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와이 왕족의 후손인 맷 킹은 가문의 유산에도 불구하고 성실하게 일해 집안을 꾸려 나가는 변호사다. 그가 가문에 남은 마지막 땅 덩어리는 처분하기 위해 출장가 있는 동안 사고 소식이 전해진다. 보트 사고로 아내가 식물인간이 된 것이다. 병상에 누워 있는 아내를 항해 깨어 나기만 하면 좋은 남편, 아빠가 되겠다고 다짐을 하는 맷, 그는 그간 아내와의 사이가 소원했음에도 얼마든지 고칠 시간이 있을 거라 생각했던 자신이 원망스럽다. 하와이가 지상의 낙원이고 천국이라고 믿는 사람들에게 우리는 인간으로 보이지 않냐고 되묻는 맷, 그는 어디서 살아가던지 간에, 일상을 살아간다는 것은 누구에게나 다름이 없다고 설명한다. 인간이라면 피할길 없는 생로병사의 고통이 천국 휴양지 하와이라 해서 비켜갈리 없으니 말이다. 멀리 갈 것도 없다. 그를 보라. 서핑한게 언제인지 모르겠다고 할 정도로 바쁘게 살아왔건만 그는 지금 행복과는 거리가 멀다. 오히려 자신에게 닥친 상황을 어떻게 수습해야 하나 벅차다. 아내가 영영 깨어나지 못할까 두려운 것도 두려운 것이지만, 그에겐 열 일곱, 열살인 두 딸이 있다. 그동안 아내에게만 맡겨 두다  이제 그들을 돌보려 하니 이건 외계인도 그들보단 말이 통할 것 같다. 오리무중, 고통스럽고 난감한 상황들을 최대한 이성적으로 헤쳐 나가려던 그에게 마지막 폭탄이 떨어진다. 큰 딸의 입을 통해 그간 아내가 바람을 피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이다. 심지어 그녀가 이혼을 하려 했다는 사실을 친구를 통해 전해들은 그는 망연자실하고 만다. "내가 당신을 알기나 했냐"고 아내에게 화도 내보지만, 정작 그녀는 한마디 대꾸도, 자기 변명도 하지 못한다.아내를 사랑할 수도, 미워할 수도 없는 상황에 처한 그는 두딸을 데리고 아내의 상대남을 찾아 고향으로 향한다. 과연 맷은 그에게 무슨 말을 하려는 것일까. 그에게 남겨진 어려운 결정들이 첩첩히 쌓여가는 가운데,  이 터지기 일보직전의 스트레스 상황을 무사히 헤쳐 나갈 수 있을 것인지 보는 이들마저도 불안하기만 한데...

 

 

 살아오는 동안 지은 죄라곤 재미없게 살아온 것밖엔 없을 듯한 성실한 변호사 킹에게 상상도 하지 못했던 불행이 닥쳐왔다. 사고를 당한 아내가 식물인간이 되고, 그마저도 인공 호흡기를 뗄 처지가 된 것이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감당하기 벅차구만 그는 이어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된다. 아내를 잃은 것이 이미 오래전이었다는걸 정작 당사자인 자신만 모르고 있었다는 것이다. 충격을 삭이기에도 부족한 시간에 그는 분노와 애도와 자책과 정리를 동시에 해야 한다. 아내에게 남은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기 때문이다. 화를 내도 대꾸를 못하는 아내를 닥달할 수는 없으니 그는 아내의 상대남을 찾아 나선다. 처음엔 호기심과 분통을 터뜨릴 생각에 그를 찾아갔던 맷은 그를 만나 말한다. 아내가 곧 죽을 거라고 , 그러니 마지막 인사를 하라고...물론 그건 그 남자가 꽤나 맘에 들어서 한 말은 아니었다. 다만, 만약 아내가 제 정신이 상태였더라면, 사랑했던 사람과 작별인사를 하고 싶어했을 거라는 배려 때문이다. 그것이 자기 맘에 들던지 안 들던지 간에, 세상을 떠나는 것은 자신이 아닌 아내니 말이다.그리고 그 과정을 통해 그는 그간 간과하고 있었던 자신의 뿌리와 가족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자신을 송두리째 흔들게 만드는 사건을 겪다 보니, 새삼 무엇이 중요한지 생각해보게 된 것이다. 과연 그가 새롭게 깨달은 소중한 가치들은 무엇일까? 그런 심정의 변화는 유산을 둘러싼 결정에도 영향을 미치게 되는데.....


영화를 보면서 든 생각들...

1.언제 남에게 내 생의 마지막 뒤처리를 떠맡기고 가야 하는 상황에 놓일지도 모르니, 평소에 최대한 잘 살아야 겠다 싶었다. 왜냐면 자신의 불륜 뒤처리까지 남편에게 맡기는 아내가 다른 불륜녀보다 몇 배는 잔인해 보였기 때문이다. 그것이 남편이나 아이들에게 그녀에 대한 마지막 모습이 될 터인데, 그게 과연 가족들에게 할 짓이겠는가. 사랑하는 이의 죽음을 겪어내는 자체가 공허한 것인데, 거기에 추억마저 말살하게 한다는건 정말 못한 일이다.

