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의 숲 블랙 캣(Black Cat) 23
타나 프렌치 지음, 조한나 옮김 / 영림카디널 / 2010년 12월
평점 :
절판


숲에서 놀고 있던 초등학생 세 명이 사라진다. 남겨져 있는 싸움의 흔적과 핏자국은 누군가 그들을 습격했고, 아마도 아이들이 죽었을 거란 추측을 가능하게 했다. 놀랍게도 그 세 명중 한 명이 살아돌아오지만, 문제는 충격에 그가 당시 상황을 전혀 기억하지 못한다는 것...그렇게 로브 라이언은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나라를 떠들썩하게 했던 사건의 주인공이 되었고, 그 후 이름을 바꾼 채 다른 곳에서 삶을 시작한다. 죽지 않았으니 어쨌든 살아가는 수밖엔 달리 방법이 없지 않은가. 20년이 지난 후, 강력반 형사가 되어 있는 로브는 여전히 자신이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한다는 사실에 무기력감을 느낀다. 친구들이 어떻게 된 것인지 알고 싶다는 소망은 이제 잠재의식 속으로 가라앉았다. 어쩔 수 없는 것은 어쩔 수 없는 것이니 말이다. 그렇게 과거의 기억을 묻고 살아가던 그에게 그 숲에서 살인 사건이 벌어졌다는 소식이 전해진다. 친구들이 사라진 뒤 20년만의 살인사건이다. 소녀가 살해된 사건을 두고 언론은 과거 미제 사건을 떠올리고, 로브는 지금이야말로 과거의 망령과 맞서야 하는 때라고 생각한다. 살인 사건을 수사하기 위해 어릴적 자란 마을로 돌아간 로브는 형사가 된 지금의 시선으로 당시를 되돌아보기 시작한다. 과거와 현재의 사건을 동시에 수사하던 그는 점점 알 수 없는 숲의 기운에 점령 당하는 기분을 느끼게 되는데...

 

작가의 데뷔작이라고 하는데, 기성 작가가 쓴 것이라고 해도 믿을만큼 노련하다. 20년전 어느날 흔적도 없이 사라진 아이들, 유일하게 살아온 아이지만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하는 소년, 그가 친구들을 찾는데 도움을 주지 못했다는 자괴감과 사건을 풀어보고자 하는 열망으로 형사가 되었다는 설정 자체가 흥미롭다. 과거의 그 숲으로 돌아갈 수 밖엔 없었던 살인 사건이나, 그 살인 사건을 풀어가면서 과거와 조우를 하게 되는 형사의 심리적 갈등이 볼만했다. 무언가 비밀을 간직한 듯한, 살인이 벌어진 숲이라는 이미지가 소설 내내 으스스한 분위기를 제대로 연출하고 있지 않았는가 한다. 전편 내내 무게를 잡고 있던 분위기에 비하면 결말이 다소 싱겁다고 느껴질지 모르지만서도, 경치마저도 스릴러의 요소로 잘 활용한 것이나 주인공의 심리적 공황을 공감가게 그린 것들은 점수를 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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