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의 탄생 - 베스트셀러 작가 마이클 코넬리의 LA 강력범죄 사건파일 22
마이클 코넬리 지음, 안재권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0년 8월
평점 :
품절


 기자 출신 작가들중엔 출중하게 글을 잘쓰시는 분이 은근히 많다. 처음 보는 작가인데 선명한 필체에 화끈한 입담에 매료되서 프로필을 살펴보면 전직 기자 출신이라는 설명, 그럼 그렇지 수긍이 간다. 기자 출신과 일반 작가들을 비교하면 뭐랄까. 할 말만 똑부러지게 하는 면이 있다고 할까. 다른 작가들이 중언부언 이런 저런 쓸잘데기 없는 말들로 문장들을 지루하게 하는 점들이 있다고 한다면,  적어도 기자 출신들에겐 그런 단점들은 찾아보기 어렵다. 아마도 짧은 몇 줄 안에 사건 개요와 그에 따른 파장들을 함축해서 설명하는 버릇이 몸에 배여서 그런 모양이다. 그런 특성, 솔직히 부럽다. 그렇게 할 말만 요령있게 써 내려가는 문장력 쉬운게 아니니 말이다. 돈을 주고서라고 그런 문장력은 배우고 싶지만서도, 아마도 그건 배워서 되는 것이 아니라 경험에 의해 몸에 축적되야 가능한거라 배워서 될지 싶다.

서론이 길었다. 마이클 코넬리의 문장력에 대한 칭찬을 하려다 보니 이렇게 됐다. 그간 리뷰를 통해 말했다 시피, 난, 추리 소설 작가인 마이클 코넬리 좋아한다. 추리 소설 작가로 내가 대놓고 좋아한다고 선언하는 작가는 아마도 이 작가가 첨이지 싶은데, 처음엔 그저 어쩌다 , 대단히 운이 좋아서, 좋은 책 한 건 올려주신 작가인 줄로만 알았는데, 다 읽어보니 그게 아니더라. 못해도 본전이고, 잘 쓰면 대박을 빵빵 터트려 주신다. 응? 어쩌다 우연히 작가가 아닌 모양이네? 싶어 프로필을 들여다 봤더니만, 아니나 다를까. 전직 범죄 당담 기자 출신이란다. 아, 그래서 이렇게 이야기가 자연스럽고 설득력이 있었구나. 적어도 상상으로만 만들어 낸 이야기가 아니라, 자신이 보고, 느끼고 , 경험하고, 통찰해 낸 것들을 써 내려간 것이라 그런지 아무래도 다르다. 그의 글 속에서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던 현장감이 거짓이 아니었던 것이다. 그렇다보니 그의 글을 보면서 몰입이 안 될 수가 없다. 그렇지 않겠는가? 자신이 잘 아는 이야기를 하고, 또 그 이야기를 맛깔나게 들려주는 이야기꾼이다보니, 어찌 귀 기울여 안 들을 수 있겠는가. 저절로 귀가 쫑끗하지...하여간 그것이 베스트 셀러 추리 소설 작가인 마이클 코넬리의 비밀이 아니었을까 한다. 뭐, 듣고 보면 당연한 거라 비밀이라고 하기도 그렇지만서도, 하여간 그의 책이 그렇게 재밌게 된 원인이 바로 그것이라는 점에서 비밀이라고 봐도 좋겠다. 

