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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8, 우연히 ㅣ 데이브 거니 시리즈 1
존 버든 지음, 이진 옮김 / 비채 / 2011년 8월
평점 :
한때 이름을 날렸으나 지금은 은퇴한 형사인 데이브 거니는 오랫동안 잊고 샆았던 동창으로부터 연락을 받고는 어리둥절해한다. 그간 어떻게 살았는가는 모르겠으나 지금은 조그만 명상 단체의 구루로 (지도자란 뜻) 명성이 자자한 마크 맬러리가 데이브의 도움이 절실하다면서 그를 찾아온 것이다. 마크의 공포에 질린 표정에 사정을 들어보던 데이브는 어이없는 이야기에 뭐라 대꾸할 말을 찾지 못한다. 마크 앞으로 편지 하나가 도착했는데, 거기엔 마크의 모든 것을 다 알고 있다면서 머리속에 가장 먼저 떠오르는 숫자를 대라 했다 한다. 장난 편지겠거니 하며 아무 생각없이 658을 생각한 그는 편지 뒤쪽에 바로 그 숫자가 적혀져 있는 것에 혼비백산하고 만다. 편지는 거기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의 저지른 과거의 죄값을 받아야 할 차례라면서 살해당할 것을 암시하는 말이 적혀져 있었다.
데이브는 이건 말도 안 되는 일이라면서, 누군가의 장난일거라 치부하지만 의외로 마크는 단호하다. 과거 자신이 알콜 중독에 빠져 살았었는데, 그 당시 자신이 어떤 일을 벌이고 살았었는지 기억이 나질 않는다는 것이었다. 만약 그때 자신에게 상처를 받은 사람이 이제와서 복수를 하는 거라면 그 전에 이야기를 해보고 싶다고 간절하게 호소하는 마크에게 데이브는 반신반의한다. 공포에 떠는 마크를 안심시키느라 사건을 수사하기로 약속한 데이브는 그 이후에도 수상한 편지가 계속되자 경찰에 알릴 것을 조언한다. 하지만 구설수에 오를 것이 염려된 마크는 조언을 거절하고 결국 자기 집 정원에서 잔인하게 살해된 채로 발견된다. 과연 마크에게 편지를 보내온 자는 누구일까? 마크를 그렇게 잔인하게 죽여야 할 정도로 그에게 원한을 산 사람은? 무엇보다 마크가 기억도 하지 못한다는 과거의 죄란 무엇일까? 정말로 그가 그렇게 죽었어야 할 정도로 끔찍한 일을 벌인 것일까? 수사를 해 나가던 데이브는 마크가 비슷한 수법으로 살해 된 사람들 중 하나라는걸 알아낸다. 친구의 불안을 가볍게 여겼던 데이브는 친구를 위해서라도 꼭 범인을 잡고 싶어하는데, 과연 범인을 잡는 단서는 어디에?
초반 몇 페이지를 읽었을때는 반신반의했다. 재밌다는 확신을 주지 못하는 도입부였기 때문이다. 속는 셈 치고 다음을 읽어 내려 갔는데, 이거 의외로 재밌는게 아닌가. 흥미를 끄는 이야기 발상도 그렇지만 인물이 주는 개연성 때문에 정말로 그런 일이 벌어질 것인양 읽어내려 가게 만드는 몰입도가 만만찮았다. 1에서 천까지 숫자중 하나를 대보라는 편지가 도착하고, 그 답이 미리 그 안에 적혀져 있어 상대를 놀라게 하는 트릭, 편지를 받은 사람으로 하여금 죄책감이 들게 하는 묘한 내용의 편지, 자신이 저질렀을지도 모르는 죄를 생각해 내느라 안절부절 못하는 당사자라...만약 이런 일이 실제로 벌어진다면, 정말 이렇게 불안에 떨겠구나 싶은 자연스런 이야기 전개였다. 범인을 찾아가는 줄거리 자체도 흥미진진해서 손에서 책을 내려 놓기가 힘들었다. 더불어 냉소적이고 비극적인 아우라를 지닌 데이브 거니의 매력도 책을 읽는 재미를 더하고 있었는데, 그를 주인공으로 한 시리즈의 첫번째 편이라고 한다. 이런 주인공이라면 다음편을 기대해 봐도 좋지 않을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