쥘리에트가 웃는다
엘자 샤브롤 지음, 이상해 옮김 / 작가정신 / 2010년 9월
평점 :
절판


쥘리에트가 웃는다고 해서 아리따운 젊은 여자를 상상하시고 계시다면 오해도 이런 오해가 없음을 알려 드리고 싶다. 여기 주인공인 쥘리에트는 백 한살하고도 며칠을 더 산 할머니기 때문이다. 그냥 할머니도 아니고, 마을에서 가장 오래산, 내가 언제 죽을지 모르니 잘 하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사는 심퉁맞고 교활한 할머니...그야말로 백살 먹은 능구렁이 못지 않게 만만찮은 상대란 말씀...유일한 취미라면 자신의 이층집 발코니에 앉아 동네 사람들 감시하는 것이 전부인 그녀에게 일대 사건이 벌어진다. 다른 아닌, 동네 유일 젊은 총각(?) 피에로가 이제라도 결혼을 해야 겠다면서 마을을 떠나겠다 하는 것, 마을이 가장 막내에 착하다는 이유로 사십년간 동네 머슴처럼 모든 대소사를 공짜로 도와주던 그의 발언에 마을 사람들은 술렁이기 시작한다. 가뜩이나 마을 인구수가 줄어서 이젠 그런 동네가 있는가 가물가물할 정도인 마을이 이대로 사라지는냐 마느냐, 무엇보다 자기 마음대로 공짜로 부릴 머슴이 사라지느냐 마느냐의 기로에 선 사람들은 평소의 원한을 잊고 공동으로 대책에 나서기로 한다. 이름하야 '피에로 장가 보내기 작전"...인터넷을 통해 러시아 신부를 들여 오기로 한 그들은 피에로 몰래 모든 일을 꾸미느라 온갖 소동을 벌인다. 드디어 러시아 처녀를 납치해 온 그들은 피에로와 그녀가 결혼하게 될 것인지 촉각을 세우게 되는데... 

가장 막내가 마흔 다섯, 가장 고령이 백 한 살은 넘긴 쥘리엣, 마을 인구수라는 것이 고작 연극에 출연하는 출연자보다 적을 듯한 프랑스 한적한 시골 마을 폴리주악에서 일어나는 한바탕 소동을 그린 소설이다. 할머니 할아버지가 주로 출연하다고 해서 약간은 심심하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이거 의외로 재밌다. 그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보통 우리가 생각하는 그런 분들이 아니라, 고집세고, 노망끼도 있으며, 마을 사람 면면히 이런 저런 추억에 얽힌데다, 평생 처녀로 살다 섹스광으로 돌변한 할머니에서부터, 딸을 끼고 사는 할머니와 구두쇠 할아버지까지, 개성 있는 사람들이 서로를 이해하고 오해하는 이야기들이라 무척 경쾌하게 읽을 수 있는 책이었기 때문이다. 할머니 할아버지들을 가지고 이렇게 재미난 소설을 만들어 냈다는 것이 작가에게 박수를...그리고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긴 했지만 결사적으로 동네 노총각의 배우자를 맞아 들이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이 가상하기만 했다. 결국 노인들이 존경을 받게 되는 것은 연륜에 의한 젊은이에 대한 이해가 있어야 하는게 아닐까 생각하게 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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