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발한 발상, 하늘을 움직이다 요시키 형사 시리즈
시마다 소지 지음, 한희선 엮음 / 시공사 / 201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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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중심가 상점 거리에서 살인 사건이 발생한다. 피해자는 가게 주인인 여성으로 겨우 12엔의 소비세를 둘러싼 다툼으로 벌어진 사건이었다. 목격자에 의해 살인범으로 잡아온 사내를 보고는 형사는 고개를 갸우뚱한다. 한눈에 보기에도 정상이 아닌 할아버지였기 때문이다. 치매에 걸린 왜소한 할아버지가 살인을 했다는게 믿겨 지지 않는, 더군다나 그 이유가 단돈 12엔 때문이라니... 형사는 모정의 음모가 있는 것이 아닌가 싶어 수사를 단행한다. 하지만 살인에 대한 자백은 커녕 이름도 대답하지 못하는 이 할아버지, 목격자의 증언이 아니라면 도저히 살인을 할 것 같은 사람이 아니다. 결국 여기저기 찔러본 요시키 형사는 살인은 커녕 벌레도 못 죽일 것 같은 이 할아버지가 실은 유괴살인으로 26년을 복역한 사람으로, 얼마전에 출소했다는 사실을 밝혀 낸다. 이에 더욱 호기심이 생긴 그는 할아버지가 복역한 교도소를 방문하고는 그를 알고 있는 교정원을 만나게 된다. 그 역시 할아버지는 살인을 할만한 위인이 못 된다는 증언에 형사는 그와 친했다는 복역 친구를 찾아간다. 할아버지가 살인을 저질렀다는 말에 깜짝 놀라는 친구는 그는 절대 살인을 할 사람이 못 되며, 살인할 리도 없다고 단언한다.  더군다나 할아버지가 복역한 유괴 살인 역시 누명을 쓴 것이라고 하질 않는가. 게다가 치매에 걸린 듯 바보처럼 구는 할아버지가 실은 매우 똑똑한 사람이며, 상상력도 풍부해 단편 소설을 쓸 정도였다는 것을 들려준다. 긴가 민가 하던 형사는 감옥 친구가 내민 단편 소설을 읽고 감동을 받는다. 할아버지가 쓴 네 편의 소설 중, 인상적으로 보았던 <삐에로 열차 살인 사건>이 오래전 실제로 벌어진 사건이었고, 아직까지 미제 사건으로 남아있다는걸 알게 된 형사는 혼비백산 하고 마는데... 과연 이모든 사건의 진상을 무엇일까? 절대로 사람을 해칠 사람이 아니라고 다들 이구동성으로 말하는 할아버지는 진짜로 살인을 한 것일까? 목격자들의 증언에도 불구하고 형사는 진실을 찾아 수고스럽게 나서는데... 

 잘 쓴 소설이길 바라면서 읽었다. 그럴만한 가치가 있을 거라 믿었고...우선 제목이 멋지질 않는가. 다 본 소감은 그럴 만한 가치가 없었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전편을 아우르는 복선으로 등장하는 삐에로 살인 사건의 진상이 지나치게 작위적이다. 너무 작위적이라서, 그리고 지나치게 배배 꼬아 만든 티가 역력해서,듣고 나면 실소가 날 정도로 말이다. 신출귀몰한 살인 사건이 아니라, 이건 누가 봐도 어이 없는, 말도 안 되는, 독자를 얼마나 바보로 생각하면 이런 트릭이 먹힌다고 생각한 것일지, 아니면 이것밖엔 생각할 것이 없었어? 라고 작가에게 되묻고 싶어만큼 말이다. 그러게 지나치게 인상적이여 보일려고 인위적인 사건을 만드는게 꼭 소설의 완성도를 높이는 것은 아니라니까. 자연스런 상상력, 누가 봐도 고개를 끄덕이게 하는 전개, 굳이 엽기적이 아니라도 몰입이 되는 설정, 추리 소설에선 그게 최고 아니겠는가. 

