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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설권 ㅣ 제복경관 카와쿠보 시리즈 2
사사키 조 지음, 이기웅 옮김 / 북홀릭(bookholic) / 2011년 3월
평점 :
품절
훗카이도 지방 특유의 블리자드인 히간아레가 시작될 즈음, 강도 둘이 조폭 두목의 집을 턴다. 그 와중에 두목의 아내는 살해되고, 돈을 들고 튄 놈들의 행방은 오리무중이다. 외지 출신인 경찰관 카와쿠보는 날씨가 심상치 않는데, 백골 시체마저 발견되자 골치가 아프다. 결국 험악하던 날씨는 10년만에 본다는 초대형 폭설로 돌변하고 수습과 복구를 위해 안간힘을 쓰던 그는 그마저도 소용없게 만드는 자연의 힘에 고개를 떨구고 만다. 고작 인구 6천명이 사는 한적한 마을은 한나절만에 고립되어 버리고, 한치 앞도 가름할 수 없게 만드는 악천후는 펜션으로 사람들을 불러 들인다
우연히 한 장소에 모였을 뿐인 그들의 사연은 다양하다. 불륜을 청산하고픈 유부녀는 그녀의 정부를 살해할 계획이고, 자신을 강간하는 의붓 아버지로부터 탈출중인 여고생은 얼떨결에 자신을 태운 트럭기사에게 눈길이 쏠린다. 횡령한 돈을 들고 도주중인 중년의 남자는 내일이 오기 전 어떻게든 여기를 빠져 나갈 궁리중이고, 사이좋은 노부부는 자연의 위대함에 눈을 떼지 못한다. 그리고 또 한사람, 오늘 아침 조폭의 아내를 살해한 강도는 재수에 옴 붙은 자신의 처지를 한탄 중이다. 난롯가에 옹기종기 모여 tv를 시청하던 그들은 CCTV에 잡힌 강도의 모습에 경악하고 마는데...
관전포인트--만들어낸 이야기가 아니라 실제로 있었던 사건을 그린 것 같다는 자연스러움이 돋보인다. 거기에 폭설이 시시각각 그 위력을 더하면서 원치 않게 고립되어 가는 사람들을 보게 되는 긴장감과 개연성 있는 사건 전개에 그것을 맛깔나게 풀어내는 경관의 활약이 몰입도를 높이고 있었다. 요즘 추리 소설에선 비교적 보기 힘든 가정적인 보통 경찰관이 등장한다는 점도 신선했다. 부패경찰이나 폭력경찰보다 오히려 현실감 있어 보였는데, 아마도 그들 역시 우리네와 별반 다르지 않는 사람이라는 전제에 맞기 때문이 아닐런지...영화로 만들어진다면 볼만할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