그렇다면 이 책은? 그의 비밀 장부 정도가 되려나 ? 그가 기자 시절 쓴 기사 목록들이니 말이다. 그가 LA타임즈에 근무하게 되면서 정말 여긴 나의 천국이야..라고 했다는데 추리 소설 작가로 글을 쓰고 있던 그로써는 그야말로 노다지 동네가 LA 였을 거란 생각이 든다. 왜냐고? 살인 사건 넘쳐나죠, 범인을 잡으려 애쓰는 개성& 능력있는 형사들 포진해 있죠. 영화나 소설보다 더 언 리얼한 사건들 빵빵 터져 주시죠. 상상력 만으로는 결코 만들어 낼 수도 생각해 낼 수도 없는 사건들이 연일 터져주시다 보니 그의 사건 일지 공책이 그야말로 터져 나갈 지경이 된다. 이 아니 행복할 소냐? 고...그는 말한다. 다소 겸연쩍어 하면서 말이다. 자신의 노다지가 곧바로는 타인의 불행을 짓밟고 일어난 것이라는걸 알기 때문이다. 만약 다른 작가가 그런 사건들로 횡재한 기분이라고 떠들면 대단히 얄미웠을텐데, 이 작가는 그렇지 않다는 것이 참 기묘한 일이다. 왜 그럴까?  다른 작가들과 마찬가지로 그 역시 역겨운 살인 사건과 그 피해자들을 이용해 돈을 버는 것인데도, 왜 그에겐 역겹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가 말이다. 

아마도. 그건, 마이클 코넬리에게 미워할 수 없는 인간미가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는 왠지 타인의 불행을 이용하는게 아니라는 느낌을 받게 한다. 자신이 살겠다고 타인을 이용하는게 아니라, 자신의 호기심을 잘 쓰고 있을 뿐이며, 게다가 자신의 통찰력을 피해자들의 마음을 위로하는데 쓰고 있다는 인상이 든다는 것이다. 마치 그가 창조해 낸 탐정 해리 보슈를 보는듯 하다. 나완 다르다고 그가 누차 말하긴 하지만서도, 정말로 마이클 코넬리는 자신이 만든 탐정들과 닮았지 싶다. 그리고 그래서 더 믿음이 가고 애정이 생기며 받는 것 없이 주고 싶은 마음이 드는지...

그렇다면 결국, 모든 멋진 등장인물들은 작가의 매력에서 나오는 것인 것일까? 그럴지도... 그렇게 보자면 남성적인 매력이 넘치는 --얼굴이 아니라 성격적인 면에서--해리 보슈를 사람들이 그렇게 좋아하는 것도 무리는 아닐 것이다. 매력은 말로는 설명이 잘 설명하기 어려운 것이지만, 또 간과하기도 어려운 것이니 말이다. 하여간 이 책은 마이클 코넬리의 매력을 유감없이 느낄 수 있는 사건 기록집이 되겠다. 어떻게 그가 해리 보슈라는 탐정을 만들게 되었을지, 그리고 그가 책 속에 집어 넣은 사건들은 어떻게 생각해 내게 된 것인지 팁을 얻을 수 있는 점도 좋았다. 아무래도 탐정 소설과는 달리 현실속에서는 미해결 사건으로 남아 있는 것이 많다는 점도 수긍이 갔다. 소설 속에서나 그렇게 딱딱 떨어지지, 현실 속에서도 그렇게 박진감있게 범인을 잡아들이는게 가능하겠는가. 그리고, 특이한 사건들을 뒤늦게 나마 읽어보게 되는 것도 흥미로웠다. 인간은 참으로 대단한 존재들이라서, 범인들이 저지르는 사건들은 그야말로 상상 이상인 경우도 있더라. 무엇보다 형사들이 이구동성으로 증언하는...범인들은 결코 개화되지 않는다는 탄식은 내게 생각할 거릴 던져주었다. 그들이 틀렸다고 말할 정도로 나는 순진하지 않다. 다만 문제는 과연 그렇다면 그들을 어떻게 해야 한단 말인가? 지구가 멸망하는 때까지 마냥 가둬 둘 수는 없는 일이니 말이다. 전쟁과 마찬가지로, 어쩌면 범죄란 인간이 지구에서 살아가면서 견뎌 내야 하는 댓가일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이런 추리 소설 작가들이 계속 흥하고 말이다. 어쨌거나 재밌는 이야기를 들려 주신다는 점에서 마이클 코넬리에게 박수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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