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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쿠다 히데오의 올림픽
오쿠다 히데오 지음, 임희경 옮김 / 작품 / 2010년 7월
평점 :
절판
마흔 다섯살을 몇달 남긴 천하의 귀차니스트 오쿠다 히데오는 어느날 편집자들과 술을 먹다 올림픽 야구 경기를 보고 싶다는 말을 던지고 만다. 취중 농담으로 들릴거라 생각한 그 말은 다음날 담당 편집자로부터 회사에서 오케이 사인이 나왔다는 보고로 연결이 된다. 꼼짝없이 올림픽에 출전(?)해야 하는 상황이 된 것, 아무리 야구를 좋아한다고는 하나, 그리고 이번 올림픽에서 일본이 유력한 금메달 후보라고는 하나, 그가 가야할 곳은 그리스다. 가뜩이나 귀찮은 것을 싫어하는, 여행에 대한 열정은 십여년 전에 젊음의 열정과 함께 잃어 버렸다는 그는 하는수 없이 불평을 해대면서 비행기에 오른다 . 그리고 그 후 십일박 십 이일동안의 여정을 기록한 책이 바로 이 것이다.
다른 작가들과는 달리 오쿠다 히데오를 만만하게 보게 되는 점은 그가 그다지 세밀하지 않다는 것일 것이다. 전형적인 일본 작가답진 않다고나 할까 .물론 일본다운 정서야 충만하신 분이시지만, 일본 다운 정서보단 본인의 개성이 워낙 강하다 보니 어쩔 수 없이 그게 더 배여져 나오는게 아닐까 한다. 그리고 그의 개성은 주로 귀차니즘, 게으름 덩어리, 왠만하면 움직이기 싫어함,깨끗한 것에 목숨걸지 않는 홀아비 정서, 먹는거 좋아함, 남에게 잘 보이려 애쓰지 않음, 종종 나이를 까먹고 귀여움등등으로 귀결된다. 한마디로 왠만하면 싫어할만한 사람이 없을 듯한 사람이다. 때론 철딱서니 없는게 아닐까 싶지만서도, 그렇다고 해도 그는 일본의 유명 작가다. 눈에 거슬릴만한 언동이나 행동은 알아서 자제를 하시고 다니는 사람이란 말씀.
하여간 그런 생활 자세를 견지하면서 살고 있던 그가 그리스로 떠나게 되었다. 난 게으른게 좋다네, 여행은 싫다네, 여행을 하기엔 너무 늙었다네...를 중얼거리지만, 그래도 남들이 여행이 좋았다고 말하면 약간은 분한 심정이 든다고 고백하시 분답게, 비행기 안에서 다짐을 한다. 그래도 이왕 가는거 열심히 즐기다 오자!
그리하여 올림픽의 나라 그리스에 도착한 그는 그리스란 나라와 국민성을 알아나간다. 인생을 느긋하게 즐기는 면들이 일본인들보다는 좋아보이지만, 또 그런 느긋한 면들이 여행객들을 돌아버리게 만드는 나라. 일본보다 더 한 더위와 열기 속에서 그는 일본을 응원하느라 정신이 없다. 평소 민족성이나 그런 것들엔 질색을 하던 양반이었으나, 어쩌라. 이건 올림픽 아닌가? 올림픽에 가서 자신의 나라를 응원할 정도도 못 된다면 그 사람은 우울증 치료를 당장 받아야 할만큼 중증의 우울증일지도 모른다. 하여간 우울증도 날려버릴만큼 열성적으로 응원에 가담하던 그는 야구뿐만이 아니라 유도, 배구, 육상등을 돌면서 일본인들의 스포츠 경쟁을 기록한다. 그리고 그들에게 존경도 보내다가, 야유도 보내다가, 다른 나라 스포츠 맨들에게 열광도 하면서 올림픽을 즐기게 된다.
좀 심하다 싶을정도로 이렇다할만한 것이 없다는게 단점. 아주 잘 쓴 블러그 수준의 기록이랄까. 책으로 나왔다는 것이 신기할 정도로 별 내용이 없다. 내용만이 아니라 문장도 별로 없어서, 그저 어디에 갔는데, 무엇을 보고, 느낀 것들을 뼈대정도의 문장으로 갈긴 것들이 전부다. 내 이렇게 골자만 쓰는 문장을 좋아하긴 하지만서도, 이건 좀 심했지 싶다. 책이라기 보다는 자신의 일지--남들이 안 볼 것이라는걸 예상하고 쓴 짦막한 기록--라고 보는게 더 적당할 듯 싶으니 말이다. 다시 말해 본전 생각이 날 수도 있다는 말씀! 뭐, 가볍게 그리스 올림픽을 이렇게 바라보는 사람도 있었구나, 라면서 보면 되는 책이니, 여기에 더 할 필요는 없을 수도 있겠지만서도. 어쨌거나 쉽게 읽힌다. 오쿠다 히데오의 넉살과 냉소가 재밌기도 하다. 그리고 아마 그게 다이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