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indman's Bluff (Paperback, Reprint)
Kellerman, Faye / HarperCollins / 2010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LAPD 살인사건 전담반 형사인 피터 데커는 새벽 3시에 그를 찾는 전화에 긴장한다. 그의 예감은 틀리지 않아 대형 사고가 터진 것이다. 바로 억만장자인 가이 카페이의 영지에 살인 사건이 발생했다는 것, 집이라기 보다는 공원에 가까운 그의 영지에 서둘러 도착한 데커는 잔혹한 현장에 경악한다. 가이와 그의 아내, 집에서 일하는 네명의 사람이 살해되었고, 가이의 아들인 길만이 간신히 목숨이 붙어있는 상태로 발견된 것이다. 완벽한 보안을 자랑하는, 더군다나 20명이 넘는 보안요원들이 상주하는 곳에서 벌어진 대 학살에 다들 믿을 수 없어 한다. 과연 그들은 어떻게 보안을 뚫을 수 있었으며, 왜 이런 살인을 저지른 것인지 이해가 안 되는 상황이다. 보통 사람들은 집안으로의 접근 자체가 불가능하다는걸 알아낸 형사들은 내부자의 도움이 아니라면 이런 일이 절대 벌어질 수 없음을 직감한다. 더구나 보안 요원 둘이 행방불명인 채로 드러나자 그들이 모종의 연관이 있다고 생각하지만 과연 그 둘이 가해자인지 아니면 피해자인지 어떻게 알 수 있겠는가. 사건을 파헤치면 파헤칠 수록 의문점만 드러나는 가운데, 다행히 병원에서 목숨을 건진 아들 길은 범인들이 스페인어를 쓰더라고 말한다. 하지만 그 증언으로만으로는 범인들의 윤곽을 파악하기엔 역부족, 범인은 잡아야 겠는데, 처리 해야할 일들만 산적하자 데커는 애가 탄다. 

 

한편 데커의 아내 리나는 오랫만에 배심원으로 뽑혀 법원으로 가게 된다. 배심원 석에서 심심해진 배심원들은 법정에서 눈에 뜨이는 한 청년을 주목하게 된다. 화창한 대낮, 그것도 법정에서 선글라스를 쓰고 있는 그를 사람들은 웃는 탐이라고 (탐 크르즈를 뜻함.) 하면서 지켜본다. 곧 그가 법정 통역사라는 것을 알게 된 그는 그가 진짜 배우처럼 멋들어지게 통역을 하는 것에 감탄한다. 쉬는 시간에 법정 복도에 나선 리나는 웃는 탐이 자신에게 다가와 복도에 서 있는 남자들의 인상착의를 묻자 당황한다. 어리둥절한 채로 말을 못하고 있던 그녀에게 웃는 탐은 지나쳐 간다. 리나는 그때서야 그 남자가 장님이라는 것을 알아채지만 왜 그가 그런 질문을 했는가에 대해선 잊어 버린다. 

 

웃는 탐, 즉 브렛 헤리먼은 복도에서 서성이다 등 뒤에서 떠드는 사람들의 말을 엿들게 된다. 며칠 전에 벌어진 살인 사건에 대한 뒷담화를 스페인어로 신나게 떠들던 그들은 자신들의 말을 알아듣는 이가 있을 수도 있다는걸 알지 못한다. 법정 통역 5년차에 빛나는 헤리먼은 그 둘의 대화가 그저 신문을 보고 떠드는 수준이 아님을 직감한다. 살인사건의 단서를 알았으니 당연히 경찰서에 알려야 한다고 생각한 그는 리나에게 둘의 인상착의를 물었고, 곧바로 데커에게 달려가 그 사실을 고한다. 데커는 난데없이 나타나 범인들이 법정에서 대화하는 소리를 줏어들었다고 주장하는 이 장님 청년을 어떻게 해야 할지 난감해 한다. 과연 이 사람은 진실을 말하는 것일까? 아니면 단지 관심이 필요해 말도 되지 않는 소문을 유포하는 사람에 불과한 것일까? 그의 말이 진실이라고 해도 목소리 만으로 도대체 범인을 어떻게 잡는단 말인가? 형사들이 자신의 말을 귀 기울여 듣지 않자 애가 탄 브렛은 리나를 떠올리고, 형사에게 그녀의 존재를 알려 준다. 데커는 다소 정신이 나간 듯 보이는 이 청년이 자신의 아내까지 끌어들이자 식겁한다. 아내에게 절대 아무것도 하지 말라고 충고하지만, 실제로 복도에서 두 갱단들을 본 아내는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이라면 해야 겠다면서 범인 색출에 나선다. 데커는 잔인하기 짝이 없는 갱단들이 어떻게 나올지 몰라 전전긍긍하지만, 그의 아내는 장님도 나서는 마당에 자신이 가만 있는다면 말이 되지 않는거라 주장한다. 더군다나 그녀가 누군가? 35년째 형사 생활을 하고 있는 데커의 아내가 아닌가? 브렛과 아내의 도움으로 갱단들의 실체를 서서히 파악해 나가던 데커는 도무지 왜 갱단이 이런 일에 개입하게 된 것인지 아리송해 한다. 거물이 뒤에서 돈을 대주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 데커는 과연 그 거물이라는게 누군지 궁금하기만 한데... 

