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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각하지 않아
주스틴 레비 지음, 이희정 옮김 / 꾸리에 / 2009년 10월
평점 :
제목이 <심각하지 않아> 지만 작가가 처한 상황은 실은 매우 심각하다. 남편이 바람이 났는데, 그 상대가 바로 시아버지의 정부이니 안 그렇겠는가. 여기서 이해를 돕기 위해 정리를 해보자면, 주스틴 레비, 즉 이 책의 작가는 그 유명한 좌파 지식인 앙리 레비의 딸이고, 그녀의 남편은 앙리 레비의 절친인 장 폴 앙토방의 아들 라파엘 앙토방이다. 그 라파엘 앙토방이 아름다운 아내를 두고 바람이 난 상대는 현재 프랑스의 퍼스트 레이디인 카를라 브루니(!) 다. 카를라 부르니, 남성 편력이 대단하단 말을 듣긴 했지만 아버지와 아들을 번갈아 상대하셨다니, 그 거칠것 없는 상상력에 무자비한 대범성 만큼은 인정해 드려야 겠다. 시아버지의 애인으로 처음 브루니를 만난 주스틴은 만나는 모든 남자에게 추파를 던지는 그녀가 썩 내키질 않는다. 하지만 " 사람들이 아무 말이나 막 하네, 더러운 인간들이 내가 네 남편과 잤다고 하잖아. 너희 두 사람은 정말 예쁜 커플이야." 라고 묻지도 않는 말에 대꾸하는 그녀를 주스틴은 과연 의심했어야 했던 것일까? 집안 관리인으로부터 브루니가 밤에는 시아버지와 낮에는 자신의 남편과 몰래 만난다는 사실을 알게 된 주스틴은 막장 드라마가 자신의 현실이 되었음에 망연자실한다. 급기야 남편이 자신의 아이를 가진 브루니와 살겠다고 집을 나가자, 홀로 남겨진 주스틴은 곰곰히 자신의 삶을 되돌아 본다. 모두들 부러워했을 만큼 완벽해 보였던 그녀의 삶, 과연 무엇이 문제였을까? 이렇게 심각한 상황을 심각하지 않도록 돌리는 방법은 과연 무엇이 있을까? 여기 그녀의 고통에 찬, 그러나 해답을 찾기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동원한 한 여인의 놀라운 여정이 기록된다. 그녀에게 주어진 무기라곤 가슴이 섬뜩할 정도의 솔직함과 어리석음을 간파해내는 지성뿐이다. 과연 그녀는 성공할 수 있을 것인가. 다시 말해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