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스펜스 하우스 - 책 마을에서 길을 잃다
폴 콜린스 지음, 홍한별 옮김 / 양철북 / 2011년 7월
평점 :
절판


<네모난 못> <밴버드의 어리석음> <토머스 페인 유골 분실 사건>의 저자인 폴 콜린스의 신작(?)이다. 그가 <밴버드의 어리석음>이라는 책으로 막 작가로 데뷔하려고 애를 쓰던 시절, 그의 아들인 모건이 아직 자페아라는 것을 모르던 시절의 일상들이 현란하고 재치있는 필체로 유감없이 옮겨지고 있었다. 샌프란시스코의 살인적인 물가에 염증을 느낀 폴 콜린스 부부는 영국으로 건너가 살면 행복하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너무도 간절히 이사를 원한 결과, 살 집도 구하지 않은 채 영국으로 떠난 그들은 책의 마을이라는 헤이온와이에 둥지를 틀기로 결심을 한다. 문제는 작고 소박하며 잊혀진 마을이라는 헤이온와이가 책은 많지만 그들이 살만한 집은 생각만큼 많지 않았다는 것, 하여 쉽게 집을 구할 줄 알았던 둘은 이런 저런 이유로 집을 구하지 못하자 애가 탄다. 그런 와중에도 책 벌레인 폴은 마을을 전전하면서 헤이온와이의 특성에 대해 하나 둘씩 알아간다. 괴짜라는 말로는 심하게 부족한, 그보단 정신과 분석을 의뢰하는게 맞지 싶은 괴팍한 개성의 소유자 리처드 부스를 만난 폴은 단숨에 그의 서점 직원이 된다. 그리고 부스와 다른 마을 사람간에 존재하는 알력에 대해서도 알게 된다. 영국 사람이면 신청할 수 있다는 말에 상원 의원 신청 서류도 작성해보고, 영국에서 집을 구한다는 프로젝트의 복잡하고 난해한 과정에서 길을 잃어보기도 한다. 자신의 책이 막 나오려는 순간, 책의 무덤이라는 헤이온와이에서 이리저리 방황하던 그는 오래된 책들을 들춰 보면서 인생에 대해 새삼 생각해 보게 되는데...

 

일단 재밌다. 상큼한 재치가 톡톡 튄다. 사람들에 대한 정감어린 통찰력은 그가 어떤 것에 대한 묘사를 하건 눈살을 찌프리게 하지 않는다. 그건 이미 익히 다른 책에서 지켜 봤듯, 그가 매력적인 인간미를 갖춘 사람이라는 뜻일 게다. 누군가 자신의 일상을 시시콜콜 늘어놓으면 곧바로 지루하기 마련이건만, 이 작가는 정말로 흥미롭다. 누군가의 일상을 지켜보는 것이 이토록 따스하고 정감넘칠 줄이야. 감탄하면서 읽었다.  하여간 재밌다. 책을 좋아하시는 분들이라면 특히나 잊혀진 책에 대해 그가 읊조리는 것들에 많은 부분 공감하시리라 본다. 폴 콜린스에 대한 믿음을 200% 회복시켜준 책, 아~~ 나는 아직도 폴의 책이 고프다.

 

우리는 문학이 죽었다는 말을 심심치 않게 듣는다. 주로 존경받는 작가가 갑자기 그 사실을 깨닫고 문학이 죽었다고 소리를 높이는데, 사실 그 말은 작가 자신이 소멸될 때가 되었다는 사실을 수사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자기가 지난 10년 동안에 예술적 한계에 다다랐고 앞으로 20년이면 육체적으로도 한계에 다다르리라는 이야기다. --11

 

헤리퍼드에는 화장터로 가는 길을 가리키는 길 안내 표지판이 성가실 정도로 많다. 헤리퍼드에서 길을 잃는다면, 어디로 가야 길을 찾을 지는 모르더라도, 언젠가 어디를 향해 가게 될지는 알게 되리라.--222

 

사랑하는 남편에게.