 

흡입력이 대단했다. 원서로 책을 읽을 시, 왠만큼 재미있지 않으면 한번에 볼 수 없는데, 어떻게 될지 궁금해서 다 읽을때까지 손에서 놓을 수가 없었으니 말이다. 우선, 대학 교정보다 넓다는 억만장자의 영지에서 벌어진 살인 사건은 초반부터 궁금증을 자아내기에 충분하다. 형사들이 떼거지로 몰려 들어서 증거들을 수집하지만, 그들만으로는 증거를 파악하는데만으로도 부족한 실정, 형사들이 어떻게 사건을 해결해야 할지 몰라 전전긍긍 가운데, 난데 없이 장님의 등장은 분위기를 한층 더 고조시킨다. 과연 그의 정체는 무엇일까? 진짜 선량하기 짝이 없는 일개 시민에 불과한 것일까? 그렇다면 그는 왜 이다지도 사건에 집착하면서 매달리는 것일까? 사건 못지 않게 형사들을 귀찮게 하는 장님 브렛의 정체가 점점 궁금증을 더하는 가운데, 브렛은 리나에게까지 매달리면서 범인을 잡자고 애원한다. 모든 사람들이 그를 미친 사람 취급하는 가운데, 그를 멀리하라는 데커의 말도 거역한 채 브렛을 집으로 들이는 리나, 과연 리나의 선량함은 보상을 받을 것인가? 목숨을 위험에 이르게 하면서까지 브렛이 갱단들을 잡겠다고 나선 이유는 과연 무엇인 것일까? 선한 사마리아인의 전설을 우리는 현대에서도 믿어도 되는 것일까? 가 궁금해서 끝까지 흥미진진하게 본 책이 되겠다. 범인이 누구인지도 궁금해서 멈출 수가 없었지만 말이다.

 

잘 짜여진 추리 소설이다. 무리없이 전개되는 사건 전개도 그렇지만, 사건 하나를 해결하기 위해 형사들이 얼마나 노력하는지 보여주는 것도 좋았다. 귀동냥으로 길에서 주어들은 이야기를 가지고 경찰서로 달려가는 장님과 우연히 그 옆에 있다가 그를 돕게 되는 형사 아내의 설정도 그만이고. 너무 그럴 듯하게 쓰여져서 그냥 그대로 영화로 만든다고 해도 놀랍지 않을 듯 싶었다. 아직까지 영화사에서 발견하지 못했다는 것이 이상할 지경이다. 특히나 웃는 탐이라고 불리던 브렛을 진짜 탐 크루즈가 연기해 준다면 참 재밌지 않을까 싶더라. 하여간 영화를 보듯 생생하게 읽히는 소설이고, 인간에 대해 이런 저런 생각을 하게 하는 것도 좋다. 쉬운 단어들을 골라 쓴 덕분에 쉽게 쉽게 읽히는 것도 장점. 요즘 좋은 추리 소설은 다 읽었는데, 딴거 색다르게 읽을만한거 없나 싶으신 분들에게 좋을 듯... 

 

그나저나, 제목 정말 잘 지었다. 장님의 허세라고? 흠... 책을 다 읽고 나면 왜 제목이 저런지 이해 되실텐데, 참 맘에 든다. 모르는 사람에겐 장님의 허세일 수도 있지만, 실은 그것이 사건을 해결하게 만든 단서였다는 점에서 가장 중요한 핵심이니 말이다. 그걸 놓치지 않고 제목으로 했다는 점에서 작가가 하려던 말이 짐작이 된다. 따듯한 눈으로 세상을 보고 있는 사람이라는 뜻이다. 특히 이 책을 보면서 가장 좋았던 것이 장애인을 피해자가 아니라, 적극적으로 사건을 해결하는 쪽에서 등장시키는 것이었는데, 참으로 신선한 발상이지 않는가 한다. 장애인이지만, 자신이 가진 장점을 이용해, 남들이 뭐라고 하건 간에, 자신의 목숨이 위태롭건 아니건 간에, 자신이 해야 할 일을 하는 용감한 사람으로 그려진 것에 대해 작가에게 박수를 보낸다. 아마도 그런 시선의 전환이 이 책이 가진 가장 큰 덕목이 아닐까 한다. 물론 추리 소설로써도 완벽했지만 말이다.

 

추신--그런데 내가 잘못 읽은 것인지 모르겠지만, 이 책에서 아빠나 오빠, 엄마라는 말이 데커의 딸인 한나의 입에서 자주 등장한다. 도대체 왜? 인지 감을 못 잡겠다. 미국에서 갑자기 한국어를 사용하는 것이 유행이 된 것일까? 아니면 한나가 제 2 외국어로 한국어를 배운다는 설정일까? 아니면 리나가 혹시 한국인? 그럴 것 같지는 않던데 말이다. 시리즈로 나온 것이라니 ,다른 책을 읽어보면 혹시 단서가 나올지도... 확실해진 다음에 반가워 하건 기분이 나빠하건 해야 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