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로 얼음 위를 건너는 법 - 인생을 달리는 법을 배우다
롭 릴월 지음, 김승욱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11년 1월
평점 :
절판


요즘 보면 세계 여행을 감행한 모험가들의 책이 넘쳐나지 싶다. 하도 많다 보니 세계 여행을 하고 싶어서 한 것인지, 아니면 책을 내기 위한 전략으로 여행을 한 것인지 애매하다 싶을 정도로...한마디로 세계 여행이 전세계의 할 일 없는 사람들의 취미생활이 되버린 듯한 느낌이랄까.이런 추세라면 조만간 개나 소나 다 세계 여행 간대...라는 말이 나올만도 하겠다. 그렇게 흔하다 보니 그냥 세계 여행만으로는 주목받기 힘든 시대가 되었다. 즉, 그냥 평범한 여행은 사람들의 관심을 끌지 못한다는 것이다. 남들보다 개성있고 튀게 보이려면 남들보다 더 고행을 해야 한다는 말씀. 그래서 이 영국인 남자는 자전거를 타고 세계 여행에 나서기로 했다. 아, 그러고 보니 세계 여행은 아니군. 미 대륙을 가지는 않았으니 말이다. 아냐, 갔던가? 헷갈린다. 하여간 3년에 걸친 자전거로 전세계 한바퀴 돌기 프로젝트, 계획이 그때 세워졌다는 이유로 딱 겨울이 시작되는 9월 시베리아 횡단부터 시작하는 이 사내를 모든 이들이 말리기 시작한다. 미쳤나, 내진 죽고 싶은 거냐는 말을 들어가며 시작한 여행은 그래도 죽지 않고 3년을 끌고가는 여정의 시작이 되는데... 

대단한 수작이라거나 개성이 넘친다거나, 뭐, 그런건 아니지만 그래도 다른 평범한 기행문에 비해선 장점이 있는 편이었다. 간간히 유머도 보여주는데다, 솔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문 작가가 아니기 때문에 굉장한 통찰력을 기대하고 집어든다면 실망하실 듯...그저 어쩌다 자전거 여행에 나선 사람의 일지에 불과하니 말이다. 

단점이라면 이런 책들--작가가 아닌 사람이 책을 쓸 생각으로 작정하고 여행에 나선 후 쓴 기행문--의 특징이랄까. 한계가 그대로 노출된다는 점이었다. 우선 글로 쓰는 것이기 때문에 그가 무엇을 경험하건 느낌이 반감되거나 감흥이 살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에게 아무리 평생에 한번뿐인 대단한 사건이라고 해도, 그게 글로 옮겨져 쓰여지면 별게 아닌 듯 느껴진다. 글을 쓴 사람이 빌 브라이슨이거나 빌 브라이슨급의 입담이 있지 않는 한...아쉽게도 그럴만한 작가는 극히 드물기 때문에, 대부분의 기행문들이 그저 경험담의 나열에 그친다는 것은 아쉬운 일이다. 작가 본인의 무한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다른 그저그런 기행문에서 별로 벗어나지 못한다는건 안타까운 일 아니겠는가. 

게다가 아무리 세계 여행이라고 해도, 작가 본인도 인정했듯이, 일상이라는 것에는 다름이 없다. 처음의 흥분이 가시고 나면, 곧 모든 것이 지극히 뻔해진다는 것이 문제라는 것이다. 어쩌다가 친절한 사람을 만나 감격하고, 멋진 경치에 감격하다, 내 고장과 다른 문화에 충격을 받고, 다시 친절한 사람을 만나 감격하고, 멋진 경치에 감격하다, 다른 문화에 충격을 받고...끊임없이 이어지는 듯한 도로에 질려하고, 외로움에 절절매며, 가족들에 대한 그리움에 갈등하는 등의 모습이 한결같이 이어진다는 것이다. 여행하는 사람 만큼이나 읽는 사람도 질리거나 지루하거나, 아. 세계 여행이라는 것도 일상이 되면 별게 없구나.라는걸 느끼게 해 버린다. 결국 어디에 있건 , 본인을 가지고 간다는 것에는 틀림이 없고, 어디에 있건 무엇을 하건, 어떤 경험을 하건간에, 본인이 상상력이 달린다면 경험이 그것을 보충해줄 수는 없다는 뜻이다. 

결국, 기세좋게 시작한 여행은 그저 끝났다는 것만으로 감격해할만한 지루한 여정으로 마감을 하게 된다. 그러게 아무나 빌 브라이슨이 되는건 아니라니까. 그럼에도, 다른 기행문보다는 읽을만했다는 점이 기행문을 쓴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짐작하게 된다. 하니. 제발 부탁건데, 여행을 하는건 좋은데, 책을 쓰겠다는 일념으로 여행을 나서지는 마셨음 한다. 그게 자자손손 물려줄만한 기록으로는 괜찮을지 모르지만, 누구나 이런 책을 내는건 종이 낭비가 아닐런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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