 살인을 한 것일까? 그리고 왜? 라는 의문을 끝까지 가지게 하던 수작이었다. 과장되거나 억지를 쓰지 않고, 어디선가 진짜로 일어난 일을 그려넣은 것처럼 생명력이 넘치는 것이 특징이다. 마을 사람들 면면이나 경찰관들, 한마디로 등장인물들이 주변에서 볼 수 있는 흔한 사람들이라는 것도 장점. 평범함 속에서 벌어지는 살인 사건이라는 점이 더 실감나게 다가왔다. 실제로 주변에서 벌어지는 살인 사건은 그렇게 사소한 비밀들이 모여서 벌어지는게 아닐까 하는 현실감이 있었던 것이다. 거대한 악령이나 사이코 패스를  끌어들이지 않고도 사건을 만들어 낸다는 점이나, 사건이 일어난 순간부터 해결까지 진짜 수사를 지켜보는 듯 자연스럽게 전개하는 방식, 사람들의 대화를 실감나게 연결하는 것, 그리고 끝까지 긴장감을 놓치 않게 하는 점등이 장점이었다. 마치 한편의 잘 된 영화를 보는 것 같았다. 아마 영화로 만든다고 해도 걸작이 될 듯...책의 분위기를 제대로 살려낼 수만 있다면 말이다. 하여간 앞으로 이 작가 주목해서 볼 생각이다. 필력이 예사롭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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