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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거리에서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억관 옮김 / 재인 / 2011년 9월
평점 :
리뷰를 쓰려 책 제목을 검색을 했더니 팔려 가기 위해 중고로 나온 것이 무려 11권이란다. 정말로 놀랍지도 않군...이라고 중얼거렸다. 어찌 안 그렇겠는가. 작가의 이름 값도 제대로 못하는 책이었으니 말이다. 뭐, 그렇다고 실망할 필요는 없다. 아무리 베스트 셀러 작가라고 해도, 실패하는 경우는 왕왕 있는 법이니까. 그게 이 책이라고 한들 뭐, 어쩌겠어. 그럴 수도 있는 것이지. 오히려 다행이다 싶다. 나와주는 책마다 뻥뻥 터트려 주면 그게 더 부담스러우니 말이다. 마냥 부풀어 오르는 풍선을 보는 듯한 기분이랄까. 저게 언젠가는 터질텐데, 왜 안 터지지 하면서 바라보는 심정, 조마조마하다. 그냥 팡 터지고 나서 다시 시작하는 것도 나쁘진 않지 싶다. 작가도 인간이기에, 너무 완벽하면 재수가 없어 보인단 말이지. 얼마전에 네이버의 파워 블러거가 문제가 된 적이 있었다. 논란이 있긴 했어도 다른건 몰라도 깔끔한 포스팅에 감탄을 했었건만, 알고보니, 그게 본인이 한게 아니라 전담 직원이 따로 올리는 것이었단다. 늘 일정이 바쁘다면서도--실제로도 바빠 보인다.-- 요리 포스팅이 완벽하다 했더니만, 적어도 요리에 관한 한 바쁠 일이 없었던 것이다. 흠. 그러니까 내가 하려는 말은, 조금 흠이 있어도 좋다는 것이다. 그게 본인의 것이라면...우리가 기대하는 것은 인간 냄새 나는 그런 것이지, 완벽하게 완전무결한게 아니니 말이다.
하여간 히가시노 게이고도 실수를 하는구나 싶었던 책이다. 실수라고 하긴 그렇고, 그러니까 별로 재미없는 책이었다고 말하면 되려나. 내용은 이렇다. 불륜이라면 질색을 하던 41살의 가장 와타나베는 29살의 신참 직원과 뜻하지 않게 원 나잇 스탠드를 저지르게 된다. 처음엔 실수라고 무마하려던 그는 점차 그녀에게 빠져드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아내와 자식 생각을 하면 절대 이러면 안 되지 하면서도 그녀와의 밀회의 도를 점점 높여가던 그는 형사가 자신을 찾아오자 경악한다. 더군다나 그 내용이 자신이 사귀고 있는 아키하가 과거 살인사건의 유일한 목격자였으며, 어쩌면 유일한 용의자일 수도 있다는 것, 그 사건의 공소시효가 지나가지 전에 꼭 살인범을 잡고 싶다는 형사는 그녀가 진짜 범인일거라 확신하는 듯했다. 아키하 아버지를 유연히 만난 그는 그의 경멸하는 눈초리에 기가 질리고, 살인범--그것도 10대 살인범--일지도 모른다는 아키하의 과거에도 어쩔 줄 몰라한다. 과연 그는 아키하를 믿어야 하는 것일까? 아니면 이런 더러운 사랑 하면서 멀리 멀리 달아나야 하는 것일까? 자신의 가정과 살인 용의자를 사랑하는 자신 사이에서 갈등하던 와타나베는 어떤 것이 진실일지 궁금하기만 한데...
음. 불륜에 대해서는 이미 들을만큼 들었다. 만약 불륜을 다룰 생각이었다면 이보다는 참신하고 신선한 시각이 필요했을 것이다. 만약 제대로 된 책을 쓸 생각이었다면 말이다. 그런데 여기 나오는 불륜은 그냥 이미 드마라와 영화와 책과 주변에서 닳고 닳게 들은 이야기의 변주밖엔 안 된다. 그것도 재밋지도 않은 변주. 거기서 도무지 뭘 얻으라는 거야. 재미조차 없는데 말이다. 하여, 정말로 정말로 누가 범인일지가 하나도 궁금하지 않은 그런 추리 소설이 되어 버렸다. 결론을 알고도 아~~~ 하면서 대단한 복선이군 이란 생각보단 참 어이없군.. 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는...고작 그런 것때문에 이 난리를 폈단 말이냐, 넌 불륜이 그렇게 쉬워? 라고 묻게 만들던 소설, 어쩌면 이 책의 최대 피해자는 불륜이 아닐까 싶었던 내용이 되겠다.그러니까 불륜을 넘 폄하하지 말라는 것이지. 좀 진중하게 다뤄 주셔요~~ 응 ? 요즘 너도 나도 불륜을 파는 통에 왠만큼 진실이 들어있지 않으면 명함도 내밀지 않는게 좋다는걸 아마도 이 작가는 아직 모르시는가 보다. 하여간 삼류라고 할만한 추리 소설이었다. 뭐, 앞에서도 말했듯이, 괜찮다. 이런 책 몇 개 내고 일류 추리 소설 한개 내심 되니 말이다. 그게 어찌 보면 더 인간적이라니까? 하니 작가님, 다음번엔 인간적으로다가 멋진 일류 소설 부탁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