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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스트 코요테 -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3-4 ㅣ RHK 형사 해리 보슈 시리즈 4
마이클 코넬리 지음, 이창식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0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맘에 맞지 않은 상사를 쥐어 팬 뒤 정직중인 형사 해리 보슈는 쉬는 참에 오랫동안 미뤄 두었던 일을 해결해 보기로 한다. 그것은 바로 오래전 살해된 엄마의 살인범을 잡아 보겠다는 것, 매춘부로 아들을 키울 수 없었던 그녀는 그에게 꼭 찾아 오겠다는 말을 남긴 뒤 길거리에서 살해된 채 발견되었었다. 35년이나 흐른 지금, 엄마가 자랑스러워 할 만한 형사가 되어 있던 그는 자신이 형사가 된 것이 어쩌면 엄마의 원한을 풀기 위해서가 아니었을까 생각한다. 하지만 형사가 아닌 아들로써 진실을 밝혀 낸다는 것은 감정적으로 너무나 가혹한 일, 매춘부로 살다 쓰레기통에서 시체로 발견된 엄마와 마주한다는 것이 쉽지만은 않은 까닭이다. 하지만 엄마 친구이자 동료 였던 메러디스의 카드를 받은 그는 그 일을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는 것을 깨닫는다. 미제 사건 해결 파일을 열어본 그는 범인이 잡히지 않은 것이 지극히 당연한 것을 알고는 분통이 터뜨린다. 무성의한 수사는 형사들에게 아예 범인을 잡을 생각이 없었음을 보여주고 있었기 때문이다. 엄마가 매춘부라서 그런 것이 아닐까 기분이 상한 그는 엄마의 친구 메러디스를 만나면서 당시의 사정을 듣게 된다. 엄마가 살해된 날 밤 그녀가 만나러 간 사람이 거물급 검사였으며, 당시 포주인 자니 폭스가 경찰의 비호를 받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 말을 들은 그는 두 사람이 엄마의 살해와 모종의 연관이 되어 있음을 직감한다. 자니 폭스가 이미 사망했다는 것을 알게 된 그는 단서를 찾아 과거 사건을 수사한 형사들을 만나러 간다. 그들에게서 과연 그는 무엇을 건질 수 있을 것인가? 30여년 전에도 해결하지 못한 사건을 이제와서 풀어낸다는 것이 가능하긴 할까? 불가능해 보이는 일이지만 그는 한가닥 실마리에 희망을 걸고 앞으로 전진하는데...
부모 복이 없다고 해야 하나? 매춘부 엄마와 그녀의 변호사 사이에서 태어난 사생아로, 그나마 있던 엄마마저 살인범에게 빼앗겨 버린 해리 보슈가 자신의 엄마의 살해범을 잡아 나가는 과정을 보여주던 추리 소설이다. 무엇보다 이야기가 탄탄하다는 것이 압권이다. 마치 영화를 보는 것처럼 이야기가 연결되는 점도 좋고, 해리 보슈가 자신의 엄마를 회상하면서 복수를 다짐하는 것도 신선했다. 성격 파탄자라고 말해도 좋을만큼 성격 더러운 형사긴 하지만 뭐랄까. 왠지 연민이 간다고 할까. 믿어도 됨직한, 그리고 도와주고 싶은 개성 넘치는 형사를 잘 그려내고 있지 않은가 한다. 특히나 매춘부긴 했지만 자신을 사랑했던 엄마에 대한 회상 장면들이 참 가슴에 와 닿았다. 먹고 살기 위해서 어쩔 수 없었겠지만 나를 사랑하는 것에는 다른 엄마와 다를바가 없었다고 말하는 그, 만약 현실에 이런 아들이 있다면 그 아들을 둔 엄마는 자신을 자랑스러워 해도 좋을 듯...하여간 어떤 엄마라도 자랑스러워할만한 아들 형사 해리 보슈가 다방면으로 사고치는 과정들을 생생하게 볼 수 있다는 점이 장점이다. 흡입력이나 몰입도? 걱정 안 해도 된다. 추리 소설답게 누가 범인일까? 잡을 수는 있을까? 내내 긴장하면서 보게 되니 말이다. 극악스러운 장면들로 독자들의 시선을 끄는게 아니라, 인간적이고 개연성 있는 이야기 전개로 집중하게 한다는 점도 맘에 든다. 이런 인간적인 형사라면 아마도 다른 연작들을 기대해도 좋을 듯...하지만 연작 작품들마다 편차가 있으니 골라서 보시라고 권해 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