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Thirteen 써틴
세바스찬 보몬트 지음, 이은정 옮김 / 폴라북스(현대문학) / 2009년 9월
평점 :
절판
아버지의 회사를 물려 받은 덕에 20대 초반을 승승장구하던 스티븐 바돗은 회사의 파산으로 낭떠러지로 굴러 떨어진다. 20대 초반 남들이 성공을 위한 기반을 쌓고 있을때, 자신은 회사의 사장으로 흥청망청 살아왔던 그가 파산후 할수 있는 일은 전무...그는 적응 안 되는 파산자의 생활과 앞으로 살아나갈 것의 막막함, 그리고 인생을 허비했다는 자책감으로 우울증에 빠진다.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 자살이나 해볼까 하던 그는 우연히 학창 시절의 친구를 만나게 된다. 그가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모르겠다고 속마음을 털어놓자, 친구는 자신에게 버돗의 인생을 조금만 맡겨 달라고 조언한다. 자신이 그가 할 일을 정해줄 터이니 아무 생각하지 말고 따라 달라는 것이다. 어차피 아무 생각없이 살아온 인생, 친구의 말이 딱히 틀릴 것도 없다 싶었던 그는 친구의 말대로 야간 택수 운전을 하기로 한다. 과거의 그를 생각하면 어림도 없는 일이었지만 막상 하고 보니 일이 힘들긴 해도 못할 일은 아니란 사실에 저으기 안도한다. 위험한 일도 있고 막나가는 손님들도 만나지만 그럼에도 인생을 배워 간다는 사실에, 자신의 손으로 돈을 번다는 사실에 뿌듯함을 느낄 즈음, 그는 이상한 손님을 만나게 된다. 아름답지만 죽어가는 것이 뻔해 보이는 밸러리란 아가씨를 단골 손님으로 태우던 그는 그녀가 타고 하던 위시 로드 13번지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말에 경악하고 만다. 이상하단 생각에 다른 동료 운전사에게 물어보니 그는 식겁을 하면서 다시는 그곳에 가지 말라고 ,알려고도 하지 말라고 조언을 해준다. 그 말은 곧 그에게 절대로 거기에 관심을 가져 달라는 소리로 들리고, 그는 언제 다시 그곳에 가게 되려나 기다리게 되는데...
작가가 한때 택시 운전으로 생계를 이어갔다고 하는데, 그 당시의 경험이 책안에 녹아 있다는 점이 신선했다. 진짜 택시 기사가 아니라면 쓸 수 없는 이야기들을 적절하게 버무려 나갔는데, 그것이 자신만의 목소리라서 인상적으로 다가온다. 우울증에 걸린 야간 택시 기사라...그가 접하는 세상은 어떤 모습일까? 별로 궁금하지 않았는데, 그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어느새 호기심을 달고 있는 나를 발견하게 된다. 이야기에 생명력이 있다는 말이다. 그렇게 참신하고 독특한 이야기 전개로 나를 확 사로잡더니만, 문제는 중반을 넘어서 이 작가가 횡설수설한다는 것이었다. 그렇게 매력적이고 공감가는 이야기를 차분하게 끌어 내더니만 왜 난데없이 공상의 세계로 넘어간 것인지, 이해가 되질 않는다. 그냥 야간 택시 운전을 하면서 겪었던 자신의 이야기만 써 내려 갔더라도 훨씬 더 좋은 작품이 나올 수 있었을 듯한데 말이다. 이건 뜬금없이 손님이 원하기만 하면 생겨나는 번지가 있고, 그것이 자신의 과거와 연관이 되 었더라는 황당한 이야기를 지어낸 데에는 박수를 쳐줄 수 없었다. 데뷔작이라고 하던데, 아마도 이야기를 어떻게 연결하고 이어가야 할지 자신이 없었던게 아닐까 한다. 자신이 아는 것만 확실하게 써 줬어도 이렇게 모양새 안 나가는 끝은 만들지 않았을텐데 말이다. 하여간 초반에 호기롭고 신선하게 이야기를 풀어 나가기에 좋은 작가를 한명 발견했는가 보다 라면서 좋아하다가 ,마지막을 보면서 실망한 책이 되겠다. 앞 뒤가 그럴싸하게 연결이 되었더라면 아마도 수작이라는 소리를 들었을텐데, 아쉽다. 이 작가가 다음에 어떤 작품을 써낼지 기대가 되긴 하지만서도, 다음 작품에서도 이런 용두사미라면 아마 두번은 더 거들떠 보게 되지 않을 것이다. 두번이나 실망하기엔 안타까운 글발이라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