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모든 계절 - Another Year
영화
평점 :
상영종료


<비밀과 거짓말>로 유명한 마이크 리의 신작이다. 영화 감독에 대해서 잘은 모르기 때문에 이렇다 저렇다 말하긴 그렇지만 마이크 리는 영국의 평범한 사람들의 삶을 가장 솔직하게 보여주려 하는 감독이 아닌가 싶다. 그런 성향은 이 작품속에서도 뚜렷해서 이 작품을 보다보면 현재의 영국인들은 이렇게 사는구나 가감없이 짐작하게 되었다. 멋진 배우들을 가지고 환상의 세계가 아닌 있는 그대로의 현실을 보여주려 하는 감독이라...그다지 흥행은 잘 되지 않을거라 생각되지만서도, 그것이 감독의 시선이라면 따라가보는 것도 괜찮치 않겠는가.

 

영화는 <톰과 제리>라고 자신을 소개하는 노부부의 일상을 쫓아 가면서 시작한다. 장난스럽게 자신을 소개하긴 하지만 실은 그들은 희귀하다할 싶을 정도로 성공적인 노년을 보내고 있는 부부다. 지질공학자와 상담사라는 직업을 무척 자랑스럽게 여기는 둘은 소박하지만 아름답게 가꾼 집에, 텃밥을 가꾸는 취미와 인간적으로 키워 낸 외아들에 , 여전히 상대를 존중하고 사랑하는 잘 어울리는 한쌍이다. 그렇게 평생을 걸쳐 둘이 노력해서 가꾼 행복은 주변 사람들에게도 빛이 된다. 이혼을 한 뒤 외롭게 살고 있는 톰의 친구는 중년의 위기를 앓고 있다. 그는 그 외로움을 부부를 찾아와 풀곤 한다. 마찬가지로 제리의 직장 동료인 메리 역시 부부의 단골손님이다. 오십이 넘은 나이와 경제적인 쪼들림에도 멋진 로맨스를 꿈꾸는 그녀는 왜 인생이 이다지도 자신에게 잔인한지 이해를 못한다. 그렇게 어딘지 모자라고 소외되며 잘 어울리지 못하는 이웃들을 넓은 아량으로 받아들이는 부부, 어느날 그들의 아들이 그렇게 바라던 자신의 짝을 데리고 오자 메리는 황당하게도 질투를 하면서 방해를 놓는다. 메리가 도를 넘어섰다고 생각한 제리는 그녀를 멀리하기 시작하는데...

 

톰과 제리의 안정적이고 부러운 노년을 보여주는 영화인가보다 싶었는데, 후반부로 넘어가면서 메리라는 중년의 외롭기 짝이 없는 여자로 포커스가 옮겨 가는 것을 보곤 감독이 과연 무슨 말을 하려는 것인지 의아했다. 자신의 처지도 모른 채 하늘에서 뚝 떨어지는 행복을 꿈꾸며 사는 철없는 메리, 그녀의 분수없는 행동은 친구의 아들에게 추파를 던지는 것에서 그치질 않고 그의 애인을 질투하는  선까지 나아간다. 이 정도되면 무례라는 말로도 상황이 수습이 되기 어렵다. 대개 보통의 우리라면 넘지 말아야 할 선이라는게 존재한다고 예상하며 살아가니 말이다. 하지만 그런 자신의 푼수없는 행동이 남에게 민폐가 된다는 것도 모르는 메리, 영국인같이 자신의 사생활을 악착같이 사수하려는 사람들 사이에서 과연 그녀는 살아남을 수 있을까? 외롭다고, 외로워서 죽겠다고 눈물을 글썽이는 그녀는 과연 무엇을 놓친 것일까?

그러니까 행복이란 어느정도는 자신이 하기 달린 것이라는 말을 하려던 영화가 아니었을까 한다. 수작이라는 호평에도 불구하고 soso 편에 넣을 수밖엔 없었던 것은 고작 그걸 알아내기 위해 두시간 가까운 영화를 봐야 했을까라는 점 때문이었다. 다시 말해 그다지 재밌진 않았다는 말씀. 다만 배우들의 연기가 무엇보다 좋았는데, 특히나 푼수끼 넘쳐나던 중년 여인을 연기하던 레슬리 맨빌의 경우는 단연 돋보였다. 어느 누구도 그녀보다 메리 역을 더 잘 해내지는 못했을 것이란 생각이 들 정도로 실감이 났으니 말이다. 영화속에서 인생이란 때로 인간에게 그다지 친절하지 않다고 말하던 것처럼, 그다지 친절하지 못한 삶을 주로 살았던 덕분에 중년에 이르러 좌절하고 실망한 사람들을 보면서 조금은 각성이 되었다. 그처럼 쓸쓸하고 잔인한 중년을 보내고 싶지는 않으니 말이다. 하여간 중년이 되면 다른건 몰라도 철은 들어야 한다는 것을 확실하게 보여준 영화가 아닐까 한다.
.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