남편의 도움이 없었더라면

이 책은 벌써 여섯 달 전에 완정할 수 있었을 겁니다.

 

내 책과 관련된 무수한 사람들만 없었더라면 나도 여섯 달 전에 제목을 정할 수 있었을텐데.--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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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이에자이트 2011-08-06 16: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문학이 죽었다'는 말의 해석이 참 날카롭습니다.그런 말을 하는 원로작가라면 섬뜩할 것 같군요.

이네사 2011-08-06 16:58   좋아요 0 | URL
허를 찌르는 말이죠? 이 한마디에 그만 폴에게 확 반해 부렸지 뭐여요. 실은 저도 그와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었거든요. 똑같은 말은 아니지만서도, 문학이 죽었다고 말을 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제가 보기엔 여전히 언제나 늘 문학은 살아있고 당당하게 존재하는데, 왜 그런 말을 하는걸까 하면서요.
원로 작가 정도 되면, 이런 말들은 눈에 들어오지 않을 걸요? 아마도...
어떤 말을 해줘도 자신이 옳다고 생각할테니 말여요. 네가 뭘 알아~~~ 라고 하면서 말이죠.

노이에자이트 2011-08-06 17:21   좋아요 0 | URL
맞습니다.원로들의 상당수는 남자고 여자고 이미 권위는 없어졌으면서도 권위주의는 단단하여 그 누구의 말에도 귀를 기울이려 하지 않죠.자기와 다른 의견은 무조건 틀린 의견이라고 간주하면서...이게 어따 대고 감히! 하고 눈을 부릅뜨실 것 같아요.참 대하기 난감한 인간들이죠.마치 태어났을 때부터 노인인 듯한...

이네사 2011-08-06 21:16   좋아요 0 | URL
그런 사람들이 꽤 많죠? 아마 아직도 자신들의 시대가 지나갔음을 모르기 때문일지도 몰라요. 종종
노인들을 보면서 , 아직도 자신들의 화양연화가 지나가지 않았다고 우기는 사람들을 보면 정말 곤혹스러워요. 난 아직 끝나지 않았어, 이제부터 시작이라고 ! 라는 사람들을 보면, 참 나...이거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난감하죠.팰수도 없고 하면서요. 알아듣게 설명할 방법이 없으니까요.
그런 사람들을 보면서, 젊은 시절을 잘 보내야 겠다는 생각을 많이 합니다.
그래야 물러나야 할때, 활짝 웃으면서 자리를 내주지 않겠어요?
그래? 난 실컷 놀았어. 이제 너희들 차례야. 그러니 신나게 놀렴 하고 말이죠.
그렇게 늙었음 좋겠다 종종 생각한답니다.^^

노이에자이트 2011-08-06 22: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성기가 지났는데도 예전의 인기를 지금도 누리고 있는 것처럼 착각하는 연예인을 보는 기분이죠...뭐든지 적당해야 하는데... 특히 우리나라처럼 위계질서가 극단적으로 강한 풍토에선 권위주의에 기대어 뻐기는 노땅들이 많아서 탈입니다. 곱게 늙는 훈련은 젊었을 때부터 해야겠죠.그 방법으로 저는 어린이와 청소년에게 존대말을 쓰고 있답니다.

이네사 2011-08-09 12:12   좋아요 0 | URL
그러게요. 그러고보니 우리 세대가 늙으면 어떻게 될지 궁금하네요.
과거보단 훨씬 낫지 싶긴 한데, 하여간 우리나라 , 다른건 그래도 다 괜찮은데, 유연함이란 점에서 보면 아직은 좀...갈 길이 먼 듯 싶죠? 저도 조카에게 존댓말 쓰는데...물론 녀석도 제게 존댓말을 쓰구요. 아마 녀석은 자신이 존댓말을 쓰고 있는지도 모를테지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