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를 부탁해
오쿠다 히데오 지음, 김난주 옮김 / 재인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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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쿠다 히데오는 자신의 소설속 주인공과 많이도 닮아 보인다. 아마도 자신을 견본삼아서 주인공을 만든 모양인데, 어딘지 멍청하고, 그러면서도 실속은 다 차리며, 세상 만사에 대해 별로 심각하지 않은 이 아저씨, 어쨌거나 평범한 개성의 소유자는 아니다. 그렇다고 우리가 너도나도 본받아야 할만큼 대단히 멋진 개성이라고는 생각되지 않지만서도. 

내가 이 말을 하는 것은 그의 독자가 된다는건 어쩌면 그와 비슷한 성향임은 인정하는 의미이지 않을까 싶어서다. 그렇지 않다면 그의 책을 읽고 나서 별 별이 없더라면서 쫑알대면서도, 그의 책이 나왔다고 하면 다시금 집어 드는 내 뇌의 멍청함을 설명할 길이 없다. 정말로... 늘 이렇게 번번히 속는다는게 가능한 일인가? 불가능하다. 단 한 문단의 눈살찌프림에도 단박에 사형 선고를 받곤 하는 내 까칠함을 생각하면, 도무지 이해 안 되는 상황인 것이다. 이건 분명 모종의 작가 특유의 염력이 책 안에 내재되어 있기에 가능한 일일거야, 라면서 책을 덮으며 상상의 나래를 펼쳤더랬다. 그만의 아우라는 만방에 펼쳐 대기에, 그의 책 주변을 어슬렁 거리다간 그 마법에 갇히고 마는게 틀림없다. 그렇지 않다면 이렇게도 꾸준이 별 별일 없는 책을 ,그래도 혹시나 하면서 다시 펼쳐드는 바보같은 짓을 되풀이 할 리 없다. 절대로...더군다나 나 같이 앙심을 오래 품는 사람같은 경우엔 더욱 더... 

하여간, 다시금 속았다는 생각을 물씬 들게 했던 , 읽고 나면 정말 아무것도 남지 않는 그런 책이다. 주로, 편집자의 꼬임에 속아 그가 이러저러한 곳에 끌려 갔다 벌어지는 일들을 서술한 것인데, 그가 끌려간 곳의 장소만 언급한다면 이렇다. 

북경 올림픽, 야구 보러 뉴욕 가기, 락 페스티벌 참가기. 우동 먹으러 순례 나서기, 만국 박람회 참석기, 그리고 롤러코스터 타기...멍하니 있다가 끌려 가서는, 불평을 해대면서 관광을 하고. 이러저러한 음식을 먹고, 다소간 감격도 하다가, 다시금 불평을 해대고, 맛있는 음식에 잠시 뻑 가다가, 나이 들었음을 자각하고는 울적해 하다, 글을 쓸 필요가 없는 편집자를 부러워도 하다가...그렇게 끝이 났다. 별것도 아닌 것을 줄줄이 나열하려니, 그도 뻘줌하겠지만 읽는 나도 만만찮다. 그럼에도 꾸준히 글을 쓰는 그나, 꾸준이 글을 읽어주는 나나. 거기서 거기라는 것이 다만 다른 작가들과 다를까? 

하여간 그의 작품을 익히 읽어보신 분들은 너무도 한결 같으신 작가를 다시 만날 수 있다. 반가울 수도 있고, 짜증이 날 수도 있고, 사는게 그런 것이려니 체념할 수도 있다. 내 경운? 체념에 가까운 포기 정도? 아마도 이러다 도의 경지에 이르르는건 아닌지 모르겠다. 아니면 해탈의 경지에 이르거나...뭐, 그것도 나쁘진 않겠으나, 과연 그것이 그렇게 생산적인 일인가는 미지수. 해탈하지 않아도 좋으니, 그저 이런 책은 다시는 들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지만서도, 정말로 모른다. 그가 다른 책을 낸다면, 다시금 모든 것을 잊고 다시 그의 책을 들게 될지도...만약 그렇다면 누군가 나를 말려준다면 좋겠다. 이런 데자뷰는 이미 겪을만큼 겪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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