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인업 - 세계 최고의 범죄소설 작가들이 창조한 위대한 탐정 탄생기
켄 브루언 외 지음, 오토 펜즐러 엮음, 박산호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1년 5월
평점 :
절판


스릴러 전문 서점의 주인인 오토 펜즐러는 대형 서점과 인터넷 서점의 등장으로 소형 서점이 고사될 위기에 처하자 타개책을 마련하기 위해 고심을 한다. 그 와중에 생각해 낸 것이 작가들에게 그들의 히어로들의 프로필을 작성해달라고 부탁하면 어떨까 라는 것, 그들에게 무리한 부탁을 하는 것은 아닌지, 그것이 독자들에게 얼마나 먹혀 들어갈지, 우려를 하던 펜즐러는 의외로 본인의 생각이 대박을 터뜨리자 환호한다. 그건 독자들의 호기심과 추리 소설 주인공들에 대한 애정때문도 있었지만 무엇보다 작가들의 선량한 마음씨 덕분이 컸다. 스릴러 전문 책방에 사라지지 않기를 바라는 친절한 마음에서 나온 글이었으니 말이다. 돈으로 따져서 만들 생각이었다면 감히 기획조차 어려웠던 프로젝트를 단지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여 만들어 냈다는 점이 매우 특이하고 멋진 것이었지 않나 싶다.  하여간 그렇게 한달에 한번씩 유명한 작가들의 위대한 주인공들의 프로필을 모으던 펜즐러가 그것의 인기에 힘입어 책으로 엮어 낸 것이 바로 이 책이다. 위대한 탐정들이 줄줄이 늘어서서 자신이 소개되기만 기다리고 있던 책, 아마도 그래서 라인 업이라는 제목이 지어졌는가는 모르겠지만서도... 

일단, 관심이 가던 탄정들의 탄생 비화와 그들을 사랑해 마지 않는 작가들의 애정넘치는 이야기를 듣는 다는 것이 좋았다. 무엇보다 내가 이 책을 집어들게 된 데는, 마이클 코넬리가 해리 보슈를 어떻게 설명할까 그것이 궁금해서였는데, 역시나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한건 해주시더라. <라스트 코요테>를 읽으면서 제임스 엘로이와 해리 보슈의 어린 시절이 겹쳐진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알고보니 진짜로 엘로이의 이야기에서 영감을 얻어서 보슈를 만들어 냈다는 사실은 흥미로웠다. 아마도 보슈를 만들 당시 엘로이가 그렇게 유명한 작가가 될 거라고는 생각지 않아기에, 그렇게 유명해진 이야기를 자신의 주인공 과거로 써 넣은 모양인데, 어쨌거나 두 유명한 작가가 그렇게 연결이 되었다는 점에서 신기했다. 둘 다 이젠 자신의 이야기로 너무나 유명해진 사람들이라 지금에 와서 그런 생각을 해낸다면 식상하다고 느껴졌을 지도... 하여간 무슨 생각을 해내던지 앞서 가야 한다는 것은 작가들 세계에서도 마찬가지인가 보다. 그렇다고 해리 보슈의 탄생이 별게 아니라는 뜻은 전혀 아니다. 지금 유명해진 다음에야 별 게 아니겠지만 처음 무명이었을때 그걸 생각하고 만들어 낸다는 자체가 기발한 것이니 말이다. 그렇게 지금은 너무도 성공한 작가와 그들의 주인공들에 대해 새로운 이야기거리를 얻는 다는 점이 특징, 어떻게 자신을 유명하게 만들어준 탐정을 만들어 내고, 그들에게 생명을 불어넣었는지 작가들의 입으로 직접 듣게 된다는 점이 좋았다. 

 하지만 그외엔 별로 이렇다할만한 것이 없었다. 다만 여러 작가들이 짧게 자신들의 이야기를 하다보니, 예기치 않게 작가들의 글발이 비교가 된다는 것은 흥미있는 발견이었다. 어떤 작가는 글을 잘 쓰고, 어떤 작가는 그렇지 못한지 확연하게 구별되던데, 재밌는 것은 그것이 어느정도는 그들이 쓴 글과 연관이 되더라는 점이다. 글을 쓰는건 점수를 받는 것과 상관없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있으실텐데, 이 책을 보니, 글을 쓴다는 것은 어느정도 작가에게 부여된 내진 특화된 능력이라는 생각을 떨칠 수 없었다. 늘 백점만 받는 학생에게 어떤걸 갖다 줘도 쉽게 백점을 받는 것처럼, 어떤 것을 주어도 잘 쓰는 사람이 역시나 본업인 책도 잘 쓴다는 말이다. 하여 이 책 안에서 가장 잘 썼다고 --당장 서점으로 달려가 그의 책을 주문하고 싶을 정도로 매력적인 글발을 날려주신 분--생각되는 작가는 잭 브루언과 마이클 코넬리와 존 코널리 정도였다. 달랑 세 사람...총 21명의 작가들의 자신들의 탐정들에 대해 설명하고 있었는데, 달랑 세 사람 건졌다니, 의외지 않는가. 난 이보단 더 많을줄 알았는데 말이다. 더불어 평소에 매력을 느끼지 못한 작가들은 왜 그런 매력을 느끼지 못하는지 이해가 되는 대목이기도 했다. 글발이 떨어진다는 뜻이다. 재밋는 책을 쓰는 작가는 짧은 소개글에도 자신들의 매력을 발산하는 반면, 그저 그런 추리 소설을 쓰는 작가는 소개글도 그저 그랬다. 특히나 마이클 코넬리의 경우는 지난 번 <콘크리트 블론드>에서 느꼈던 것처럼 분명이 말을 많이 하는데도, 별로 지루하다는 인상을 받지 못하게 한다는 점이 우습더라. 하여간 한번 몸에 배인 재능은 어디 안 가나 보다.다른 작가들은 몇 마디 만으로도 이미 지루해져서 하품이 나오는데도, 마이클은 그렇지 않은걸 보면 어떻게 이야기를 해야 하고, 어떻게 해야 사람들이 흥미를 느끼며, 어떤 것에 사람들이 관심을 갖는지 선천적으로 아는 사람이라는 인상을 받았다.한마디로 쉽게 말해, 스토리 텔러로써의 자질을 타고 태어난 사람이라는 뜻. 하여간 이 책을 보면서 그간 마이클 코넬리에 대해 가졌던 호감이 실은 대단한 능력 덕분이라는 것을 확인하게 되서 좋았다. 내가 그를 좋아하게 된 것이 어쩌다가 아니가, 그의 능력이 출중해서 라는걸 알았으니 말이다. 그렇게 마이클 코넬리에 대한 재발견 외엔 그다지 영양가는 없는 책이었다. 무엇보다 자신이 그렇게 사랑해 마지 않는다는 자신의 책 주인공들에 대한 설명이 지루하다니, 실망이다.역시 사랑만으로 무엇가를 흥미진진하게 설명한다는 것은 쉽지만은 않은 것인가보다. 타고난 재능이 있지 않고서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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