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어의 노래 -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8-1 프로파일러 토니 힐 시리즈 1
발 맥더미드 지음, 유소영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1년 6월
평점 :
품절


<인어의 노래>라... 제목이 멋지다. 어디서 저런 제목을 짓게 된 것인지 궁금했는데, T. S. 엘리엇의 프루프록의 연가에 나오는 싯구를 바탕으로 제목이 지어진 모양이다.  

" 인어들의 노래를 들었네, 서로서로에게 그들이 내게 노래하지는 않으리라." 

멋진 싯구다. 다만 이 싯구와 이 책 내용이 무슨 연관이 있는 것인지 그게 아리송하긴 하지만서도. 요즘 추리 소설을 보면 작가들이 자신들도 독서가에 음악 애호가이며, 열렬한 철학에 문학 광임을 독자들이 모를까 우려되었는지, 갖가지 다양한 책들과 재즈 기타 음악들과 철학과 신학까지 집어 넣던데, 뭐 추리 소설 읽으면서 갖가지 다양한 정보들을 한꺼번에 섭렵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는가는 모르겠지만서도, 도무지 그게 무슨 이득이란 건지 모르겠다. 조금은 어처구니없고, 때로는 독서를 방해하며, 가끔은 책 내용과 전혀 어울리지 않아--어제 읽은 <런던 대로>의 경우는 개차반에 가까운 주인공이 별별 책들을 읇조리는데 가소롭기 짝이 없었다. 그런 책들을 언급하면 멋있어 보일줄 알았나 보던데, 멋있어 보일려면 행동이 멋있어야지, 책 좀 안다는 것 가지고는 멋져 보이긴 부족하다.--어리둥절하기만 하던데 말이다. 하니, 작가님들이여. 제발 부탁컨데, 내용과 상관없는 다른 책 구절 삽입은 좀 자제해주시길... 잘 쓰면 굉장히 도움이 되지만, 대부분의 경우는 과불유급이니 말이다. 작가란 모름지기 자신의 목소리로 자신만의 이야기를 들려줄때가 가장 자신다운거 아니겠는가. 하여간, 책을 다 읽었음에도 내용과 전혀 무슨 연관이 있는지 이해가 안 가는 제목을 달고 있는 이 책, 무슨 시리즈의 1편이란다. 연쇄 살인범의 머리속을 읽는다고 소문이 나서 유명한 프로파일러 토니 힐 시리즈라는데, 무릎이 땅에 닿기도 전에 고민을 알아맞춘다는 무릎팍 도사처럼, 그 역시도 시체의 상태만 보고도 범인의 심리 상태를 꿰뚫어 볼 수 있다고 하더라. 과연 그 소문은 진짜일까? 아니면 무능한 형사들이 만들어 낸 실체없는 소문에 불과한 것일까? 

 줄거리는 이렇다. 브래드필드의 게이들이 자주 드나드는 동네에 잔인하게 살해된 시체 네 구가 발견된다. 8주의 시간 순서대로 차례로 살해되 버려진 시체는 연쇄 살인범이 등장했음을 나타내 주지만, 경찰서 상사들은 그 연관성을 부인한다. 신문 기사를 통해 연쇄 살인범이 활약중이라는 심증을 굳힌 심리학 교수이자 최고의 프로파일러 토니 힐은 경찰서에서 도와달라고 부탁을 해오자 안도한다. 범죄인과의 진정한 유대감을 통해 마치 자신이 범인인 것처럼 상황을 구성할 수 있는 능력을 지닌 그는 이 살인범이 무척 머리가 좋으며 자기 통제력이 강하다고 추리해낸다. 그의 이야기를 들은 형사들은 책상 물림인 그가 알면 얼마나 알겠냐고 회의적인 반응을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 그를 믿는 것은 그에게 도움을 부탁한 상사와 그가 연락관으로 지명한 여형사 캐롤 조던... 캐롤과 토니는 연관성이라고는 도무지 없어 보이는 네 명의 피해자의 연관점을 찾기 시작한다. 조사를 계속해나감에 따라 처음엔 그들 모두 게이일거라 추측했던 것과는 달리 이성애자일 가능성에 제기 된다. 다섯번째 피해자가 나타나기 전에 범인을 막아야 하는 토니와 캐롤, 하지만 그들은 도무지 살인범이 피해자를 어디서 만난 것인지에 대해서도 오리무중이다. 과연 범인이 그들을 만난 계기는 무엇일까? 겉보기엔 멀쩡한 토니가 캐롤의 은근한 유혹을 무시하는 이유는? 이 모든 것이 연쇄 살인범과 관련이 있다는 것을 그들은 나중에서야 알게 되는데... 

