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로 일어날지도 몰라 기적 - I Wish
영화
평점 :
개봉예정


  

 

  초등학교 6학년인 코이치에겐 이해가 안 되는게 너무나 많다. ( 활화산이라) 화산재가 눈처럼 소복히 쌓이는 산 아래 도시를 이루고 사는 사람들이 이해가 안 가고, 산 등성이에 학교를 만들어 아침마다 헥헥대게 만드는 것도 이해가 안 가며, 무엇보다 형제를 갈라 놓으면서까지 별거를 선택한 엄마 아빠가 이해 되질 않는다. 날마다 쌈박질을 할때 알아보긴 했지만, 그래도 진짜로 갈라설 줄은 몰랐다. 엄마는 코이치를 데리고 외가댁인 남쪽으로, 아빠는 동생 류와 함게 북쪽으로, 졸지에 이산가족이 되어 버린 그들. 처음엔 그러다 말겠지 했던 코이치는 6개월이란 시간이 흘러가자 점점 불안해진다. 엄마는 직장을 알아 본다고 하지, 외할아버지 역시 은퇴한 일을 다시 해보려고 궁리중이다. 아빠는 별거의 원인이었던 밴드 생활에 빠진 듯한 눈치고, 무엇보다 동생 류! 어떻게 하면 다시 가족들을 모여 살게 만들까 고개를 늘어뜨리고 고민중인 자신과 달리 동생은 매일 매일 신이 난 눈치다. 텃밭에 야채를 심었다고 자랑하는 동생의 목소리에선 도무지 떨어져 산다는 것에 대한 아픔이 느껴지질 않는다. 이러다가 결국 우린 이렇게 헤어져 지내게 되는 것은 아닐까. 다시 함께 뭉쳐 살게 되는 날이 오지 않게 되면 어쩌지? 그는 홀로 전전긍긍한다.

 

그렇게 오매불망 가족들이 함께 살게 될 날이 오게되길 고대하던 코이치에게 솔깃한 소식이 전해진다. 신칸센 상하행선 열차가 교차해서 지날갈 때 소원을 빌면 그 소원이 이루어 진다는 것이었다. 심각하게 정보를 분석한 코이치는 자신만큼이나 간절한 소원이 있는 친구 두 명과 함께 소원빌기 여행을 떠나기로 한다. 자신만 전전긍긍하는 것에 불만이던 코이치는 동생 류의 동참을 권유한다. 중간 지점에서 동생을 만난 코이치는 그가 여자 친구 세명을 주렁주렁 달고 온 것에 기분이 상한다. 낯선 마을에 떨어진 일곱 명의 아이들, 과연 그들의 소원 빌기 프로젝트는 성공할 수 있을 것인가? 일행에서 떨어진 한 명이 순경과 마주치는 돌발상황이 발생하면서 그들의 여행은 막다른 골목에 처한 듯 보이는데...

<기적을 위해 모인 일곱명의 아이들, 간절한 소원 하나씩을 마음속 깊은 곳에 간직한 그들은 과연 기적을 일으킬 수 있을까?>

 

< 틀에 박히지 않은 삶을 원하는 아이같은 아빠와 그런 아빠를 아내보다 알뜰하게 건사하며 마냥 행복한  둘째 류>


 

<" 아니, 내 가족을 생각하는 사람은 나뿐인거야? 이해가 안 돼! " 생각도 걱정도 많은 천상 장남 코이치. 그는 생각없는 듯 살고 있는 동생을 닥달해 어떻게 하면 함께 살 수 있을지를 궁리한다. 그렇다. 그의 삶은 벌써부터 고단하기 짝이 없다. >

 

