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Boys Are Back (Paperback)
Simon Carr / Vintage Books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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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서 아이를 키운다? 아무리 아이를 좋아하는 사람일지라도 별로 달갑지 않은 상황일 것이다. 아이를 키우는데는 한 마을이 필요하다는 말이 있듯, 아이를 키우는데는 손이 많으면 많을 수록 좋기 때문이다. 주변에 친척들이 많다거나, 친구가 있다거나, 무슨 일이 생겼을때 아이를 맡길 수 있는 곳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일단 안심이 된다. 실제로 맡길만한 일이 없다고 해도 말이다. 그런데 그것까지는 아니라도 함께 아이를 키우고 보살피는 배우자가 없는 상황이라면? 아마 이 세상 누구라도 그런 운명이 된다면 속이 상할 것이다. 분노할지도 모르고, 눈앞이 깜깜할지도 모르며, 아이를 어떻게 키워야 할지 난감할지도 모른다. 여기 이 책속의 작가처럼 말이다. 

사이먼 카, 그는 우연히 싱글 파더가 된 사람이다. 첫번째 결혼이 이혼으로 끝난 뒤, 드디어 내 짝을 만났다고 좋아한 그는 두번째 아내를 암으로 잃고 만다. 순식간에 아내를 잃은 것만으로도 모자가 그에겐 다섯살난 알렉산더가 남는다. 완벽한 엄마였던 수지가 왜 더 이상 자신을 돌보지 않는지, 그녀가 어디고 갔는지 묻는 아들에게 대답도 하지 못하는 아빠는 그래도 정신을 차려야 한다고 생각한다. 왜냐면 자신에겐 돌봐야 하는 아들이 있으니 말이다. 

그래서 시작된 아빠와 아들만의 생활, 여자인 내가 흥미롭게 지켜봤던 것은 둘의 조합이 그다지 나쁘지 않았다는 것이다. 사이먼 카는 엄마의 빈자리를 메우면서도 아빠로써의 정체성은 잃지 않고 있었다. 하여, 아빠만 있는 집의 아이인 알렉산더는 물론 다른 엄마들이 키운 아이와 다르다. 처음 학교가 끝난 뒤, 제 시간에 나오지 않으면 그냥 가버린다는 사이먼의 설명에 웃고 말았다. 엄마였다면 어떤 이유가 있는가보다 하면서 기다릴텐데, 그는 그냥 가버린다. 재밌는 것은 그렇게 가버린 아빠를 원망하거나 불평하지 않던 아들이다. 그는 자신이 잘못했기 때문에 걸어와야 한다는걸 안다. 걸어오고 싶지 않았다면 시간을 지켜야 했다는걸 이해하기 때문이다. 위험하기 짝이 없는 타이어 그네를 뒷뜰에 매달아 주곤, 아이들이 아슬아슬하게 타는걸 지켜 보는 건 또 어떤가? 엄마들은 보기만 해도 아찔해 하지만, 그는 무심하다. 자신의 몸은 어릴적부터 자신이 알아서 간수해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떨어지거나 해서 병원에 실려간적이 없다고 하니, 그의 말이 맞다. 그는 확실하게 자신이 엄마완 차별되는, 좋은 점이 있다는 것을 부각시키는데, 반하고 말았다. 이런 이런, 엄마들이 평생 가도 못하는 규율을 그는 별로 어렵지 않게 잡고 있다. 부러운 자질이다. 아빠라는 이름을 빛나게 하던 자질이고 말이다. 만약, 엄마들이 아빠들의 말을 조금 만 더 귀 기울여 듣고, 아빠들을 육아에 참여하게 한다면 훨씬 긍정적인 육아가 되겠구나 싶던 이야기기도 했다.  

한마디로, 아빠들도 육아에 엄마만큼 자질이 있더라는 것이다. 엄마들이 자신들 차지라면서 독점을 하지 않았더라면 창의적인 육아가 가능할 수도 있겠다 싶을 정도로 그들의 전략은 눈부셨다. 왜 이렇게도 독창적이고, 훌륭한 아빠들을 우리는 활용하지 않은 것일까, 우리가 바보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물론 이 책의 저자인 사이먼 카도 자신이 그런 처지가 되지 않았다면 결코 육아에 이렇게 열성적으로 참여하지는 않았을지 모르지만서도, 이런 대단한 자질들을 그냥 버려 버리게 둔다는 것이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었다. 왜 아이들을 엄마가 키우게 하나요? 아빠들도 참여하게 해주셔요~~~ 그들도 알고보면 아이들 키우는데 많은 것을 알고 있더이다. 특히나 남자 아이들 잡는데는 아빠만한 것이 없더라구요.! 라면서 감탄하며 본 책이다. 

물론 그에게도 약점은 있다. 바로 위생상태와 음식...그럭저럭 돼지우리만 면할 정도로 사는 그는 집을 구하는 문제에 있어서도 그다지 재능이 있지 못하다는걸 금세 드러낸다. 하여 그가 아이를 키우면서 처음 좌절의 눈물을 흘린 때도 집을 구하는 문제였고, 그가 특히나 골치를 썩는 문제 역시 집을 구하는 것이었다. 하여간 아이를 키우면서 살아간다는 것은 그다지 쉽지 않은 문제니 말이다. 나 혼자 산다면 별로 신경쓰지 않아도 되는 문제이나, 아이와 함께 산다면 이것 저것 걸리는게 한두가지가 아니니 말이다. 그의 책을 읽으면서 어쩌면 남편과 아내, 둘이 아이를 키우게 한 데는 다 이유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둘의 자질이 모여서 이런 저런 문제들을 해결하라고 그렇게 만드신 것이란 뜻이다. 인간이 오로지 홀로 모든 것을 다 잘해낼 수는 없지만, 특히 일상이란 문제에선 그게 두드러지지 않겠는가. 

아들 둘을 키우면서 생긴 일들을 적어낸 육아일지. 읽을만했다. 무엇보다 아빠 혼자 아이 둘을 키워낸 사연이 대견하다. 그건 아마도 작가 자신도 그렇게 생각할 듯. 이젠 아이들도 어느정도 키웠으니 좋은 배우자 만나셔서, 나머지 인생 멋지게 사셨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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