우선, 이야기에 자체에 집중력이 없다. 읽다가 이걸 읽어야 하나 말아야 하나로 몇 번이나 고민하다, 결국 어떤 블러거가 굉장히 재밌다고 하길래 속는 셈치고 읽었는데, 뭐...굉장히 재밌다는 말을 나는 할 수 없었다. 그래도 다 읽은 것에 대해 후회하진 않는데, 왜냐면 안 읽었을시 나중에까지 내가 성급함에 좋은 책을 놓친게 아닐까 했었을테니 말이다. 더 이상 궁금증을 가지지 않아도 된다는 점에서 다 읽은 보람이 있겠다. 적어도 남들이 좋다고 할때 "그래요? 정말로요?" 라고 물어보지 않아도 되니 말이다. 둘째. 이야기가 지나치게 잔인하다. 살인범은 자신이 배신당했다는 상상때문에 피해자를 잔인하게 고문해서 죽이는데, 그 묘사가 변태 저리가라하게 잔인하다. 도무지 이런 책을 쓰는 작가의 머리속은 어떤 것일까 ? 궁금해질 정도였다. 그런데 이 책을 보면서도 궁금했는데, 왜 현실의 범인보다 책속에 나오는 범인들이 훨씬 더 잔인한 것일까? 실제로 범죄를 저지른 자의 현장들이 훨씬 더 잔인하게 느껴져야 정상인데도, 이런 책을 읽다보면 오히려 더 기괴하게 느껴지는건 책 속의 묘사들이다. 과연 어떤 것이 더 나쁜 것인지 모르겠다. 현실보다 왜 상상이 더 기괴해야 하는 것인지도. 셋째, 성전환자에 대한 편견을 부추길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 불편했다. 물론 개인적으로는 그런 사람들을 한명도 만나지 못해서 이런 추측이 옳은 것인가는 모르겠지만, 성전환자들은--특히 남성의 몸에 여자의 영혼이 들어있는 사람들 같은 경우-- 자신의 성 정체성을 구축하는 것만으로도 인생의 에너지를 다 쓰는듯 싶었다. 삶 자체만으로도 지치는 그들에게 과연 타인을 계획해서 죽일만큼의 에너지가 남아 있을까? 의문이다. 더군다나 그들은 겉모습만 남자일뿐, 내면은 그야말로 여성이라고 들었는데 말이다. 소심하고, 순종적이며, 여자보다 더 여성스러운...남자다운 건장한 체격을 지녔다고 해서 과연 내면의 여성성을 버린 채 사람을 잔인하게 살해할 수 있을까?  대부분의 연쇄 살인범이 이성애자인 남자라는건 우연이 아닐지도 모르는데 말이다. 얼핏 생각에 성전환자인 사람이 남성에게 배신을 당했다고 생각해서 그들을 죽인다는 설정이 논리적이여(?) 보일지도 모르지만, 과연 심리학적인 면에서 가능한 설정인가 의심스러웠다. 이 세상에 무엇이 불가능하겠어? 라고 물으신다면 뭐, 할 말은 없겠지만서도, 어딘지, 애써 끼워 맞춘 듯한 스토리라는 의혹을 지울 수 없었다. 네째는 간혹가다 번역이 매끄럽지 못하다는 점이 그나마 있는 매력을 떨어뜨리고 있었다.

하여간 완성도 높은 추리 소설이라고 보긴 힘들었다. 뭐, 나완 달리 재밌게 보셨다면 그걸로 만족하셨을테니 할 말 없고. 계속 시리즈로 나올 모양이던데, 다음편은 이보단 나으려나? 별로 기대되니 않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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