하여간, 밝혀진 진실도 어이없었지만, 이 왜소하고 평생 짓밟히면 살아온 할아버지가 한국인이라는 설정도 기분이 언잖았다. 웬 연민? 내진 동정? 그리고 우리가 그렇게 살인에 정통한 사람인 것 같아 보여? 라고 묻고 싶었다. 일본 사람들은 우리가 다른 인간 종들과는 다른 별종이나, 특별한 인간들이나, 내진 슈퍼맨처럼 특출난 재능을 타고 태어난 사람들인줄 아는가 보다. 그렇게 특별한 사람들이 왜 보잘것 없는 너희들의 식민지로 살았겠어? 응? 상식적으로 생각해보면 알거 아냐? 라고 질문하고 싶었던 책... 아마도 일본인들 잠재의식 속엔 우리를 학대한 것에 대한 죄의식이 남아있어 언젠가는 그들을 똑같이 학대하지 않을까라는 피해의식이 남아있는가 본데...미안하지만 우리 사는 것도 바쁘거들랑? 별로 미안하지도 않으면서 미안한 척 하지 말아주식 바래. 어차피 너희들 손 봐주는 시간에 우리가 그냥 잘 살아보자는 쪽으로 가고 있으니 말이야. 우린 특출나지 않아. 남자들이 의무적으로 군대에 가야 하는 바람에 비록 대부분 총을 쏠 줄은 안다고 하지만서도, 절대 살인 병기는 아니란 말이지. 그러니 안심하고 발 쭉 뻗고 자기를...부디 바라건데. 이렇게 엉성한 소설에 우리나라 사람을 범인으로 몰지는 말아줘...제발~~~ 

하지만 한가지는 인정하련다. 제목 잘 지었다. 다 읽어봐야지나 그 말이 무슨 뜻인지 짐작하게 된다는 것이 문제긴 하지만서도, 하여간 이 책에 걸맞는 제목이긴 하더라. 물론 제목이 걸맞다고 해서 내용이 충실해지느냐는 별개의 문제지만서도. 전혀 별개의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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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6-22 08:11   URL
비밀 댓글입니다.

이네사 2011-06-22 10:07   좋아요 0 | URL
도서관에서 빌려서 봤으니 걱정 마셔요. 일본 책은 왠만하면 사지 않는답니다. 아직까진 완벽하게 믿는 작가가 이렇다하게 없거든요. 지금도 책이 넘쳐나기 때문에 소장할 가치가 없는 책들은 이젠 곤란해서 말이죠. 책 사는건 아주아주 아주아주 신중한 편이니 그런 걱정 안 하셔도 되요.^^

아, 그런 뒷배경이 있었군요. 10년전에도 그랬었어요? 참 나...웃긴다니까. 우린 별로 생각도 안 하고 있구만, 왜 지네들이 난리래요. 그들이 거기서 살고 잡아서 살게 된 것도 아니구만서도 말여요. 하여간 일본 정말로 차별적이고 계급적이고 그런 보이지 않는 선들이 많은 것 같네요. 어떤때 보면 사고가 유연한 듯 보이면서도, 그렇게도 편협하고 고루하다니 별로 매력적인 사람들은 아닌 듯 하죠?
뭐, 좋은 취지에서 그 사람을 내세운 것은 고마운데요. 사할린 문제를 꺼내들고 나온 것도요.
그런데 아무리 봐도 그 할아버지, 한국 사람이라는 느낌이 안 들지 않나요? 그런 것에서 조금 반발심이 생긴다는 거죠. 잘 알지도 못하면서, 그림도 자연스럽게 못 그려내면서 무슨 동정심에 주인공으로 내세우냐... 싶어서요. 더군다나 천부적인 살인 본능을 가진 사람이라니... 아무리 봐도 말이 안 되더라는...

아, 한국 사람들을 쌈닭으로 생각하는건 있는가 보더라구요. 우리나라 남자들 군대 가잖아요. 남북 대치 상황이라 가끔 폭탄도 오가구요. 여자들에게 대쉬할땐 화끈하고 말이죠. 그런 저런 선입견때문에 일본 남자들은 우리나라 남자들이 대부분 쌈닭인줄 안다고 하더라구요 .그걸 무척 부러워 하고 말이죠.
하긴 일본 드라마 보면 어찌나 유약들 하시던지...일본 여자들이 우리나라 남자들에게 뻑 가는 것도 이해가 가더군요. 하여간 그런 편견이 있대요. 하지만 그 편견이 결코 자랑스럽지 않더라는... 그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