2.조지 클루니가 연기를 열심히 했다는 것은 알겠다. 이런 극한의 감정들을 실감나게 연기하는 것이 쉽지만은 않았을 거라는 것도 이해한다. 하지만 평생 차면 찼지 차였을 것 같지 않은 중년의 매력남 조지 클루니가 찌질남이라... 딱 맞는 옷같아 보이진 않았다. 그보단 클루니 본인에겐 별로 와닿지 않는 상황을 연기하려 머리를 열심히 굴린다는 느낌이 들었다. 관객들 만큼이나 그도 이런 상황에서 어떤 느낌이 들지 궁금한 모양이더라. 얼마전에 <필라델피아>를 다시 보게 됐는데, 톰 행크스가 왜 그 해의 아카데미상을 탔는지 이해가 갔다. 그 영화속에 톰이란 사람은 없었다. 단지 에이즈로 죽어가는 게이 변호사가 있었을 뿐...그런 정도의 몰입이 어디서 오는지는 도무지 모르겠지만, 상상력이건 재능이건 간에 이 영화속 조지 클루니에겐 없었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3. 주변에 부부들을 보면 가끔 이런 생각이 든다. 세상에서 가장 가까운 사이라는 그들이 실은 상대를 가장 모를 수도 있다는 점. <Do I know you?> 라고 식물인간이 되어 있는 아내를 향해 분노를 터뜨리는 맷이 그러니까 그렇게 드믄 케이스는 아니란 것이다. "내가 당신을 알기나 했어?" 내진 "당신이 알고 있는 나는 내가 아니야..."라고 말하는 아내나 남편이 얼마나 많을까. 그리고 그런 거짓이 언제까지나 상대에게 먹힐 수 있는 것일까. 부부라는 외관을 유지하기 위해 그들이 자신을 억누르고 사는 시간들이 늘어날수록 결국 삶의 질은 떨어질텐데... 과연 우리는 얼마만큼 불행해야, 세상이 만든 틀에서 벗어날 용기가 생기는 것인지도 궁금하다. 거기에 이르기까지 인간이 겪어내는만 하는 고통의 크기 역시도...이 영화속에 등장한 맷 부부 역시 아마도 오래전에 이미 관계가 끝이난 사이였을 것이다. 다만 그것을 서로가 인정하지 않았던 것일 뿐...그런 면에서 맷이 아내의 죽음에 미친듯이 슬퍼하지 않은 것도 이해가 간다. 사실상 아내를 잃은지 이미 오래전이었을테니 말이다. 부부사이는 당사자만이 알 수 있는 것이라고들 사람들은 말하는데, 진부하다 못해 농담같이 생각되는 그 한마디에 실은 생각보다 더 많은 진실이 담겨져 있는 것은 아닐까 한다.

4.내 삶의 마지막을 결정하는건 내 자신이여야 한다는 것에 대한 자각과 그걸 실천한 아내가 부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만약 아내가 미리 심폐기능 소생술 거부 신청서에 사인을 해놓지 않았더라면 이야기는 훨씬 더 지저분하게 흘러갔을 것이다. 아내의 아버지는 결코 " 완벽한 딸"이었던 아내를 보내려 하지 않았을 것이고, 착해 빠진 맷은 일말의 희망에 발목이 잡혀 언제까지나 현실을 희생했을테니 말이다. 그녀가 비록 자신을 배신한 사람이었다고 해도, 오히려 그런 사실때문에 인공호흡기를 떼는 과정들이 훨씬 더 힘들게 흘러갔을테지. 그런걸 보면 상황을 깔끔하게 종료시킨 공에는 아내의 선견지명도 있었지 싶다.죽음이 피할 수 없는 것일때 미련없이 작별 인사를 하는 것도 현명한 일 아니겠는가. 나뿐만이 아니라 주변 사람들에게도 부담을 덜어주는 일이 되겠다는 생각에 그런 의사표시는 미리미리 해둬야 겠다는 생각을 영화 보면서 했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선 그런 의사표시를 어디에 해야 하나? 그런 제도가 있긴 할 것 같은데...

5. 이 영화에서 가장 맘에 들었던 것은? 하와이라는 천국에서도 사람들이 살아간다는 것에는 변함이 있을리 없다는 것에 대한 고백. 하니 부러워 하지 말지어다. 옆 집 정원이 아무리 근사해 보인다고 해도, 산다는 것은 거기나 여기나 똑같다니 말이다.

6. 알렉산더 페인, 이 감독의 영화는 늘 평균은 하는데 보고나면 무언가 살짝 빈듯한 느낌이 든다. 2% 부족한 느낌이라고 해야 할까. 아마도 완벽하게 공감하기에 어려운 인물들이 주로 등장시키기 때문이 아닐까 싶은데, 일례로 들자면 아무리 하와이라 해도, 엄마의 유골을 뿌리는데  비키니 차림인 큰 딸, 눈에 거슬린다. 정말 그럴 수 있을까? 뭐, 그럴 수도 있겠지. 라고 억지로 수긍해야 하는 것이 바로 이 감독의 트레이드마크인 모양...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