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룡이 공짜! 그림책 도서관 44
엘리스 브로우치 글, 데이비드 스몰 그림, 정선화 옮김 / 주니어김영사 / 2010년 3월
평점 :
절판


다른 분들은 어쩌려는가 모르겠는데 나는 흔히 제목을 보고 책을 고른다.  세련된 제목을 지을 정도로 편집자가 신경을 쓴 책이라면 일단은 재미가 보장되기 때문이다. 그런면에서 이 책은 별로 흥미가 당기지 않는 책이었다. 그림도 별로 뚜렷하게 다가오지않고 말이다. 그냥 시험삼아 내용을 읽어봤는데. 이거 왠일... 재밌지 뭔가. 딱 조카 취향이라는 생각에 당장 빌려왔다. 

조카에게 읽어주니 그야말로 대박이다.  

이렇게 몰입해서 들은게 언제인지 싶을 정도로, 아니 녀석이 제일 열광적인 반응을 보인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녀석의 반응은 대단했다. 어찌나 재밌게 듣는지, 책을 읽어 내려 가는데 끽소리 한번 없다. 물론 공룡이 공짜! 라는 말에는 침을 꼴깍하고 집어 삼켰었지만서도 말이다. 

내용은 심플하다. 하긴 동화책 내용이 복잡해서 뭐에 쓰겠는가 만은... 

금요일이 엄마 따라 마지못해 쇼핑에 나선 나는 빵가게 들렀다 그만 깜짝 놀라고 만다. <도넛 한 상자에 공룡이 공짜>라고 쓰여져 있었기 때문이다. 설마...장난감 공룡을 말하는 것이겠지 하던 엄마와 나는 빵가게 주인 아줌마가 공룡을 가져가라면서  함박 웃음을 짓자 어리둥절해진다. 그리고 나타난 진짜 공룡!!!!!!!!!!!!! 나는 기뻐서 어쩔 줄을 모른다. 엄마는 패닉 상태에 빠져서 어쩌다 이런 행사가 벌어진 것인지 궁금하다. 가관인 것은 병원에 들른 나에게 간호사 아줌마가 한 말, 주사 한방 맞으면 공룡 두개를 공짜로 준단다...세상에. 이런 일이...급하게 나는 주사를 맞겠다고 선언하지만 안타깝게도 예방주사는 이미 지난번에 맞았단다. 하는 수 없이 공짜 공룡 한개로 만족했야 했던 나는 엄마를 보면서 머리를 잘라야 한다고 선언한다.  

이발사 아저씨는 풍선을 주시지? 라고 희망찬 과거를 회상하던 엄마는 이발사 아저씨가 익룡을 데리고 오자 경악한다. 그동안 공짜로 받은 공룡만으로도 이미 충분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공짜 공룡 세마리를 어떻게 해야 할지 난감한 엄마에게 나는 발에 매달리며 애원을 한다. 집에서 기르면 된다고.... 과연 나의 소원은 이뤄질 것인가? 집으로 공룡을 데려간 나는 새 날을 맞은 듯 희희낙낙 하는데... 

 와, 이런 상상력이 가능했다니... 감탄할 정도로 대단한 상상력이다. 공짜로 아이들에게 공룡을 선물할 생각을 해내다니 말이다. 오죽햇으면 왠만한 일엔 나보다 조숙한 여섯살짜리 조카가 내게 이렇게 묻더라. 도대체 이런 일이 언제 일어난 것이냐고? 어제? 나를 쳐다보는 눈길을 보니 이런 횡재를 자신이 놓쳤다는 사실이 아무래도 믿겨지지 않은 모양이었다. 그리고 그 눈길 속엔 이게 단지 동화일 뿐이라고, 이런 일은 벌어진 적이 없다고 말했다간 연약한 동심에 크게 상처를 입힐 거라는 무언의 협박이 담겨져 있었다. 아...너무도 일어나길 바라다 보면 일어나지 않음을 잘 알면서도 현실을 인정하고 싶지 않은 것이로구나, 그때 깨달았다. 녀석은 마녀가 있다는 말도, 인간이 날 수 있다는 말도 믿지 않을만큼 분별이 가능하지만서도, 공룡을 공짜로 준다는 말에는 현실 감각을 상실해 버렸으니 말이다. 

내용이 재밌어서 조카도 좋아한 책이 되겠지만 읽어주는 나 역시도 재밌었다 .무엇보다 흥분한 조카를 보는 덕분에 더 읽는 보람이 있었던 것 같다. 그렇다. 책을 어떻게 읽어주라고, 평생의 조언자가 될 거라고 말은 많이 하지만서도, 정작 책을 읽게 되는 동력은 그것이 나에게 어떤 영양가 있는 조언을 해 주어서는 아닌 것 같다. 살아가다보면 물론 책 속에서 지혜를 구해야 할때도 있지만서도 ,그것보단 일차적으로 책이 재밌어서 읽게 되는 것이니 말이다. 그런면에서 공룡을 좋아하는 남자 아이들에겐 그야말로 하늘이 보내주신 동화책이 아닐까 한다. 주저없이 부모님들에게 강추~~~! 내 개인적으로는 아직 어린 아이인 조카를 발견할 수 있어 감동적인 책이 아니었을까 한다. 아마도 언제까지 기억에 남겠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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