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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아비틀 Mariabeetle - 킬러들의 광시곡
이사카 고타로 지음, 이영미 옮김 / 21세기북스 / 2011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다 읽지 않은 책에 대해선 이야기 하지 않기로 한 금기를 깨고 오랜만에 다 읽지도 않아 놓고 떠들기로 결심했다. 우선 미안하다. 칭찬을 하건 욕을 하건 다 읽은 다음에 해야 맞는 것인데...변명을 하자면 정말로 다 읽기 위해 피나는 노력을 했음을 알아주셨음 한다. 그것도 근 한달 동안 ( 기억에서 )잊혀질만하면 다시 집어들고, 잊혀질만하면 다시 집어들고 하면서 노력에 노력을 경주했건만, 못하겠다. 도저히 완독이 불가능하다. 어쩌겠는가. 인정할건 인정해야지. 하여 인정한 기념으로 리뷰를 쓰기로 했다. 이렇게 노력에 노력을 거듭하면서도 끝내 읽지 못한 책도 드물기 때문에(?) 그렇다는걸 남기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아서다. 하여간 기록에 남을만한 책이었다고 생각해 준다면 그래도 기분이 덜 상하지 않으려나? 그러길 바라면서.
이 책의 저자, 한때 내가 좋아한 작가다. 그런데 어째 한물 간 눈치다. 어쩌다 이렇게 되셨나 안타까울 뿐이다. 요즘 내놓는 책들이 하도 어이가 없길래, 그리고 자신의 개성을 잃어가길래 실망을 하면서도 그래도 썩어도 준치라고, 언젠가는 본인의 페이스를 찾을 거란 믿어 의심치 않았다. 그런데, 이 책을 보고 깨달았다. 어쩜 그런 기대를 이제 접어야 하는 건지도 모른다고. 아마도 이 작가에게선 더 이상 기대할 것이 남아있지 않은 모양이라고. 실망스러운 결론이었다. 그래도 일본 작가들 중에서 개성있게 자신의 목소리를 내던 작가였는데 말이다. 어쩌다가 자신의 목소리마저 잃게 된 것인지 ...참 나...매너리즘에 빠져서 그렇다고 하기엔 처참할 정도로 한심했다. 너무 성공한 탓일까? 아니면, 상상력이 고갈되셨나? 그럼 안 쓰면 되잖아? 묻고 싶어진다. 여지껏의 성공만으로도 충분히 먹고 살만한 텐데 말이다. 그의 사정이 어찌된 것인지 알길이 없지만서도, 설마 이런 책을 성공작이라면서 내놓은 것은 아닐거라 믿고 싶다. 어쩌다가 낸 책일 거다. 자신도 별로라는걸 충분히 알고 있고, 다만 더 이상의 역작이 나오지 못한다는 것에 작가 본인도 무척 괴로워 하고 있을 것이다. 그렇다고 믿고 싶다. 또 아나? 어쩌면 세월이 지나고 나면 이런 책은 다 찾아서 불태워 버릴거야 라면서 부끄러워 할지도 모른다. 제발 그랬으면 좋겠다. 그렇다면 적어도 작가의 역량에 대해 내가 오해한 것은 아닐테니 말이다. 하여간 이 작가의 책들중에서 " 심하게 졸작 " 이라고 딱지를 확 갖다 붙이고픈 책이었다. 어쨌거나 다 읽지 못한 이유는 내 탓이 아니다. 작가가 자신의 헛점 투성이 스타일을 초입부터 한꺼번에 드러내주는 통에 도무지 속는셈치고 더 읽을 수가 없었다는 것일뿐. 그러니까 속는 맛에라도 읽혀져야 하는데, 속아지지도 않을만큼 문제가 심각했다는 뜻이다.
