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턴 - 음악과 황혼에 대한 다섯 가지 이야기 민음사 모던 클래식 36
가즈오 이시구로 지음, 김남주 옮김 / 민음사 / 2010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음악을 배경으로 어긋나버린 사랑과 실패한 인생에 대해 생각하게끔 하던 단편 소설이다. < 크루너>에서는 이탈리아 까페에서 기타를 연주하던 나는 엄마의 우상이던 가수 토니 가드너를 발견한다. 반가운 마음에 그에게 접근한 나는 그의 까칠하기 그지 없는 아내를 만나게 된다. 20살이나 젊은 아내에게 세레나데를 바치고 싶다는 토니의 말에 나는 영광이라면서 계획에 동참한다. 곤돌라를 타고 아내가 있는 창 밖에서 노래를 부르던 토니는 이 여행이 실은 이별 여행이라는 것을 알려 준다. <비가 오나 해가 뜨나>는 젊은 시절 친하게 지내던 대학 동창생 부부로부터 초대를 받은 나는 아무 생각 없이 그들의 초대를 받아들인다. 오랜만에 그들을 만난 나는 둘 사이가 태평양 만큼이나 쩍 벌어졌단걸 알고는 식겁한다. 둘 사이를 다시 붙여 놓기 위해 안간힘을 쓰던 나는 결국 곤경에 처하고 마는데...< 말번 힐스>는 누나의 까페에서 일을 하던 나는 밉상인 독일인 부부에게 마을에서 최고로 질나쁜 호텔을 추천한다. 언덕에서 기타를 들고 작곡을 하고 있던 나는 부부를 다시 만난다. 그 둘이 자신과 같은 프로 음악가라는 사실을 알고는 마음이 풀어진 나는 그들에게 호감을 갖기 시작한다. 늘 모든 것을 긍정적으로 보는 남편과는 달리 아내는 무덤에서 나온 듯 어둡기만 한데...< 녹턴>은 실력은 있지만 외모때문에 뜨지 못한 색스폰 주자 스티브는 큰 맘 먹고 성형수술을 한다. 호텔방에서 안정을 취하고 있던 그는 옆 방에 유명한 가수 란디가 묵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같은 처지의 두 음악가는 지루한 나머지 의기투합해서 모험을 벌여 나가는데... <첼리스트>는 돈 많은 유한 마담으로부터 재능 있는 첼리스트라는 말을 들은 그가 그녀로부터 레슨을 받게 되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그녀 덕분에 자신의 재능을 알게 된 그는 먹고 살기 위해 음악적 자존심을 죽어야 하는가로 고뇌하게 되는데...

 

다섯편 모두 고르게 완성도 높은 단편소설이었다. 여러 사람들의 인생을 과장없이 차분하게 그리고 있다는 점이나 음악이 흐르는 듯한 배경이 작가의 새로운 개성을 발견한 듯해서 좋았다. 작품 전체의 인상이 쓸쓸하다는 것이 마음에 걸리긴 하지만서도, 실제 인생이란 쓸쓸한 것이니 뭐라 불평하긴 그렇다. 조증에 걸린 사람처럼 모든 것이 잘 될 것이라는 낙관을 갖고 사는 것도 나쁘진 않겠지만 , 때론 현실을 직시하면서 인생을 가감없이 바라보는 것도 좋으니 말이다. 조증과 낙관과 긍정을 유지한다는 것은 무지스럽게 피곤한 일 아니겠는가. 시지프스 아저씨처럼 신화속 인물이 되고픈 생각이 없는 사람이라면 내려 놓는 법을 배우는 것도 좋다는 생각이다. 그런데 가즈오 이시구로, 이 작가 글을 잘 쓰는 것은 알겠는데, 작품의 색깔이 늘 회색이다. 한번이라도 선명한 빛깔의 작품을 내주실 생각은 없는 것인지 궁금해진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