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혹은 한 남자의 자살 노트 1 민음사 모던 클래식 25
마틴 에이미스 지음, 김현우 옮김 / 민음사 / 2010년 5월
평점 :
절판


잘 나가는 CF 감독인 존 셀프는 우연히 비행기에서 만난 영화 제작자의 제의에 따라 영화를 만들어 보기로 한다. 영화에 들어가는 모든 돈을 댈테니 그저 잘만 찍어 달라는 주문에 따라 순식간에 시나리오를 만든 그는 본격적으로 배우 섭외에 들어가기 시작한다. 본인의 막나가는 삶을 살짝 변주해서 만든 시나리오는 아무리 좋게 봐준다고 해도 구제불능이지만, 제작자는 신경쓰지 않는다. 중요한 것은 시나리오가 아니라는 것이다. 시나리오는 대중의 입맛에 맞게 고치도록 다른 작가에게 던져주고, 배우들 섭외에 나선 그는 그것도 만만찮은 일임을 알게 된다. 한물간 배우의 허세에, 아무리 봐도 변태지 싶은 노배우, 역을 따기 위해 육탄 공세를 아끼지 않는 여배우등 그는 자신만큼이나 부패된 사람들 한가운데 서 있음을 실감하게 된다. 술과 섹스 마약, 거칠것 없이 타락중이던 그는 제작자가 던져주는 천문학적 단위의 돈때문에 이젠 정신을 차리지 못한다. 다만, 술인 깬 뒤 그를 경멸스럽게 바라보는 웨이터와 그에게 경고성 욕설을 퍼붓는 시나리오 작가, 친구인지 적인지 구별되지 않는 제작자등은 그로 하여금 자신이 무언가 놓치고 있다는 생각을 어렴풋이 하게 한다. 자신이 타락해 가는 것만큼이나 타락하고 싶지 않은 마음이 커져가던 그는 상류층 귀부인과 사귀게 되면서 약간의 희망을 갖게 되는데...

 

사람이 타락하면 이렇게 골치 아프구나..를 본격적으로 보여주던 소설이다. 클럽과 호텔을 전전하면서 의미없는 섹스와 술과 마약이 절어 살던 주인공 존에게 물주가 생긴다. 어떻게 될까? 답은 더 거침이 없어진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영화가 성공하지 않아도 걱정할  필요 없다는 말에 난생 처음 자신이 진짜 성공 가도에 올라탄 듯 의기양양하던 그는 어쩌다 자살까지 생각해야 하는 코너에 몰린 것일까? 그냥 운이 조금 없었던 것일 뿐일까?

 

행복을 잡기 위해 부단히도 노력하던 한 사내의 비극적인 몰락과 그 몰락 뒤에 찾아온 깨달음을 보고 싶다시는 분들에게 강추!  만들어 낸 소설이 아니라 실화를 보는 듯 생생하고 실감난다. 그리고 놀라운 점은 공감하기 어렵지 않다는 것이다. 돈만 있으면 모든 것을 가질 수 있고 행복할 수 있을 거라는 모든 이들의 소망이 이뤄진 한 사내가, 그 밉살맞은 사내가 나중에는 애처러워지고, 보듬어주고 싶을 정도로 안되 보이니 말이다. 그거 대단한 설득력이다. 밉살맞은 사람을 옹호하게 되기란 쉽지 않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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