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가운 달
얀 코스틴 바그너 지음, 유혜자 옮김 / 들녘 / 2010년 10월
평점 :
절판


아내가 임파선 암에 걸려 스물 다섯살의 나이로 죽자 형사 킴모는 슬픔에 어찌해야 할 바를 모른다. 딸이 죽을 병에 걸렸다는 사실조차 부인하던 장인 장모, 며느리가 죽을 병에 걸린줄도 모르던 어머니, 나을 것이란 희망을 심어주던 친구들, 아내를 잘 모르던 경찰서 동료들... 킴모는 그들에게 아내의 죽음을 알려야 한다는 사실만으로 버겁기만 하다. 장례식을 준비하면서도 내색하지 않고 살인사건을 수사하던 그는 최근에 일어난 두 건의 사건이 연쇄살인범에 의한 범행임을 직감한다. 자는 사람들을 베개로 눌러 살해한 범인은 범행 현장에 자신에 대한 아무런 단서도 남기지 않았다. 다만 조그만 연결 고리라면 그가 범행 현장에서 무언가를 가지고 갔다는 것, 다른 형사들은 그 유사점에 대해 별다른 주목을 하지 않지만 그는 줄기차게 연관성을 주장한다. 한 달후 카페 종업원인 여자가 침대에서 살해되는 사건이 발생하자 형사들은 드디어 동일한 범인이라는 것을 인정하게 된다. 이제 문제는 그 범인이 누구냐는 것, 킴모는 죽은 세 사람을 연결해줄 뭔가를 자신이 봤음에도 눈 앞에서  놓친 듯 찜찜하기만 한데... 과연 그가 놓치고 있던 것은 무엇일까? 과연 그는 범인을 잡을 수 있을 것인가?

 

독일작가인데도 특이하게 핀란드를 배경으로 쓴 추리 소설이다. 핀란드 특유의 쓸쓸함과 서정성이 배여 있는 작품으로, 저자의 전작인 <야간 여행>에서도 그랬지만, 이 작품속에서도 살인자의 심리를 꽤나 열심히 파들어 가고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다만 전작에서는 파렴치하고 무자비한 사이코패스 살인범에게 촛점에 맞춰져서 읽고 나면 기분이 나빴던 반면, 이 소설에서는 아내를 잃고 죽음에 집착하는 형사를 주인공으로 함으로써 다소 인간적인 온기를 느끼게 한다는 점이 좋았다. 전작보다는 환골탈태, 진일보한 작품이지 않는가 한다. 주인공의 개성도 뚜렷하고, 나레이션도 설득력 있었으며, 차갑고 선뜻한 배경은 적절했던데다, 등장 인물들이 주고받은 이야기도 어색하지 않았으니 말이다. 특히나 살인 사건을 풀어 가면서 자신이 품은 죽음에 대한 의문에 대해 답해가는 형사의 모습도 인상적이었다. 초반 저자의 살인범의 심리에 대한 집착에 가까운 관심이 섬뜩하게 느껴졌는데, --작년 < 내 어둠의 근원>이라는 미국 추리소설 작가의 책을 읽고 난 다음부터 이런 작가들이 좀 무섭게 느껴진다. --읽어가다 보니 저번 작품보다는 등장인물들이 인간다워서 읽은 만했다. 저자가 그래도 그동안 인간에 대한 믿음을 되찾은 모양이지 싶다. 좋은 책의 최고덕목은 인간성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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