누군가에게 간절하게 일어나길 바라는 기적이 있다. 여기까지는 좋다. 실제로 일어나건 안 일어나건 기적을 믿는다고 별로 해될건 없으니까. 그런데 문제는 그 기적이란게 허무맹랑하게도 "화산폭발"이라는 것이다. 평소에도 분진을 마구 내뿜으면서 조만간 폭발해 주련다라는 분위기를 팍팍 풍기고는 있지만, 그래도 현재까진 성가신 분진이 전부였는데 말이다. 그걸  화끈하게 꽝~! 하니 폭발하게 해달라고 한 소년이 빌고 있다. 그렇게 되면 흩어진 가족이 함께 모여살 수 있게 될거라 믿어서다. 시간이 지나가면 재결합에 대한 이야기가 나올 줄 알았는데, 그 시간동안 떨어져 사는 생활에 적응이 되버리고 말았다. 그런 상황이 소년은 이해가 되질 않고, 불안하다. 자나깨나 가족만 생각하는 그를 보고 " 너도 이제 다른 것을 생각해 봐, 음악이나 세계 같은 것을..."라는 아빠의 말에 발끈하는 소년을 보면 아빠보다 어른스럽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알고 보면 그는 딱 그 나이만큼 어린아이다. 하여 기적을 이루기 위해 직접 길로 나선 쾨이치와 일행들, 과연 맹랑하기 짝이 없는 그들의 소원은 이뤄질 수 있을까. 그 여정속에서 그들이 배운 것은 과연 무엇일까?

 

일본 영화답게,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이야기 전개가 인상적인 영화였다. 부조리한 일상, 이해가 되질 않는 어른들의 세계, 마음에 들지 않는 현실등을 기적을 통해서라도 바꾸어 보려 여행을 나선 일곱명의 아이들이 그 여정을 통해 어떻게 성장해 나가는지 보여주고 있었는데, 두말할 필요없는 수작이다. 우선, 아이들이 가진 단순하고 순수한 시각으로 상황을 보여주는 것이나, 과장 없이도 웃음을 이끌어 내던 유머감각, 흐름을 끊지 않고 무리없이 이야기를 끌고 가는 힘이 대단했다. 거기에 잠시의 방심도 허용하지 않은 채 꾸준히 유지되던 긴장감과, 다음 장면을 궁금하게 만드는 구성, 그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내용 전개등은 감독이 단 한 장면도 고민없이 영화를 찍지 않았다는 걸 느끼게 해줬다. 매너리즘이나 유치함이 없었다는 뜻이다. 그런 것에 빠진다는 것이 얼마나 쉬운 유혹인가를 생각해 보면 감독의 내공이 대단하지 싶다. 감독의 힘을 느끼게 해주는 연출력이었다. 특히 매사에 "이해가 안 돼~~"를 달고 살던 코이치가 결국 이해가 되지 않은 현실을 이해하게 되는 심리 변화가 압권이었는데, 그런 그의 마음을 극적으로 보여주던 소원을 비는 장면에선 나도 모르게 울컥했다. 아~~~ 아무리 되바라진 듯 허세를 부려도 그들은 얼마나 아이들이던지...여행동안 꽁꽁 숨겨 놓은 그들의 속마음을 드러내는 순간, 아마도 관객들 모두 그들의 소원이 이뤄 지기를 함께 기원하지 않았을까 싶다. 

 

거기에 반가운 얼굴들이 대거 출연하고 있다는 점도 맘에 들었는데, 어떤 배우보다 츄리닝 입은 선생님 역이 어울리는 아베 히로시나 철없는 아빠 역을 멋지게 해내던 오다기리 조는 등장만으로도 마음이 설레었다. 멋쟁이 외할머니와 이해심 많은 외할아버지, 현실에 좌절하면서도 아이들에 대한 사랑만은 변함없던 엄마, 아이들이 반하는 것도 무리가 아닌 미모의 사서 선생님등, 나오는 등장인물들 모두 미운 사람이 없다는 점도 좋았지만 , 무엇보다 이 영화에 공을 찾자면, 영화에 현실감을 팍팍 불러 넣어주던 형제 아역 배우들에게 돌려야 하지 않을까 한다. 좋은 영화는 많지만, 마음을 움직이게 하는 영화는 그렇게 많지 않다. 그런 점에서 이 영화는 특별했다고 말하고 싶다. 마음을 움직이는 감동이 있었으니 말이다.

 

                                                              <네영카 시사회 초대를 통해 본 영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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