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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크리트 블론드 -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3-3 ㅣ RHK 형사 해리 보슈 시리즈 3
마이클 코넬리 지음, 이창식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0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4년전 연쇄살인범으로 일명 인형사로 불리는 노먼 처치를 사살한 해리 보슈는 그의 미망인으로부터 과잉 대응이란 이유로 고소를 당한다. 죽일 생각까진 없었지만, 그가 범인이라는 것과 그 당시 정황상 그럴 수 밖엔 없었다는 것에 대해 한치의 주저함도 없던 그는 상황이 그렇게 돌아가는 것이 못마땅하다. 더군다나 자신을 변호하기로 한 신참 검사는 어리버리 한 데 반해, 상대측 변호사는 찔르면 피도 눈물도 나올 것 같지 않은 미모의 여 변호사 머니 챈들러. 패소시 보상금을 나라에서 지불한다고 해도 자신의 명예가 걸려 있는 소송이다보니 해리의 마음은 편하지 않다. 마지못해 성실한 표정으로 법정에 앉아 있던 그는 경찰서에서 걸려온 한통의 전화를 받고 긴장을 한다. 내용은 제보에 의해 콘크리트 아래에서 여성 시체 한구를 찾아냈는데 아무래도 해리가 죽인 인형사와 수법이 비슷해 보인다는 것이었다. 심지어 그에게 남겨진 쪽지에는 자신이 인형사이며, 잡을 수 있으면 자신을 잡아 보라는 도발적인 시도 한 수 적혀 있었다. 다른건 몰라도 노먼 처치가 인형사라는 점에 대해선 전혀 의심을 하지 않고 있던 해리는 등짝에서 식은땀이 흐르는 듯한 전율을 느낀다. 그렇다면 그가 죽인 노먼은 인형사가 아니었던 것일까? 거기에 자신에 대해 너무 잘 알고 있는 머니 챈들러가 이해되지 않아 미행해 본 결과 같은 소속 경찰이 돈을 받고 정보를 팔았다는걸 알게 된다. 가뜩이나 세상사에 치인 그로써는 동료의 배신이 아프기만 하다. 하지만 그에겐 그런 감정적인 동요마저 사치다. 얼마 남지 않은 선고일을 앞두고 그는 자신에게 씌여진 누명을 벗어야 하는데다 진범까지 잡아야 한다는 복잡한 상황에 처하고 말았으니 말이다. 결국 그는 콘크리트 블론드가 자신이 죽인 인형사와 다른 모방범이거나 실제로 인형사는 둘이었다는 가정하에 수사를 시작한다. 콘트리트에서 발견된 여자가 20대 금발의 포르노 배우였다는 사실을 알게 된 그는 포르노 전담 형사에게 도움을 요청한다. 어딘지 미심쩍은 분위기를 흘리던 포르노 전담 형사는 곧 해리의 용의자 선상에 오르게 된다. 전담반을 만들어 인형사를 잡기 위해 총력을 다하던 경찰은 포르노 전담 형사를 미행하기 시작하는데...과연 그가 죽인 노먼은 인형사였던 것일까? 그가 인형사이건 아니건 간에 콘크릿 블런드를 죽인 살인범은 누구일까? 그는 왜 해리 보슈를 물고 늘어지는 것일까?
어디로 튈지 예상을 할 수 없게 종횡무진 해리 보슈의 활약을 볼 수 있었던 추리 소설이다. 촉박한 시간 내에 자신의 누명을 벗어야 하는 것 뿐만이 아니라, 진범까지 잡아야 한다는 긴장감 덕분인지 읽는 내내 흡입력 최고였다. 해리라는 경찰관의 애환과 인간미를 잘 느끼게 해주던 소설로 아마도 그가 쓴 해리 보슈 시리즈 중에서 상위권에 넣어도 손색이 없는 소설이지 않는가 한다. 자연스럽게 이야기가 흘러 가는 것도 장점으로, 책을 읽는게 아니라 영화를 보고 있는 듯했다. 대수롭게 들리지 않는 묘사를 통해 등장인물들의 기분이나 표정까지 상상하게 만드는 문장력은 어떻게 마이클 코넬리가 유명 추리 작가가 되었을지 수긍하게 되는 대목이다. 그나저나 이 작가의 책을 읽다보면 신기한 것이 분명 말을 엄청 많이 하는데 그다지 말이 많다는 인상을 받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만큼 잘잘한 재미를 요소요소에 박아 넣어서 두리뭉실 잘 넘어가게 해준다는 뜻일텐데, 이런 재능, 글쟁이로써는 부러워 해야 하는게 아닐까 싶다. 시간 때우기 용으로는 아주 그만, 다가오는 여름 뭐 읽을 게 없을까 싶으신 분들에게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