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마루 밑 남자
하라 코이치 지음, 권남희 옮김 / 예담 / 2010년 11월
평점 :
절판
현대 사회의 직장인들의 비애들을 여러가지 측면에서 조명한 소설이다. 맨처음 등장한 <마루밑 남자>는 단독주택을 부르짖는 아내의 성황에 밀려 빚을 내서 집을 사게 된 회사원의 이야기다. 맘에 드는 집을 샀다고 좋아하던 아내는 어느날 집에 누군가가 있는 것 같다는 말로 그를 불안하게 한다. 육아 스트레스에 이사 스트레스까지 겹쳐져서 헛것이 보이는 것이겠지 생각한 나는 퉁명스럽게 친정에 다녀오라고 말한다. 그 말에 삐진 아내, 그런 아내를 달랠 시간조차 없는 나는 두시간 여에 걸친 출근시간을 대기도 허덕댄다. 회사일이 바빠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고는 하나, 아내에게 퉁명스럽게 한 일이 후회가 된 그는 어느날 일찍 집에 퇴근을 하곤 깜짝 놀란다. 아내가 어떤 남자와 시시덕대는 광경을 목격하고 만 것이다. 놀라운 점은 그 남자가 바로 아내가 말한 집에 누군가가 살고 있다고 했던 바로 그 유령, 자신과 마주쳤음에도 천연덕스럽게 마루밑으로 사라지는 그 남자를 그는 이해할 수가 없다. 아내를 다그치자 적반하장으로 그녀는 오히려 그를 나무라는데.... 과연 회사일에 치여 집에서 쫓겨난 회사원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
그외 <튀김사원>은 해킹을 잘하는 아들 덕에 자신의 회사를 부도나게한 회사에 복수를 가하는 중년 가장의 이야기를 < 전쟁 관리 조합>은 버블시대의 붕괴로 일자리를 제일 처음 잃게 된 여직원들의 비애를 그리고 있었으며 < 파견 사장>은 일단 한번 써보시라니까요, 무료로...라는 말에 솔깃해져 파견 사장을 들이게 된 회사가 결국 모든 직원의 파견화를 이룩해 낸다는 웃지 못할 이야기를 < 슈샤인 갱>은 집에서도 직장에서도 쫓겨난 오십대 가장이 마찬가지로 집에서 가출한 여고생을 만나 슈샤인 갱을 결성한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이야기가 늘어지지 않고 속도감있게 전개되는 탓에 쉽게 읽힌다는 점이 장점. 직장인들의 말못할 비애를 잘 포착해서 그려내고 있지 않는가한다. 이야기 자체는 모순 없이 그럴 듯하게 잘 꾸며내고 있지 않는가 한다. 진짜 있었던 일처럼 말이다. 다만, 이게 재미 없으면 어떤책이 재밌냐고 역자가 반문하던데, 뭐, 재미 없다고는 못하지만 그렇게 대단히 재미다고 하긴 곤란하지 않았는가 한다. 그저 그럴 듯한 소설이었다고 할 정도? 내진 아슬아슬 했는데, 그래도 마무리를 잘 하네? 정도의 뉘앙스 라고 보면 되겠다. 아직은 작가의 필력이 완성전이라고 본다면, 다음 편을 기대해도 좋지 않을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