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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과 게 - 제144회 나오키상 수상작
미치오 슈스케 지음, 김은모 옮김 / 북폴리오 / 2011년 3월
평점 :
절판
아버지를 암으로 여윈 뒤 할아버지와 엄마와 살고 있는 신이치는 학교에서 왕따까지 당하자 마음을 둘 곳이 없다. 하지만 자신의 그런 슬픔 마음을 털어놓을 곳마저 여의치 않다. 아버지 대신 돈 벌이를 하느라 바쁜 엄마, 오래전 사고로 한쪽 다리를 잃은 뒤 말이 없어진 할아버지가 아무리 신이치를 사랑한다고 해도 그의 심정을 알아차리기엔 무리니 말이다. 다행히도 반에서 그에게 친근하게 말을 걸어주는 친구가 있었으니 바로 그가 하루야다. 그 역시 신이치와 마찬가지로 전학 온 학생으로 사투리 억양을 고치지 못한 그를 반 아이들은 멀리한다. 한 반의 두 이방인으로 통하는 것이 있었던 둘은 학교를 마치면 바닷가로 나가 자신들이 고안한 블랙홀이란 덫을 살펴본다. 간단하게 페트병으로 만든 함정에 빠진 게나 가재, 작은 물고기나 멸치등을 건져오는 것이다. 처음엔 무엇을 잡았을까 호기심에 시작된 둘의 물고기 잡이는 곧 잡은 소라게를 가지고 불로 지져 소원을 비는 의식으로 발전된다. 둘만의 의식을 치르면서 점차 서로에게 친근감을 느끼게 된다. 그렇게 가까이 지내다보면 알고 싶지 않은 사실도 알게 되는 법, 신이치는 말이 없는 하루야가 부모에게 학대받고 있다는 것을 눈치챈다. 굶기는 것도 모자라 종종 때린다는 사실을 알게 된 신이치는 친구를 도와주고 싶어하나, 그 방법이 생각나지 않아 속이 상한다. 그저 소라게를 지지면서 소원을 빌어볼 밖에...
그런 둘의 사이를 비집고 들어온 것은 학교의 퀸 카인 나루미다. 부잣집 딸인 그녀는 신이치의 할아버지와 관계가 있다. 할아버지 쇼조가 모는 배를 탔다가 나루미의 엄마가 돌아가셨기 때문이다. 그런 사실 때문에 자신을 멀리할거라 짐작한 신이치는 오히려 그녀가 친절하게 다가오자 어리둥절해 한다. 우연이 둘이 산책 하게 된 날 이후로 신이치의 책상안에 쪽지가 날라든다. 둘의 관계를 비방하는 유치한 내용이었지만, 그것이 계속되어 가면서 신이치는 점차 기분이 나빠진다. 축제에 다녀온 뒤 춤을 추는 나루미와 마주친 신이치는 하루야와의 비밀 아지트에 그녀를 초대한다. 처음 자신을 배신했다는 듯이 바라보던 하루야는 점차 나루미에게 익숙해진다. 함께 모여 소라게를 지지는 의식을 하게 된 셋은 이제 무엇을 소원으로 빌까 궁리하기에 이른다.
한편 엄마의 밀회 장면을 목격하게 된 신이치는 그 상대가 나루미의 아빠라는 사실에 경악한다. 엄마가 벌써 아버지를 잊었다는 것도 충격이구만, 하필이면 그 상대가 자신의 친구의 아버지...신이치는 사람 좋아보이는 나루미의 아빠가 밉기만 하다. 어느날 감정이 고조된 신이치는 소라게를 향해 나루미의 아빠를 없애 달라고 부탁하는데...
아버지를 잃은 후 가뜩이나 마음이 스산한 소년이 엄마의 연애를 목격하면서 생기는 불안한 심리를 그려낸 소설이다. 초등학교 특유의 감정들을 섬세한 필체로 그려낸 것이 특징으로, 데뷔 이래 인간의 사악함을 특이한 시선으로 다루던 작가의 전작들에 비교하면, 그나마 가장 대중적으로 순화된 작품이 아닐까 한다. 그 때문인지 일본 최고의 문학상이라는 나오키 상을 거머쥐었다고 하던데, 어린 아이다운 감수성이 부족해서 그런가 상을 받을만큼 대단한 소설이라는 느낌은 받지 못했다. 어찌보면 지극히 일본적인 감성이라 한국인인 내가 이해를 못하는지도...일본에서는 2011년 최대 화제작이라고 하니 말이다. 뭐, 그건 다른 나라 이야기니, 나완 상관이 없고... 비위 약한 사람은 안 보는게 좋을 듯한 그로테스크, 엽기, 변태심리를 독특한 시선으로 그려내던 작가가 다소 그 정도를 약화 시켰다는 점은 환영할만하다. 덕분에 완성도 적인 면에서는 다른 작품에 비해 탄탄해 보였다. 줄거리가 자연스럽게 흘러가 억지라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는 뜻. 하지만 그럼에도, 꼭 이 책을 보십사 , 안 보면 손해다 할만큼 재밌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아마도 미치오 슈스케 자신이 아직까진 매니아층에게 먹히는 글을 쓰고 있는게 아닐까 한다. 그래도 작가가 대중적인 벽을 허물은 듯 보이니 , 앞으로의 발전을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