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파 리의 특별한 로맨스
레베카 밀러 지음, 최선희 옮김 / 문학동네 / 2011년 2월
평점 :
절판


전설적인 편집장의 아내인 피파 리는 팔순의 남편이 실버타운으로 이사오길 원하자 따라 들어온다. 완벽한 주부로써 명성이 자자한 그녀, 내조도, 요리도 집안 일도, 아이들 키우는 것도 만점인 그녀를 소설가 친구는 "미스테리이자 암호" 라고 칭한다. 그만큼 속을 알기 힘들다는 표현인지, 못하는게 없다는 칭찬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런 아리송한 과찬에 피파 리는 웃어 넘긴다. 당신들은 절대 나를 알 수 없어, 라고 속으로 중얼거리면서... 

 

 외동딸이었던 피파 리는 어린 시절 엄마의 약물중독으로 고통을 겪다, 십대 시절 동네 선생님과 추문에 휩싸인 뒤 가출을 한다. 고모 집으로 피신 온 그녀는 고모의 애인과 엮이게 되고 결국 고모집에서도 떠나게 된다. 이곳 저곳 떠돌면서 이 사람 저사람과 자던 피파리는 리 라는 오십살의 편집장을 알게 되고, 유부남인것을 알면서도 사랑에 빠진다. 엄청난 부자 아내와 살고 있던 리는 마침 아내에게 염증을 느끼고 있었고, 둘의 불륜이 알려지자 절망한 리의 아내는 권총 자살을 하고만다. 그런 사건 후에 둘은 결혼해, 조용히 성공적인 가정을 꾸려 왔었다.

 

그렇게 비교적 잘 살아왔다고 생각하던 피파리는 이사 온집 안에서 이상한 일이 벌어지지 당황한다. 알고보니 그것은 자신이 몽유병 상태에서 벌인 일이었다. 놀란 그녀는 치료를 하러 다니지만 , 우연찮게도 자꾸 옆 집 이웃의 아들과 부딪히게 된다. 그와의 부딪힘이 아무일도 아니라는 듯 애써 부인하던 피파리는 남편이 자신의 친구와 바람을 피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고는 경악하는데... 

 

아서 밀러의 딸인 레베카 밀러의 책이다. 문학적인 성과면에서 아버지와 비교할 정도는 못 되지만서도, 그래도 꾸준이 책을 내는 것을 보면 용감하지 싶다. 위대한 아버지와 비교될 것이라는 것이 뻔한데도 말이다. 주저함이 없는 걸 보면 자신감이 대단한 모양이다. 뭣 하나 부족함이 없는 생활이니 그냥 놀고 먹고 살아도 지장이 없을텐데, 놀지 않고꾸준히  책을 써내는걸 보면 존경스럽다. 그리고 , 딱 거기까지가 내가 그녀에게 찬사를 보내는 선이다.

 

작가가 비록 극작가인 아서 밀러의 딸이긴 하지만서도, 문학적인 재능만은 그다지 많이 물려받지 못한 듯하다. 책을 만들어 내긴 하지만, 이야기가 어거지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어서다.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만들어내고, 등장인물들에게 생명력을 불어놓고, 그들이 사랑하고 살아가며 이야기하도록 놔두는 법은 배우지 못한 모양이다. 그래서인지 그녀가 창조해 낸 주인공들은 늘 어딘가 좀 어색하다. 줄거리가  억지스러워 지는 것은 물론이고, 엄청나게 엽기적이거나 파괴적인  돌발적 사건이 아니라면 이야기를 풀려나가지도 못한다. 게다가  단골처럼 등장하는 근친상간에 대한 암시는, 도무지 왜 그녀가 그 주제에 집착하는지 이해가 되질 않는다. 보통 사람들에게 근친상간이라는 것이, 내진 그에 가까운 경험이 그다지 흔한 것도 아닌데 말이다. 

 

그렇다보니, 그녀가 간간히 보여주는 인간에 대한 탁월한 통찰력이 빛을 바래기 일쑤였다. 그런 문장들이 잠깐 나타났다 사라지는 사이, 횡설수설하는 줄거리 사이로 정신없이 몽유병에 시달리고 있는 피파 리만 존재하니 말이다. 정말로 그녀처럼 정신사납게 사는 것도 쉽지 않을텐데 , 그런 여자의 일대기를 그릴 생각을 왜 한 것일까 ? 자신의 경험을 쓴 것 같진 않고, 아는 사람을 모델로 썼다고 하기엔  일관성이 없어 보이고 말이다. 솔직히 20대의 피파 리와 중년의 피파 리는 전혀 닮아 보이지 않았다. 얼굴이 달라진다면야 이해가 되지지만서도, 어떻게 내면이 달라질 수 있는 것일까.  꼭 다른 영혼을 지닌 사람을 보는 것 같던데, 그건 말이 안 된다.

 

책 표지엔 중년 여인의 자신의 자아를 찾아가는 여정이라고 말하던데, 책의 마지막을 생각하면 그렇게 볼 수도 있긴 하다. 하지만 그녀가 떠나기로 한 것이 결국 남편의 불륜때문이 아니던가. 세월이 흘러서 기억을 못하는가 본데, 그녀 역시 자신에게 잘해 준 여인의 남편을 빼앗은 여자다. 똑같은 주제에 자신이 밥을 먹여준 친구가 남편을 빼앗았다고 난리를 치면서 집을 나온 것이 과연 자아를 찾아가는 것이라고 말을 할 수 있는 것인지 모르겠다.  만약 그렇다면  이 세상에 바람을 피고 있는 모든 남성들은 아내의 자아 찾기를 돕기 위해 애를 쓰고 있는 것이 되질 않겠는가.  하여간 이야기가 그다지 매끄럽게 연결되는 것 같지도 않았고, 무엇보다 주인공이 매력이 없다. 작가 생각엔 이렇게 정신 사나운 여자가 무척 사랑스럽다 생각하는 것 같았지만서도, 그러니까 이해가 안 된다는 것이다. 레베카 밀러는 왜 이런 주인공만 내세우는 것일까? 한번도 매력적인 주인공을 만들어 내지 못하는 것을 보면 그녀 자신이 그렇지 않은가 싶을 뿐이다. 아니면 그녀가 생각하는 매력이란게 보통 사람과 다른 것인지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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