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의 변호사 - 붉은 집 살인사건 어둠의 변호사 시리즈 1
도진기 지음 / 들녘 / 2010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어둠의 변호사 시리즈의 1편인 <붉은 집 살인사건>이다.판사직을 그만두고 변호사 생활을 하고 있는 도진. 하지만 판사를 내던진 뒤로 법정에서 그를 본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가 법정에서 시시비비를 다투는 변호사가 아니라, 법정에 나서길 꺼리는 사람들을 위해 법률적 조언을 해주는데 그치고 있기 때문이다. 해서 붙여진 이름이 <어둠의 변호사>, 그런 그에게 새로운 의뢰가 들어온다. 육순을 넘긴 의뢰인인 남광자는 우연히 곧 암으로 죽게 될 오빠의 유언을 들었다면서 과연 자신에게 유산이 돌아오게 될지 그에게 자문을 구한다.더불어 그런 유언을 남긴 오빠의 태도가 이해되지 않는다는 말을 덧붙여서...그녀의 말에 따르면 자신의 집에는 남씨와 서씨 일가가 함께 사는데 함께 모여 살게 된 사연이 예사롭지 않았다. 60년대에 재혼한 부부의 전혼 자식들이었던 그들은 아버지가 어머니를 잔인하게 살인하고 자살함으로써 하루아침 가족이 붕괴되는 아픔을 겪게 된다. 남편인 서씨가 남긴 재산이 아내의 자식인 남씨들에게 남겨짐에따라, 하루아침에 갈 곳이 없어진 서씨와 함께 살게 된 것이 지금에 이르렀다는 것. 자신의 엄마를 죽인 남자의 자식들과 그동안 동거를 해왔다는 사실에 놀라움을 감출길 없었던 도진은 그 가족에게 그 외에 다른 살인사건이 있었다는 사실에 흥미를 느낀다. 바로 몇 해전에 서씨의 아내가 강도에 의해 살해되었다는 것, 아무리 우연이라고 해도 한 집안에 대를 이어 살인 사건이 벌어질 수는 없다고 생각한 도진은 그 집안에 감돌고 있는 비극적인 기운을 감지하게 된다. 거기에 남씨의 유산 일순위 상속인인 남씨의 딸을 본 도진은 앞으로 무슨 일이 터지고 말겠다는 예감을 갖는다. 그녀가 인간이라고 하기엔 너무 아름다운데다, 무엇보다 장님에 가까운 시력장애인이었다는 것. 살인 사건이 횡횡하는 집안 내력에, 집안의 유산을 받게 될 연약하기 짝이 없는 젊은 여인. 도진은 여인을 구하기 위해 이리저리 알아보지만 결국 몇 달 후 그녀가 실족사 했다는 소식을 전해 듣게 된다. 그녀를 구하지 못했다는 자책감에 그는 사건의 전말이라도 알아내려 애를 쓰는데...


작가의 이력이 우선 주목을 끌었다. 현재 판사를 하면서 짬 나는 시간에 글을 쓰셨다고 하니 말이다. 일단 판사를 하면서 다양한 인간들을 봤으니, 아무래도 다른 소설과는 격이 다른 내용이지 않을까 하는 기대에 보게 됐다. 만약 형사법정 판사를 하셨다면 모르긴 몰라도 범죄자들을 많이 보였을테고 말이다. 처음 몇 장을 읽어 가는데, 꼼꼼한 문장에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이야기 전개, 무엇보다 군더더기없는 묘사가 맘에 들었다. 우리나라 작가들의 고질이 바로 시도때도 없이 등장하는 길고 긴 설명이라서, 적어도 거기서 벗어났다는 점이 신선했던 것이다. 그런데 그런 신선함은 중반을 넘어가면서, 그럼 그렇지로 변하고 말았다.


아이고, 누가 직업이 판사가 아니시랄까봐, 이건 알리바이알리바이알리바이알라바이...즉 작가가 올곧이 알리바이에 집착하고 있었던 것이다. 맨처음엔 완벽한 추리를 위해, 그 정도는 필요하지 하다가 결국 이건 정도가 지나치다 했다. 알리바이의, 알리바이를 위한, 알리바이에 의한, 즉 주인공이 알리바이라고 해도 무리가 아닌 책이었던 것이다. 하여간 알리바이만 세다가 날 새는 책이라고 보심 되는데, 아니 아무리 추리 소설이라고 하지만 과연 누가 알리바이만 보려고 책을 사겠나. 응? 인물들의 관계를 보려고 사지 않겠어? 그런데 초반에 잘 나가던 이야기가 결국엔 알리바이에 의한 누가 범인인가로 몰아가는데 식상으로 가기도 전에 질려 버리고 말았다. 수학책도 아니고 말이야, 무슨 증명을 그리도 해대던지...나중에 그놈의 알리바이 소리만 나오면 책을 집어 던지고 싶었다. 그러니까, 과연 우리가 알리바이가 얼마나 완벽한가 그런게 궁금해서 추리 소설을 읽는가 그런 의문이 들었다. 난다 긴다, 걸작이다 명작이다 라는 이름이 붙는 추리 소설에 과연 알리바이가 딱딱 완벽하게 들어맞는 소설이 얼마나 될까? 과연 그런게 있기는 할까? 그리고 어쨌거나 소설을 읽으면서 우리가 완벽하기 짝이 없는 그런 알리바이를 원하는 걸까? 그냥 대충 맞기만 하면 감수하고 읽지 않나? 중요한 것은 이야기지, 알리바이가 아니니 말이다. 하긴 법정도 아닌데, 완벽한 증거나 증명이 필요하겠는가.  추리 소설을 읽는다는 것 자체가 이건 허구라는걸 인지하고 읽는 것인데 말이다.


해서, 작가님에게 한마디 드리고 싶다면, 다음에 책을 쓰신다면 인물에 더 임팩트를 주시고 알리바이는 대충 넘겨 주십사 라고 말하고 싶었다. 우리가 추리 소설을 읽는 것은 재미있어서라는걸 잊지 마셔야 한다고. 완벽한 알리바이에 의한 흠잡을데없는 추리가 아니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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