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티스트 - The Artist
영화
평점 :
개봉예정


1. 타임지 선정 2011년 최고의 영화라고 하길래 보게 된 영화다. 보고 나니, 화면이 고혹적이라는건 알겠는데, 왜 이 영화가 1위에 선정된 것인지는 잘 모르겠다. 작년에 나온 영화들 중에서 괜찮은게 그렇게 없던가? 좋다는 영화를 다 본 것이 아니라서 주저스럽긴 하지만, 적어도 내용이나 감동이라는 면에선 이보다 괜찮은 영화가 있을성 싶은데 말이다.  뭐, 전문가들의 눈이 틀릴리는 없으니, 분명 그들에겐 내게 안 보이는 것들이 보였던 모양이지... 어쨌거나, 영화 시작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 시간을 체크하고 싶은 충동이 들길래, 살짝 실망스러운 기분이 드는걸 숨길 수가 없었다. 이런 행동은 내가 영화가 재미없을때 나오는 "무의식적인" 제스처로, 기대가 컸던 만큼 그럴리 없다고 부인하고 싶어졌다. 아냐, 분명 재밌을 거야, 내가 지금 하는 행동은 그저 시간이 궁금해서 그런 것일 뿐이야...라고 애써 내 행동의 의미를 깎아내렸지만, 왜 전반적인 분위기라는 것이 있지 않는가. 초반에 적어도 이 영화가 어떤 방향으로 갈지 대충 맛 뵈기로 짐작이 되는 것, 하여 30년대를 배경으로 하는 흑백 화면을 한 10분 정도 보고 나니 곤혹스런 기분이 들었다. 엄청난 반전이 있지 않고서는 대단한 내용을 이야기할만한 영화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내 취향의 영화가 아니라는 건 이미 분명해 보였고, 갇혀 있지 않았다면, 다시 말해 영화관에 앉아서 이렇게 보고 있지 않았다면 끝까지 보지도 못했을 영화라는 생각마저 들었다. 벌써 자리를 박차고 나갔거나 채널이 돌아갔을테니 말이다. 영화관에서 보기를 잘했네. 안 그랬다면 어떤 영화일까 언제까지나 궁금해했을 테니 말이야....라고 애써 나를 위로했지만, 별로 기분이 나아지진 않았다. 그나마 기분이 더 나빠지지 않았다는 것이 최후까지 남은 위안이었다. 언제고 더 싫어할만한 요소가 튀어나오는건 아닐까 싶어 조마조마했으니 말이다. 이를테면 한없이 유치해서 웃음 조차도 나오지 않는다던가 하는 것들...

 

2. 내용은 간단하다. 한때 잘 나가던 무성영화 배우가 유성 영화가 보급되기 시작하면서 좌절을 겪는다. 자신을 엔터테이너가 아니라 아티스트라고 생각한 그는 자신이 알고 있는 트릭이 아닌 다른 트릭으로 춤 출 줄 몰랐던 것이다. 큰 맘 먹고 찍은 영화는 쪽박이 났지, 타이밍 맞춰 찾아온 대공황은 하루아침에 그에게서 모든 것을 빼앗아 버린다. 결혼생활을 불행해하던 아내마저 그를 떠나자, 이제 그에게 남은 것은 언제나 그의 곁을 지키는 강아지뿐...모든 것을 포기하려는 그에게 신인 배우시절 그를 짝사랑하던 여배우가 찾아온다. 그가 끊임없이 추락하던 그 시절에 그녀는 반대로 화려하게 비상했다. 만드는 작품마다 히트가 나서 국민 모두가 사랑하는 배우가 된 그녀는 자살하려다 상처를 입은 그를 데려다 간호를 한다. 그녀의 진심이 사랑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초라하게 영락한 자신이 비참하기만 한 무성배우, 과연 둘의 사랑은 어떻게 끝나게 될 것인가? 남은 것이라고는 드높은 자존심뿐인 그가 과연 여자의 순정을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인가? 

 

3. 화면은 그야말로 흠 하나없이 완벽했다. Impeccable는 형용사가 마치 이 영화를 위해 만들어졌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말이다. 화면속 배우들은 30년대의 고풍스런 분위기를 자연스럽게 연기하고 있었고, 소품들은 하나하나가 어쩜 그리도 반짝반짝 빛이 나던지, 만약 그것들이 그렇게 빛 나지 않았다면 30년대 만들어진 영화라고 해도 믿었을 것이다. 흑백의 화면에 무성과 자막, 그리고 30년대를 고증하는 의상들과 고풍스런 분위기의 배우들이 모두 그때를 충실하게 재현하고 있었다. 단지 지나간 시절을 재현했다고 하기엔 너무도 우아하고 아름다워서 차라리 새로운 버전의 30년대를--2011년도에 상상해본 1930년대라고나 할까.-- 만들어 냈다는 것이 어쩜 더 정확한 표현이 아닐까 싶다. 공들여 만든 티가 확연한 배경에 섬세한 화면들, 미장센에 있어서만큼은 눈이 호사하는 기분이 드는건 어쩔 수 없었다. 정말 화면 하나에 엄청 신경을 썼겠구나 싶은 그런 장면들이었고, "아티스트" 라는 영화의 제목이 왜 붙여졌는지 이해가 가게 만드는 화면들이었다. 장면 장면마다 예술작품같았으니 말이다. 그렇게 흠 하나없다고 외치고 싶은 화면에도 내가 만족하지 못하는 이유는, 바로 내용이 별게 없었기 때문이다. 요즘 같은 시대에 30년대에나 먹힐 듯한 내용이라니... 해도 너무했다. 70년이나 지나지 않았는가. 물론 그때나 지금이나 사람들의 심금을 울리는 공통분모인, 영원한 사랑을 주제로 하긴 했지만서도, 아무리 뜯어 봐도 식상한 줄거리는 어디 못 간다. 아무리 포장을 멋들어지게 했다 해도 말이다. 작년 우리나라에도 복고풍이 불더니만, 미국사람들도 마찬가지로 과거가 그리웠었나보다. 30년대, 삶은 단순하고, 사람들은 마냥 순진하고 충직하며, 불륜은 품격있는 신사가 할 일이 아니라고 단정하는데다, 자극적인 섹스가 아니라도 이야기를 끌어나갈 수 있었던 그 시대의 사랑이야기가 말이다. 그래, 가끔은 그시대가 그립기도 하다. 그 시대에 만들어진 영화나 음악이 지금보다 유치하다거나 이야기가 빈약하다고 생각되지도 않고. 품격이나 재능, 즉 예술적인 감각면에서는 분명 우리가 따라가지 못하는 면들이 있다는 점도 부인못할 것이다. 하지만 그런 부러운 과거를 재현만 하지 말고, 지금의 시각에서 새롭게 해석을 했더라면 오히려 더 흥미진진한 이야기가 나오지 않았을까 싶었다. 물론 그랬더라면 이 영화가 가진 순진하고 낭만적이며 낙관적인 분위기는 나오지 못했겠지만서도. 적어도 너무 순진해서 뻔하단 느낌은 들지 않지 않았을까 싶다. 하여간 눈요기만으로 만족하시는 분들에겐 괜찮은 영화가 되겠지만, 줄거리를 중시하시는 분들에겐 다소 맥 빠지는 영화가 아닐까 싶었다. 당신의 취향이 어떤 것인지 파악해서 보시면 후회가 없지 않을까 한다. 

<네영카 시사회 초대를 통해 본 영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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