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스테리오스 폴립 미메시스 그래픽노블
데이비드 마추켈리 지음, 박중서 옮김 / 미메시스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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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십 생일에 집이 불타는 바람에 자아 여정을 떠나게 된 한 사내의 이야기다. 그 주인공의 이름이 뭐냐고? 바로 이 책의 제목인 아스테리오스 폴립이다. 참 이름도 더럽게 길다. 건축학 교수에 철학적인 말들을 주로 날려 주시는 분이라서 이름을 이렇게도 거창하게 지은 모양인데, 솔직헤 그냥 데이비드나 폴, 샘이나 이언등 심풀한 이름을 주인공을 했으면 더 나았지 않았을까 싶었다. 왜냐고? 이름만 거창하게 지은 나머지 이름에 짓눌리는 주인공인 듯한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다.  

하여간 집이 불탔고, 그의 나이는 이미 오십, 죽음을 서서히 준비해야 하는 연령이다. 늘 시니컬하고 잘난 체하는 그를 못 견딘 아내는 오래전에 떠났고, 건축과 교수라지만 그의 설계대로 지어진 건물 하나 없는 그야말로 페이퍼 건축교수인 그는 갑자기 허무함을 견디지 못한다. 달랑 남은 돈으로 산 버스 티켓으로 가는데까지 간 그는 낯선 동네에 내려 버린다. 그리고는 막무가내로 일자리를 구한 그는 난생 처음 카센터에서 일을 하기 시작한다. 사람 좋은 카센터 주인은 아무것도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그를 받아 들이고, 심지어 자신의 집에 방이 있다면서 세까지 들인다. 사람이 좋다 못해 모자라까지 보리는 카센터 주인, 그리고 그의 엉뚱한 어린 아들과 자신을 무슨 무당의 후예인 듯 하고 다니는 신비로운 카센터 주인 아내와 어울리면서 그는 점차 자신에게 없던 온기를 찾게 된다. 한번도 해 본 적이 없는 노동일을 하면서 그는 점차 자신의 인생에 어쩌다 이렇게 망가지게 되었는지 생각해 보게 되는데... 

무언가 있을 듯 무게를 잔뜩 잡지만 않았더다면 좋았을 그런 만화였다. 철학적인 주제를 건드릴 듯 분위기를 잡긴 했는데, 그런걸 아우르기엔 작가의 역량이 모자랐으니 말이다. 자신이 알지 못하는걸 아는 척 녹여 낼 자신이 없다면 그냥 없는 걸로 하면 더 좋았으련만, 무언가 철학적인 메시지를 아는 듯 분위기만 흘리다 유야무야 된 것이 작품적인 면에서는 아쉬운 부분이었다. 차라리 그저 실패한 인생을 산 중년이 자신의 삶을 되돌아 보는 것이라고 해도 품격이 낮아지는건 아니었을텐데 말이다. 

그래도 얻은 것은 있었다. 똑똑한 사람이 왜 행복하기가 그렇게 어려운가 라는 것 정도? 똑똑하다는 것이 매력이긴 하지만 일상에서 늘 불평과 비판만 해대는 폴립을 아무리 좋게 봐줘도 기분이 나빴기 때문이다. 그의 아내가--물론 완벽하진 않았지만 그래도 나름 인간적인 면이 있었던--그를 떠난 것도 이해가 되더라. 그나마 늦게라도 자기 인생을 되찾게 되서 다행이다 싶다. 하지만 만화적인 재미로만 보자면 그다지 흥미로운 작품은 아니었지 않는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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