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지만 확실한 행복 - 무라카미 하루키가 보여주는 작지만 큰 세계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김진욱 옮김 / 문학사상사 / 2010년 1월
평점 :
절판


하루키가 30대 중반 즈음 연재한 수필을 묶은 것이다. 그의 전매특허라고 해도 좋을 균형감각있는 서술이 읽는 재미를 돋우지만 , 가장 좋았던 것은 아무래도 허술해보이는 생활인이자 일상인으로서의 그를 만나게 되는 것때문이 아닌가 한다. 유명 작가가 되고 싶었을지, 그건 잘 모르겟지만 어쨋꺼나 유명인이 되어서 거들먹 거리고 싶어 작가가 된 것은 아니겠다 싶다고 할까. 유명해지기 보단 자신의 글을 세상에 내놓는 것이 재밌어서 작가가 된 사람일지도 모르겠다 싶은 것이다. 

확실히 재밌는 수필이었다. 나만 그런 것인지 모르지만 그의 글을 읽다 보면 꼭 그가 나랑 별반 다르지 않다고 생각된다는 거다. 물론 집안에 볼펜 50자루가 돌아다닌다던지, 쌍둥이 남자를 양 옆에 끼고서 파티에 나가고픈 망상은 없지만서도, 그가 하는 말엔 별로 거부감이 일지 않는다는 것이 특징이라면 특징이 아닐까 한다. 다른 사람들도 그와 자신을 동일시 할 정도로 그가 친근하게 느껴질까? 설마...세상에는 개성이나 성격이 다른 사람들 투성인데 말이다. 그렇다고 치면 하루키 역시 보통 사람인척 하지만 보통일리는 없는 사람이고, 나나 당신과 역시 현저히 다른 사람이지만, 글을 너무나 잘 쓴 나머지 그의 글에 마치 내가 그런 것인양 수긍하게 된다는 것이 옳은 분석일지 모르겠다. 와~~~ 써놓고 보니 하루키 이 양반 대단한 분이시구만. 

아무리 기행을 써도 왠지 기행이 아니라, 아, 맞아 그렇지.라고 생각하게 만드는 글발이니 말이다. 물론, 그렇다고 그의 글이 현걱하게 세상과 동떨어진 글이냐면 그렇지는 않을것이다. 다만, 세상의 기준이라고 하나, 그런 것들을 그냥 받아들이는게 아니라, 나는 조금 다르던데, 라고 태클을 걸수 있는 정도라는 것이지. 때론 소심하고 때론 적극적으로 세상에 말을 걸어대지만, 중요한 것은 언제나 자신의 개성이나 생각을 확실히 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런점에서 하루키의 글이 감칠맛이 나는게 아닐까 한다. 분노하는 것이 아닌, 멍청하다고 소리 치는게 아닌, 상대방을 배려하고 관점을 이해하면서도, 나는 아니거든? 이라고 분명하게 일러주는 사람이니 말이다. 

인간미? 말해서 뭐하나. 이런 사람을 보면서 인간미 부족하다고 말한다면 그런 세상은 천국밖엔 없을 것이다. 그리고 그런 천국은 나도 별로다. 심심할 것 같아서 말이다. 균형감각이야, 뭐. 이 양반은 선천적으로 타고 태어나신 분 같고. 자신의 재밌는 이야기를 들려 주는 것도 좋았다. 재즈 까페를 한 덕분에, 까페를 그만 둔 이후에도 한동안 식당에 가면 손님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하려 했다는 일화나, 까페 아르바이트 생을 까발리는 것, 아내에 대한 소소한 일화등 그만이 아니면 들려주기 힘든 이야기가 아니었나 한다. 허술하지만 이해를 돕는 삽화 역시 좋았고, 하루키가 맥주 광이라는 사실도 이 책을 보면서 알았다. 식사와 함께 맥주를 마시면서 이런 저런 생각을 멍하니 하시나 보던데, 솔지기 부럽더라...과연 내가 맥주를 그렇게 마셔댄다면 지금의 체중을 유지할 수 있으려나 궁금해서다. 하루키를 좋아하시는분들이라면 가볍게 읽을만한 책으로 좋다. 그가 좋아한다는 아구나 재즈,두부, 이사와 아주 작지만 확실한 행복을 일상속에서 챙겨가는 모습도 흥미로웠다. 왜일까? 인생을 즐기는 사람을 보게 되면 왠지 나 역시도 그런 기분이 드는 것은 말이다. 아마도 그래서 사람들이 행복한 사람을 좋아하는게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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