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래의 발소리
미치오 슈스케 지음, 김은모 옮김 / 북홀릭(bookholic) / 2010년 6월
평점 :
품절


다소 으스스하고 그로테스크한 면이 매력인 미스테리 단편집이다. 첫번째 단편인 <방울벌레> 에서는 11년전 저지른 살인으로 매장한 시체가 폭우로 드러나면서 내가 범인으로 지목되면서 시작된다. 네가 한 살인이지 않느냐고 추궁하는 형사들에게 나는 줄기차게 사고사였음을 주장한다. 정황상 모든 것이 나를 살인범이라고 가리키는 가운데, 하지만 형사들조차 왜 내가 내 학생증이 들어있는 자켓을 시체와 함께 묻었는지 이해하지 못하는데...두번째 <짐승>은 수제 집안에서 천덕꾸러기 신세로 떨어져버린 재수생의 이야기다. 재수를 하게됨과 동시에 식구들의 멸시를 한 몸에 받고 있던 나는 죄수들이 만들어 판매한 의자를 우연히 망가뜨리게 된다. 의자다리에 이상한 글자가 쓰여져 있는걸 본 나는 호기심에 인터넷을 통해 그 글을 쓴 죄수를 찾아보게 된다. 그가 가족들을 살해했으며, 그 글이 그것에 대한 글이라는걸 추리하게 된 나는 부쩍 호기심에 몸이 단다. 결국 나는 무슨 계시라고 받은 듯 죄수 가족들을 찾아 나서는데... <요이기츠네>는 고등학교 시절 호기로 강간을 하려다 엉겹결에 살인을 저지른 내가 20년후 당시의 나와 마주친다는 설정이다. <통에 담긴 글자>는 아내와 딸을 교통사고로 잃어버린 뒤 정신줄을 놓아버린 친구로부터 추리소설 원고를 받게 된 내가 그의 원고를 훔치는 것에서 시작한다. 그 작품을 가지고 성공적인 데뷔를 한 나는 불안감에 시달리며 친구의 질책을 기다린다. 그러던 어느날 자신의 집에서 저금통을 훔쳤다는 어리숙한 도둑의 방문에 나는 어리둥절해 진다. 과연 그 도둑의 정체는 무엇일까? < 겨울의 술래>는 방화로 얼굴이 뭉개져버린 내가 나를 사랑한다고 달려온 남자친구에게 모종의 요구를 하는 것으로 그리고 마지막 단편인 < 악의의 얼굴>는 자신을 이지메하는 동급생 S를 없애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나의 이야기가 전개된다.

 

미치오 슈스케라는 작가 책은 처음 읽었는데, 아마도 미스테리쪽에서는 알아주는 작가로 주로 독자들의 뒷통수 때리는 반전으로 유명한 사람인가 보았다. 그런 작가의 트레이드 마크는 이 책속에서도 변함이 없어서, 비록 단편들이라고는 하나 장편 못지 않은 알찬 구성과 빈틈없는 이야기 전개, 그리고 허를 찌르는 반전등이 인상에 남았다. 속도감 있는 이야기 전개에다 독자들이 전혀 예상치 못한 결말들을 별 힘들이지 않고 만들어 내는걸 보면 상상력이 대단하지 싶다. 처음엔 책이 얇아서 실망했는데, 여섯편의 이야기가 워낙 출중하다보니 나중엔 얇다는 느낌을 받지 못했다. 그 정도로 흥미진진하다. 군더더기 없는 서술에 짜임새 있는 이야기, 무엇보다 분위기 으스스한 스토리들이 고만고만한 미스테리물과는 달리 차별되어 부각된다. 한마디로 말해 뻔한 미스테리물은 아니였단 말씀, 독창적이란 면에서는 인정을 해줘야 할 듯 싶다. 각 작품마다 완성도가 고르다는 것도 맘에 들긴 했지만, 이야기 자체가 다소 엽기적이기 때문에 읽는 사람에 따라서는 호불호가 선명하게 갈리지 않을까 한다. 일본에 종종 벌어지는 엽기적인 사건들을 기억하시는가 ?어떻게 저런 일이 벌어질 수 있지? 라고 생각하게 되는 병리적인 현상을 지극히 당연하게 서술해나가는 작가의 통찰력은 놀랍기만 했다. 어떻게 범인들의 변태적인 심리를 이토록이나 잘 안단 말이냐? 싶어서 말이다. 하여간 독특하고 참신한 미스테리 물을 읽고 싶다시는 분에게 추천. 금방 읽히는 것도 장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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