문제가 무엇이었냐고? 우선, 요즘 들어 이 작가 ,독자들에게 설교를 하는데 아주 죽겠다. 마치 자신의 책을 읽는 독자들은 다른 책이나 신문등은 하나도 읽지 않은 무식쟁이일거라 전제를 하는 듯 한데, 이런 저런 과학적 지식이나 정치 사회 상황에 대해 거창한 설명을 하는데 참 듣는 사람 표정 관리 안 된다. 그게 자신이 만들어낸 이야기도 아니고, 그저 어디서 주워 들은 이야기를 편집해서 늘어놓을뿐인데다, 들어보면 한물간 이야기임에도 어찌나 심각하게 이야기 해주시던지...도무지 소설에 이런 이야기가 왜 필요한지, 아니 소설 말아먹겠다고 작정을 한게 아니라면 이렇게 쓰면 곤란하지 싶은데도, 늘 그렇듯 꾸준히 늘어놓으신다. 자신만의 개똥 철학을...이거 심하게 지루하다. 본인은 대단한 이야기라고 생각하는 티가 하도 역력해서 그냥 처음 듣는 듯 얌전히 있어주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지만서도, 문제는 이게 점점 심해진다는 거다. 자신이 무슨 대단히 지적인 내진 신적인 지성인 작가라고 착각하고 있는게 아닌가 싶을 정도다. 제발, 착각에서 벗어나시길. 당신은 그저 보통보다는 나은 대중작가라는걸 잊지 말아주셨음 한다.
둘째, 등장인물들이 한심하다. 개성있는게 아니라 그냥 한심하다. 어디선 본듯한 것은 그래도 참을 만하다. 하지만, 설득력없는 기괴함만 강조한 등장인물들? 아무리 좋게 봐줘도 산뜻한 맛이 없다. 한때는 이 작가도 이렇지 않았다. 음반 매장에서 씨디를 들으면서 자신이 일하러만 나오면 비가 온다고 투덜대는 사신을 깜찍할 정도로 설득력있게 그려내던 작가가 아니던가. 그런데 이젠 죽은 사신도 아니고, 살아있는 사람들을 그려내는데 도무지 개연성이 없다. 튀어 보이려 뻥튀기한 느낌만 --그것도 거칠게--가득하다. 개연성도 설득력도 없는 주인공들이 기괴함만 무장해서는 이런 저런 소동들을 벌인다. 전혀 있을 것 같지 않은 사건들이 전혀 있을 것 같지 않은 사람들에 의해 마무리 된다. 그것이 아마도 이 책의 줄거리가 될 터인데, 중반이 되기도 전에 그만 읽고 싶은 마음이 없어져 버렸다. 고문을 한다고 해도 못 읽는다. 이런 개같은 줄거리 갖고는 말이다.
거기다 일본 사람들 특유의 정서인 듯한데, 왜 왜 왜...10대 괴물 소년이 꼭 등장해야 하는지 이해를 못하겠다. 어린 아이를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사이코 패스 악마로 만드는게 뭐가 그리 좋다고, 꼭 등장해주신다. 어른 빰치는 어린 싸이코 패스가. 작가에게 넌 네 자식도 그렇게 만들고 싶은거니? 라고 묻고 싶어진다. 정말로 이해가 안 간다. 존중까지는 아니라도, 그래도 자신들의 자식이고 조카일 아이들을 이렇게 악마로 만든다는 것 말이다. 그들은 기본적으로 아이들을 무서워 하는 것일까? 아니면 그들에게 애정을 가지고 다가가기엔 사랑이 부족하여, 그들의 후세들을 다 괴물로 만들고 있는 것일까? 다 그렇다는건 아니지만, 아이들이 악마가 되는 것은 기본적으로 어른들 책임인데 말이다. 그저 괴물인 아이들을 보여주면서, 요즘 아이들은 인간이 아니야,라고 혀를 끌끌 차는 것으로 자신들은 썩 좋은 인간이라도 되는냥 기분 좋은가는 모르겠으나, 이건 아니지 싶다.
하여간, 나이가 들었음에도 예전보다 한층 더 미성숙하고, 사려심이나 배려심이 부족해 보이는 작가는 만난다는건 그렇게 썩 기분 좋지 않았다. 그렇다 보니, 나, 이 책 더 이상은 읽지 못하겠더라. 다시 말하거니와, 내 탓 아니다. 노파심에 한마디 더 적자면, 이 리뷰를 읽고는 아마도 당신 탓일거라고 우기면서 다 읽어보시면 생각이 달라지실 거라고 내게 충고하진 마셨음 한다. 정말로 나 노력했다니까!!! 내 노력을 가볍게 여기진 말아주셨음 한다. 하여간 고타로 상, 앞으로 신간 내실 생각이면 조금 더 생각해 주시길 바래요. 물론 앞으로 당신 책을 더 읽게 될른지는 모르겠지만서도 말여요. 그래도 굉장히 좋아졌다는 소문이 들리면 다시 한번 들어는 볼께요. 제발 초심을 되찾으셔서, 예전의 자신만의 고타로 상을 되찾기를 바라보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