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수탑
요코미조 세이시 지음, 정명원 옮김 / 시공사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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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추리 작가들 중에서는 가장 믿을만 하다고 생각하는 요미코조 세이시의 작품이다. 그의 책이라면 나오는 족족 놓치지 않고 보고 있는데, 그 중에서 가장 나를 실망시킨 책이 바로 이 책 되겠다. 이 작가에겐 크게 실망한 적이 없었기에, 게다가 간만에 나와준 책이라 기대가 컸었던 탓에 기분이 왕창 잡쳐 버렸다. 다작을 하시던 분이라고 하니, 때론 엉성하게 쓰일 수도 있고, 그가 신도 아니기 때문에 인간에 대한 통찰력이 틀릴 경우도 있으며, 무엇보다 남자이기 때문에 여자에 대한 추측이 완전하게 틀려 버리는 것도 이해되며, 모든 인간은 시대를 거슬러 살만큼 대단하지 않는데, 그 역시 그렇게 개방적인 인간은 아니셨다는 점이 놀라운게 아니라는걸 감안하면 이런 작품이 나와준다는 것도 놀라운 것은 아닐 것이다. 아니 ,어쩌면 이런 작품들을 양산하지 않았다는 것만으로도 작가는 칭송을 받아야 할지 모른다...라는건 나를 위한 위로일 뿐이고. 살짝 실망스러운 기분이 드는건 어떨 수 없었다. 어쩌랴. 이미 돌아가신 분에게 다작은 안 해도 좋으니 좋은 작품만 써달라고 주문할 수도 없고 말이다. 하여간 요미코조 세이시의 단점들이 한작품에 두드러지게 모아진 책이 아닐까 한다. 그가 가진 모든 편견과 아집과 독단이 교교히 흘러주던 작품이니 말이다. 

내용은 이렇다. 어린 시절 부모를 잃어 양부모 손에 고이고이 자란 오토네는 먼 친척인 삼촌 겐조가 자신에게 거액의 유산을 남겼다는 소식을 듣게 된다. 단 거기엔 조건이 있었는데, 겐조가 지정한 남자와 결혼을 해야 한다는 것, 자신이 알지도 못하는 남자와 결혼해야 한다는 사실에 걱정이 되면서도 그녀는 그가 자신의 운명이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생각을 하게 된다. 그런 예깜이 허탈하게도그 남자는 자신을 길러준 이모부의 생일 잔치에서 살해된 채 발견된다. 더군다나 오토네는 용의자가 자신이라는 사실에 놀라고 만다. 설상가상으로 살인사건이 벌어진 뒤 모르는 낮선 사내에게 강간당한 오토네는 그의 노예가 되어 그가 하라는 대로 움직이게 된다. 약혼자의 살해 이후, 유산을 나눌 겐조의 친척들이 하나 둘씩 살해되어 버리자, 미심쩍은 행동을 일삼던 오토네가 살인용의자로 본격적으로 수사선망에 오른다. 결국 자신을 강간한 남자와 함께 도피한 오토네는 유산에 대한 모든 의문을 해결하게 된다는 삼수탑을 향해 가게 된다. 그곳에 오른 오토네는 결국 자신은 그 남자의 손에 죽는 것이 아닐까 두려움에 떠는데... 

얼굴도 모르는 채 강간당한 남자에게 연정을 느끼는 주인공에, 동성애를 혐오하는 작가--당시 시대 상황을 고려하면 이해가 안 가는 설정도 아니다. 이성애자라면 동성애자의 행태가 도무지 이해가 안 갔을테니 말이다. 하지만 그런 세간의 평을 그대로 작품 속에 싣는다는건, 편견을 부추길 위험이 있는 것이고 당연히 눈살이 찌프려진다.--라. 참 설득력 농후하시겠다 이거다. 페미니스트라면 당연히 읽기 힘들만한 그런 설정이었다. 이런 소설이 가능하다고 생각하는건 작가가 그만큼 남성 우월주의자였다는 말이겠지. 솔직히 남성우월론자라기 보단 여성 혐오론자라는 것이 더 맞지 않을까 싶지만서도.  아마도 그게 맞지 싶다. 다른 작품속에서도 보여지듯 여타의 작가에 비해 여자가 범인으로 등장하는 경우가 유난히 많은 걸 보면 말이다. 하여간 여자를 싫어하는 내진 두려워 하는 추리 소설 작가라....여자에 대해 환상이 있는 것도 작가로써 그다지 바람직하진 못하지만, 여자를 혐오하는 것도 작가로썬 그다지 환영할만한게 못되지 않을까 한다. 여자들에게 정상적인 관심을 갖지 못하는 남자들이 --여자를 무서워 하건, 두려워 하건, 혐오해서 싫어하건 간에--아마도 유난히 그를 좋아하지 않을까 라는 추측을 해보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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