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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마귀의 엄지 ㅣ 블랙펜 클럽 BLACK PEN CLUB 20
미치오 슈스케 지음, 유은정 옮김 / 문학동네 / 2011년 8월
평점 :
사채업자들에게 쫓겨 숨어 살고 있는 다케자와는 어설프게 사기를 치고 있는 데쓰와 보곤 호통을 친다. 벌벌 떨면서 먹고 살기 위해선 이거라도 해야 한다는 그를 다케자와는 동정한다. 그의 동정에 기대 아예 그의 집에 신세를 지고 살게 된 데쓰는 자신 역시 사채 업자 때문에 아내와 딸을 잃었다면서 흑흑댄다. 함께 소소한 사기를 치면서 살아가던 둘은 소캐치기 소녀 마히로를 만나게 된다. 그녀가 자신때문에 자살한 채무자의 딸이라는걸 알게 된 다케자와는 어떻게 해서든 그녀를 도와주고 싶다. 마침 살 곳이 마땅치 않다는 말에 마히로를 집에 들인 다케자와는 곧 마히로의 언니와 그 남자친구까지 들이닥치자 난감해 한다. 집이 좁다면서 나가라고 해도 별로 감동을 받지 않은 마히로네 식구들, 하는 수 없이 좁은 집에서 다섯 식구들의 동거가 시작된다. 티격태격하던 날들이 지나고, 어느정도 서로에게 정이 든 순간 다케자와를 쫓던 사채업자가 등장한다. 도망갈 것인가? 아니면 이번에야말로 진짜 본때를 보여줄 것인가 갈등하던 다케자와는 힘을 합해 뭔가 해보자는 말에 귀가 솔깃한데...과연 그들의 복수극은 성공할 수 있을 것인가? 너무도 착착 들어맞는 설정에 다케자와는 신이 나는데...
우리나라에도 그런가는 모르겠으나, 일본에는 사채업자들의 극성이 대단한가보다. 이런 이야기가 드라마나 만화에 이어 책까지 등장하는걸 보면 말이다. 사채업자에게 당한 평범한 시민이 그들에게 복수를 한다는 설정, 일본 드라마를 좀 본 사람들은 별로 신기할 게 없다할만한 소재다. 전쟁도 데모도 별로 없는 조용한 나라에 살다보니 이런 사채업자들의 극성만이 그들을 가장 두렵가 하는게 아닌가 싶긴 한데, 진짜 이렇게 드라마를 찍는 듯 복수를 하는 것들이 현실에서도 가능할까? 좀 궁금해지긴 한다. 이런 류의 책이나 드라마를 볼때마다 느끼는 것인데, 진짜 사기꾼을 만나지 않고 사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축복받은 인생인지... 평범한 삶이 지루하시다는 분들에겐 자신의 행운을 확인할 수 있는 책이 되기도 하겠다. 속도감 있는 전개로 술술 읽힌다는 점이 장점. 다만, 좀 허술해 뵌다. 이야기도 어디선가 본 듯 하고--일본 드라마에선 이런 정도의 반전이 그다지 색다른게 아니니 말이다.--실은 꼬지 않는 반전을 만든다면 그게 더 오히려 이상한 것일 듯.
잘된 추리 소설이라고 하기엔 허술하지만, 그래도 완전히 나쁘진 않았다는 뜻에서 애매작. 사기꾼들을 조심하라는 경각심을 높여준다는 점까지 헤아렸다. 하지만 굉장히 썩, 미치도록 재밌는 책이라고는 말 못함. 그저 그랬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