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레이트 하우스 민음사 모던 클래식 50
니콜 크라우스 지음, 김현우 옮김 / 민음사 / 2011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작가 입장이 되어 본적은 한번도 없었지만 그렇다고 간주하고 한번 생각을 해보자. 여러 사람들의 이야기를 쓰고 싶다.한 사람만 주인공인 책은 지루해지기 쉽상이니까. 게다가 난 다양한 사람들의 인생을 저글링 하듯 변주해 가는게 일가견이 있는 사람이다. 등장인물들이 많을 시 어떻게 엮어가야 좋을지 감을 못잡는 사람들과는 달리 나는 다양한 사람들의 목소리를 그들만의 개성와 인생관으로 들려 주는데 자신이 있다. 그렇게 자신있는 분야가 있으면, 나머지만 잘 고안하면 되지 않겠는가. 그런데 문제는  연령대도, 성별도, 국적도, 직업이나 경험도 다른 사람들을 어떻게 한 자리에 모아놓는가 하는 것이다. 전혀 연관성이 없는 보이는 사람들이 실은 그렇지 않다는 것, 그들 사이에 어떤 피할길 없는 연결점이 있어서 그들의 인생이 서로에게 영향을 주는 것이라는 것을 작가는 독자들에게 설득해야 하는 것이 관건이다. 그게 자연스러운 이야기 전개 방식일테니까. 이런 문제들을 장황하게 늘어놓는 이유는 바로 그 점에서 이 책의 작가가 다소 실패한듯 보였기 때문이다. 육중한 책상 하나로 인해 40여년에 걸쳐 다양한 사람들이 연결되고 있다는 그녀의 설명이 어색했기 때문이다. 어색했다는건 좀 겸손한 표현이고, 지나치게 작위적이라서 만들어낸 이야기라는 느낌이 팍팍 들었다는게 정직한 표현일 것이다. 책상 하나로 등장인물들이 엮인 다는 설정 자체가 어설펐다는 뜻이다. 그러고 보면 이야기를 상상으로 만들어 낸다는 것이 쉽지만은 않은 일지 싶다. 작가로써는 굉장한 아이디어라고 생각한 것이 곧바로 이렇게 작위적이라는 평가를 받을 수도 있으니 말이다. 

 

내용은 이렇다. 중년의 고독한 작가로 고집스럽게 창작에만 몰두하면서 살고 있던 나디아는 자신의 창작의 원천이었던 책상을 가져 가겠다는 전화에 당황한다. 그 책상은 27년전 칠레로 돌아간 젊은 시인 다니엘에게 받은 것으로 그는 나중에 돌려 받겠노라고 말을 했지만 칠레로 돌아간 뒤 얼마지나지 않아 군부에 의해 사망했었다. 선물로 받은게 아니라 빌린 것이니 언젠가는 돌려 줘야 될거라 라고 생각은 했으나 실제로 책상으로 돌려 받겠다고 다니엘의 딸이 찾아오자 그녀는 기분이 다운된다. 책상을 돌려 보낸뒤 창작의 에너지를 잃어버린 그녀는 홀린 듯이 책상이 돌아간 나라인 이스라엘로 찾아간다. 어떤 일들이 거기서 기다릴지 상상도 하지 못한 채.... 한편, 독일의 유대인 학살을 피해서 살아나온 유대 여자와 결혼한 영국인은 아내가 죽은 뒤 그녀에게 아들이 있었다는 사실을 알고는 경악한다. 아내의 비밀을 알게 난 다음 그는 비로서 아내가 젊은 사내에게 책상을 준 과거를 반추해낸다. 이 세상에 아무것도 바라는 것이 없는 듯 초연한 자세로 일관했던 아내는 책상 하나만큼은 애지중지 소중하게 여겼었다. 그런 책상을 모르는 사내에게 덜컥 주었던 그 사건은 남편으로써도 충격적인 일이었다. 과거로 되돌아가 그때를 회상하던 남편은 어쩌면 그 일이 아내의 아들과 연관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데... 한편 유대인 골동품상인 와이즈는 아내가 죽은 뒤 아들과 딸을 정성스레 키운다. 역사 학자인 아버지의 서재를 복원하기 위해 그는 딸 레아를 시켜 책상을 찾아오게 하는데, 과연 그 책상은 원주인을 찾아 돌아오게 될 것인가? 

책상 하나에 목숨 건 여러 사람들이 이야기였다. 냉소적인 뉘앙스를 눈치채셨는가? 그렇다, 문제는 이거다. 왜 다른 것도 아니고, 그저 책상 하나에 다양한 사람들이 목숨을 거는가 이 말이다. 뉴욕에 사는 작가건, 영국에 사는 작가건, 유대인 골동품상이건 ,칠레의 젊은 시인이건 간에 이 책상만 보면 집안의 반대로 헤어진 연인을 대하는 듯 하는데, 그건 좀 오바지 싶었다. 공감이 되지 않았다는 뜻이다. 살다보면 이것저것 정이 붙는 것이 많다지만서도, 도무지 이 많은 사람들이 그래, 책상 하나에 목을 맨다고? 믿겨지지 않는다는 것이지. 한 사람만 그렇다고 하면 또 이해가 가지만서도, 책상을 소유한 모든 사람들이 그렇다고 설명하는건 아무리 좋게 봐줘도 작위적이다. 이야기를 만들어 내기 위해 피치못하게 설정한 티가 폴폴 난다는 뜻이다. 그렇다보니 몰두하기가 쉽지 않았다. 자연스럽게 이야기가 흘러간다는 느낌이 들지 않았으니 안 그렇겠는가? 그럼에도 작가의 필력만큼은 다시 한번 확인한 책이 아닐까 한다. 상상력이나 사람들의 사연을 이끌어 내는데는 막힘이 없는 작가이지 싶다. 40대 이하의 최고의 작가라는 말을 듣는다는데, 틀린말은 아니지 싶고, 이 책은 다소 실패한 티가 난다고 해도 앞으로 이 작가가 어떤 책을 써낼지 기대가 되게 하는 필력이었다. 이 정도의 상상력이라면 언젠가, 꽃이 활짝 피어서 아름답게 피어 나듯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겠지 싶다. 그게 언제가 되었든지 간에 기다려볼 생각이다. 그럴만한 가치가 있는 작가인 것 같으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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